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6년 06월 2016-05-30   526

[통인뉴스] 소비자 피해 구제하는  집단소송법 제정해야

 

소비자 피해 구제하는 
집단소송법 제정해야

 

 

글. 최인숙 민생팀장

 

 

미국 한 지방법원은 5월 3일 존슨앤존슨의 베이비 파우더 제품을 사용해 난소암에 걸린 피해자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해당 기업에 5,500만 달러(약 630억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실제 피해배상금은 500만 달러지만 그 10배의 징벌적 손해배상금 5,000만 달러가 포함되었다. 반면 지금까지 알려진 140여 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피해자가 2,000 명에 달하는 가습기 피해자들은 진상규명은 물론 배상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피해자 일부가 5월 16일 옥시 레킷벤키져 등 기업들과 국가를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반사회적 행위한 기업,
처벌·배상 제도 없어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을 생활용품으로 둔갑시켜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간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안방의 세월호 참사’라고 불리는 이유는 국민들이 건강과 생명, 안전에 대한 위협과 함께 국가로부터 기본적인 사항에 대해서 보호받지 못한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외에도 기업의 비윤리적 행위로 인한 소비자 집단 피해 사례는 많다. 정유기업의 담합으로 비싼 가격에 휘발유를 구입, 과대·허위 광고로 인해 불필요한 제품을 구입, 토익 시험 시행사의 부당한 약관으로 인한 환불 피해, 교복제조사의 가격 담합, 카드사·금융권·유통대기업의 개인정보 대량유출 및 불법판매 등 소액 다수의 소비자 피해가 다양한 분야에서 제기됐다.

이렇게 집단 피해 사례가 재발하는 이유는 고의적이고 반사회적인 행위를 한 기업을 처벌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소비자 피해를 구제하는 (소비자)집단소송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현행 제도에서도 손해배상소송을 통해 법적구제를 받을 수는 있지만, 광범위한 피해자가 발생한 동일한 사건이라해도 소송은 개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소송절차도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며, 피해입증책임이 소비자에게 있어 실제로 보상받기가 매우 어렵다. 

그러나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소비자 보호 정책을 시행하고 있어 해외에서 집단 소송을 당한 우리나라 기업들은 피해자 등에게 고액의 배상금을 지불하기도 했다. 

 

 

참여사회 2016년 6월호(통권 235호)

 

20대 국회 최우선 과제,
소비자집단소송법 제정

참여연대는 창립 초기부터 국가 및 공공부문에서의 기본권 침해문제에 대해 피해자들과 여러 차례 공익성격의 집단소송을 제기해왔다. 출근길 2호선 지하철에서 역과 역 사이에 멈춘 전동차 내에 갇혔던 19명을 대리해 진행한 손해배상소송을 통해 1인당 10만원씩 위자료를 받았고, 지리산 천은사에 지급한 문화재 관람료 1천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은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았다. 김포공항 주민들의 소음피해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도 승소했다. 

기업의 불법행위로 인한 공익적 집단소송도 진행한 바 있다. 2002년 영리목적으로 고객 정보를 무단 수집해 보험모집인에게 배포한 삼성생명에게 1,0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고, 피해자 일부가 집단소송을 제기해 배상금을 받았다. 2006년 KTF가 가입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무선 인터넷서비스(매직앤)에 가입시킨 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2014년 3월 롯데, KB국민, NH농협 등의 신용카드3사의 개인정보 대량유출사건, 2015년 5월 홈플러스의 보험사에 고객정보를 보험사에 불법판매한 사건, 이동통신 3사와 제조 3사의 휴대폰 보조금을 부풀려 소비자에게 사기 판매한 사건 등에 대해 서도 피해소비자들과 집단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와 같이 소비자집단소송제도는 소비자가 제조물피해, 담합피해, 개인정보유출피해, 부당약관피해, 허위과장광고 및 표시피해, 전자상거래·방문판매·할부판매 등을 통해 피해를 입은 경우 그 중 일부의 소송 승소로 관련 소비자가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받도록 해 소비자 권익을 옹호하고 기업의 담합·불법·불공정행위를 차단하도록 하는 취지다. 즉 법을 위반한 기업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사회경제적 약자인 소비자에게 대항력을 주어 보다 쉽게 배상받도록 하고, 기업의 반복적인 위법행위를 사전 예방하는데 효과적이다.

기업은 “기업 이미지가 훼손되고 신뢰도가 하락하면 기업경제활동이 위축되어 시장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집단소송제 도입을 반대해왔다. 그동안 재계 의견만을 수용한 결과 개인정보는 기업이 사고파는 제품이 되었고 소비자는 호갱으로 인식됐으며, 결국 생명까지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차츰 소비자권리를 강화하는 (소비자)집단소송제 도입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기업의 담합 등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 도입을 제시했다. 19대 국회에서는 여당 의원도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20대 총선에서도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이 집단소송제 도입을 공약했다. 이제 정부와 국회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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