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6년 06월 2016-05-30   417

[통인뉴스] 신뢰체계의 붕괴, 한국사회의 가장 큰 정치적 장벽

 

신뢰체계의 붕괴,
한국사회의 가장 큰 정치적 장벽

<참여사회포럼 : 전환> 두 번째 이야기

 

 

글. 이기찬 참여사회연구소 간사

 

참여연대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는 <참여사회포럼 : 전환>이라는 새로운 이름과 형식의 포럼을 3월부터 진행하고 있다. 4월 29일 진행된 두 번째 포럼의 내용을 요약하여 전한다. 전체 내용은 참여연대 홈페이지 참여사회연구소 블로그와 연구소에서 발행하는 반년간 학술잡지 ≪시민과 세계≫(2016년 상반기호)에서 볼 수 있다. 

2017년 한국사회의 화두는 무엇인가? 지난 3월 참여사회연구소에서 <참여사회포럼 : 전환>을 시작하며 구성원들이 지속적으로 묻기로 한 질문이었다. 첫 번째 시간은 우리 사회에 ‘전환’이 절실하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가장 시급한 전환이 필요한 영역은 무엇인지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했다.

4월 29일 실시된 두 번째 포럼의 주제는 ‘정치적 장벽’이었다. 한국사회의 전환을 가로막고 있는 장벽들로 주거, 고용/일자리, 교육, 젠더 불평등, 분단 등 다양한 주제들이 언급되었는데, 우선적으로 논의해야 할 분야를 정치로 선정하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 

 

사라진 정치와
사회의 보수우경화

총선결과에 대한 놀라움, 환영, 실망 등이 어느 정도 가라앉은 시기였기 때문에 참석자들은 보다 냉정한 평가를 공유했다. 이미 우리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금/은수저’, ‘흙수저’로 일컬어지는 불평등, 양극화 문제 등의 의제가 실종된 총선이었고, 여론조사 등이 철저히 빗나간 것처럼 아예 정치권이 유권자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알려고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경제민주화 등 경제와 민생 이슈가 공공연히 언급되었지만, 실체나 구체적인 요구, 정책이 없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포럼의 첫 발언을 맡았던 홍일표 더미래연구소 사무처장(전 참여사회연구소 연구실장)은 총선 이후의 상황을 ‘정치가 사라진 정치’, ‘시민 없는 협치’, ‘야당 없는 야당’, ‘미래 없는 진보’라고 비판하면서 정치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보수우경화 경향에 대해서 우려를 표했다. 윤홍식 소장 역시 이번 총선은 ‘집권 보수 대 비집권 보수’ 구도로 정리된 것 같다며 새누리당의 패배, 더불어민주당의 승리가 아니라 오히려 보수의 입지가 공고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국민의당의 약진에 대해서는 보수화에 대한 경계도 있었지만 보다 큰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국민의당 자체에 대한 평가나 지속가능성에 대한 질문과는 별개로 현실적인 제3의 선택지가 제시됨으로써 유권자들이 보다 자유롭고 편안하게 투표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어느 선거보다 유권자들에게 정치효능감을 주었고, 무엇보다 이제는 더 이상 기득권 양당체제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주었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단순히 정치적 시그널(신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의당을 포함하여 다당제로 가는 움직임이라고 볼 수도 있다. 다당제가 형성되면 정당들이 보다 능동적으로 유권자들의 요구에 따라 움직이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소수 진보정당의 부진에 대한 평가도 교환했다. 진보정당의 초라한 성적에 대해서 정책적 대안의 부재나 소통의 부족보다는 보수 정권 아래서 상대적으로 개혁적인 야당이 있는 경우, 진보정당의 정치적 효능성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권때 치러진 2004년 총선의 민주노동당처럼, 상대적으로 개혁적인 정권에서는 진보개혁적 제2야당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보다 선명한 정치적 메시지를 보낼 수 있지만, 현재와 같은 보수적 정권 아래서는 유권자들에게 쉽지 않은 선택이 된다. 

