월간참여사회 2015년 08월 2015-08-03   959

[특집] 분단체제 70년, 변화는 가능한가?

 

분단체제 70년, 
변화는 가능한가?

 

글. 정현곤 세교연구소 선임연구원

 

참여사회201508(통권 225호)

광복 70년에 대한 기대로 본다면 2015년의 분단체제는 수렁에 빠져 있는 듯 보인다. 8.15가 코앞인데, 의미 있는 남북 회담이 없다. 지난 해 2월 청와대와 북한 국방위원회 간 차관급 회담이나 10월에 있었던 황병서 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비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등 핵심 3인방의 깜짝 방문과 비교하면 너무 한산하다. 게다가 2015년 1월 1일 북 신년사에서 남북정상회담까지 언급하였던 것까지를 감안하면 뭔가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

 

흔들리는 분단 체제
2000년에 분단체제는 요동쳤다. 분단체제를 지탱하던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에서 큰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 해에 최초의 남북 정상회담이 있었고, 마찬가지로 공식적으로는 최초로 북의 권력 서열 2위인 조명록 총정치국장이 김정일 위원장의 특사로 클린턴 미국 대통령을 예방하며 북미관계 정상화를 기대했다. 이로써 평화의 한반도, 통일의 한반도는 새로운 길을 시작하게 되었다. 

위기의 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2002년에 부시 행정부의 등장과 기존 북미간 합의를 부정하는 대북 압박정책으로 북미관계가 악화되고 북의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 문제가 또 다시 북한 핵 문제로 부각되었다. 결국 2006년 10월 북의 1차 핵실험이 진행되고 나서야 북의 핵무기 문제가 대화와 협상의 실마리를 찾기 시작했다. 위기의 매 순간 충돌을 피할 수 있게 한 힘은 남한 정부의 노력이었다. 그 결실이 2007년 10월의 2차 정상회담이었다. 부시 대통령의 북미수교 의사가 전달된 속에서 남북의 정상은 한국전쟁 당사자 간의 종전선언 추진 합의를 공표할 수 있었다. 연관하여 북의 핵무기와 모든 핵 프로그램도 폐기의 수순을 밟게 될 것임이 공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시로서는 분단체제가 평화체제로 이동될 수 있는 중대 국면이었다고 할 수 있다.

 

남북관계 악화, 무엇이 문제였나
2012년 12월에 북은 마침내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듬해인 2013년 2월에는 3차 핵실험을 감행, 핵의 무기화를 진척시켰다. 북이 핵탄두를 장착한 상태에서 미국까지 갈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만들 수 있게 좀 더 다가간 이 결과는 핵확산을 막고자 하는 미국 대북정책의 공식적인 실패를 의미한다. 

 

북이 핵의 무기화와 장거리 운반수단을 확보한 것은 북 자신의 의지의 산물이다. 그 출발은 2009년 4월에 있었던 북의 인공위성 발사 실험이었다. 당시 막 출범한 미 오바마 행정부의 대화 제의가 있었기에 북의 태도는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북은 끝내 발사를 강행했다. 당시의 발사는 김정일 위원장 유고 위기에 직면한 북 내부의 정치적 상황에 주되게 영향을 받았다. 절대 권력의 유고와 후계체제 문제는 북이 사활을 걸 체제 문제라는 점에서 당시 북은 미국의 공격을 상정하며 실질적인 무기체계의 확보를 원했다고 할 수 있다. 북이 장거리 운반수단을 발사하던 그 날 오바마 대통령은 프라하에서 ‘핵없는 세계’에 대해 연설하던 중이었다. 오바마와 북은 이렇게 악연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당시의 북의 정황을 위기로 포착, 압박으로 누를 수 있다고 오판하였다. 그것이 흡수통일에 대한 기대로 나타났다. 주한 미국 대사관과 정보기관들은 이명박 정부의 고위 인사들이 북한이 곧 붕괴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음을 본국에 전했는데, 그를 통해 2009년 8월 김대중 대통령 서거 당시 북이 가져온 남북정상회담 제안과 그 후 진행된 정상회담 추진 회담이 끝내 무산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일방적인 흡수통일 정책은 2010년 11월 북에 의한 연평도 포격과 더불어 격렬한 파열음을 만들어내게 된다. 적어도 1953년 휴전 이후 남한 영토에 대한 북의 직접적 포격은 처음 있는 일이었지만 그 도발을 초래하고서도 대응할 수 없었던 이명박 정부의 처지가 이를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덫에 빠진 분단체제와 미국의 아시아 전개 
북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과 남한 정부의 흡수통일 시도를 이유로 핵무장을 정당화했고 실체화했다. 그 명시적 시점은 2013년 2월 13일 북이 3차 핵실험을 감행한 날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시점을 계기로 북의 군사적 행동은 대미 협상력을 상실한 채 오직 ‘위협’으로만 포장되어 미국의 아시아 군사력 전개에 이용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북한 핵 위협의 정치적 이용이라 할 것인데, 그 후 북한이 군사적 긴장의 수위를 높여도 과거의 협상력이 발휘되지는 않는 구조가 정착되었다. 그러나 북은 아직 이 상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편 박근혜 정부의 경우도 이명박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흡수통일에 여전히 미련을 두고 있다. 북에서 늘어나는 시장 영역이 체제를 이완시킬 것에 기대를 거는 듯 보인다. 그러나 북한의 시장 영역은 장기적으로는 어떨지 모르나 현재로서는 정치체제를 안정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을 뿐이다.   