 

참여사회 2016년 6월호(통권 235호)

4월 29일 열린 <참여사회 포럼 : 전환> 두 번째 시간에는 ‘정치적 장벽’을 주제로 토론이 진행됐다. 이날 포럼에는 김종욱(참여사회연구소 기획위원), 김태일(연구소 간사), 박근용(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 박정은(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박창규(연구소 기획위원), 윤홍식(연구소 소장), 이관후(연구소 기획위원), 이기찬(연구소 간사), 이선미(참여연대 시민감시1팀장), 이영제(연구소 기획위원), 이재근(참여연대 정책기획실장), 장석준(연구소 기획위원), 홍일표(더미래연구소 사무처장)이 참석했다.

 

유권자의 목소리가
배제된 총선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의 총선대응활동에 대해서는 반성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번 총선결과를 보면 대부분의 언론의 예측이나 여론조사가 빗나갔는데 시민사회단체의 정치적 판단이나 총선결과에 대한 예측도 사실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국민의당에 대한 높은 지지는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고 앞으로의 활동에 있어서도 보다 면밀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라는 자성이 있었다. 

또한 유권자운동을 위해 개선해야 할 과제들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도 되었다. 선거과정에서 유권자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 없다는 것, TV토론 등 공론장에서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자질이나 정책을 충분히 검증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하고 이를 강제할 수 없다는 한계들이 지적되었다. 

기존 양당체제에서 정당, 정치인들이 유권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 소수 진보정당이 선거 구도로부터 겪는 취약성, 현행 소선거구제를 포함한 선거제도의 문제점과 한계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정치적 장벽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가운데, 토론의 중후반부에 가장 심각한 장벽으로 제기된 것은 보다 근원적인 문제였다. 

정치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 전반에 신뢰체계가 붕괴되었다는 지적이었다. 이관후 위원은 이번 총선에서 신뢰체계가 무너졌기 때문에 기존 정당이 모두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이영제 위원의 평가도 비슷했는데, 그 어느 때보다도 유권자들과 지지정당과의 관계가 이완된 선거였고 그것이 총선결과에 반영된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박창규 위원도 막판까지 무응답층의 비율이 다른 총선과 비교해서 상당히 높았는데, 이것은 고심 끝에 정치적 선택을 하려는 적극적 관망세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지지정당, 후보를 드러내거나 권유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정당들이 구태를 보였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유권자들에게 정책을 보고 찍으라고 하는데, 정책이 지켜진 적이 없다. 비전대로 실현되거나 공약이 실천된 적이 없다. 그런데 어떻게 공약을 보고 뽑으라는 것인가? 조금 심하게 말하면, 시민단체가 더 나쁜 것이다. 유권자들이 보기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관후 위원의 이런 지적은 우리 정치가, 우리 시민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정치적 장벽과 곤혹스러움을 잘 표현해 주고 있었다. 

 

무너진 신뢰체계 회복위해
적극 나서야

그러나 무너진 신뢰체계를 회복하기 위한 꾸준한 노력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장석준 위원은 울산, 창원 등의 지역에서 진보정당이 10년 이상 기초의회에서 풀뿌리정치를 해왔고 단체장 등에 도전해 성과를 내고 있지만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홍일표 사무처장 역시 민주당에서 3년 가까이 을지로위원회를 통해서 현장의 목소리와 요구를 들었고 이를 정책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활동에 평가할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 전반적으로 신뢰가 무너져 있다는 것은 다시 한 번 곱씹어야할 부분으로 남았다. 정치, 정당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신뢰도 역시 해마다 하락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에 대한 주문도 있었다. 시민단체 역시 주요한 정치적 행위자로서 정치권의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선거제도 개혁뿐만 아니라 정당개혁에도 압력을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정당뿐만 아니라 언론과 여론조사도 민의를 포착하는데 철저히 실패했는데, 이것이 시민단체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었다. 언론 및 여론조사의 예측이 빗나간 것이 단순히 편향, 무관심, 실력 부족이나 방식의 오류가 아니라 개인들의 소통 구조를 비롯한 전반적인 사회구조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뿌리내리지 못한 정당, 그리고 파편화되어 있는 국민들 사이의 공간에 시민단체가 보다 파고들어서 역할을 한다면 과거에 비해 줄어들었다고 평가되는 사회적 영향력이나 발언권을 회복하고 나아가 더 성장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 맞는 새로운 활동방식을 모색하고 회원 및 시민들의 힘을 모으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에 대체적으로 공감했다. <참여사회포럼 : 전환>은 앞으로도 참여연대와 시민사회의 과제, 가능성과 한계를 확인하면서 전환의 필요성과 장벽에 대해서 토론을 지속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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