 

2014년 10월 북의 핵심 3인방의 깜짝 방남이 있었고 남북 고위급 회담 개최가 합의되었다. 그러나 탈북자들에 의한 대북 삐라 살포 문제를 풀지 못하면서 남북은 그 어떤 유의미한 회담조차 열지 못했다. 그리고 얼마 후인 12월 29일에는 한미일 국방 차관 사이에서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관한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 체결이 있었다. 이 약정은 ‘미국을 통해 한국과 일본이 북한의 핵무기 및 미사일 정보를 공유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은 남북관계 악화의 결과물을 챙기기도 하고 그 원인을 제공하기도 함을 알 수 있다.

 

분단체제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다
지금의 분단체제는 북미관계와 남북관계의 악화 위에 구축되어 있다. 미국의 선의를 기대하는 것이 과학적으로 무의미하다면, 변화의 모색은 그 주체인 남과 북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북의 경우라면 김정은 체제를 이미 실패한 과거의 방식으로 안정화하려고 하고 있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군사력 중심의 선군주의, 공안통치, 유일지배의 구조가 그러하다. 북한에게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어찌 보면 북이 겪어 온 시간들은 새롭게 틀을 짤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기간으로도 이해될 수 있다. 

 

단적으로, 북이 문제 삼는 한미군사훈련의 위협도 사실 중국과의 고위급 군사 교류만으로 상대화할 수 있다. 공안통치와 유일지배를 강화하는 것은 부정부패와 지하경제를 강화시켜 도리어 그토록 경계하는 시장경제의 부작용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북한 내 시장 확장의 경우도 공안통치로 관리할 때 나타나는 부정부패보다, 정상화와 세수 징수로 안정화시킬 수 있다. 북의 개혁정책이 곧 평화정책이다. 당장의 일은 아닐지언정 관점을 바꾸어 보자는 것이다. 남한 역시 남북간의 대결구도를 청산하고 교류협력을 발전시키지 않으면 새로운 경제성장동력도 복지도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지금같은 구조에서는 공염불이다. 

 

남북의 화해와 협력, 그리고 평화체제 형성이 한반도 남북 모두의 국가전략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다가오는 동아시아 시대에서 주역이어야 하는 우리가 패권세력의 경쟁구도에 휘둘려 극한 적대와 대결 속으로 던져지는 장기판의 말로 동원되지는 말아야 한다. 특히 남한에 사는 우리가 경제력이나 민주주의에서 상대적으로 좀 더 낫다고 생각한다면, 한반도를 평화와 화해로 이끄는 길에서도 좀 더 책임있는 역할을 떠맡아야 할 것이다. 우리의 경우라면 한국민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역할이 주어져야 할 것이다. 

 


 

[특집] 공존의 길, 분쟁의 길 – 참여사회 2015.08(통권225호)

1_이혜정 전후 70년, 동아시아 평화와 한반도

2_이기호 전후시대의 극복? 일본 아베 정권과 아시아 시민의 서로 다른 해석

3_정현곤 분단체제 70년, 변화는 가능한가?

4_이태호 울란바토르 프로세스 – 한반도 평화와 핵문제 해결을 위한 민간 6자회담

5_홍기룡 제주평화의 섬 선포 10년과 해군기지 반대운동 300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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