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6년 06월 2016-05-30   694

[여는글] 정의를 돈으로 거래하는 자들

 

정의를 돈으로 거래하는 자들

 

 

글. 하태훈
참여연대 공동대표.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형법과 형사소송법을 강의하고 연구하는 형법학자다. 참여연대 초창기부터 사법을 감시하고 개혁하는 일에 참여했다. ‘성실함이 만드는 신뢰감’이라는 이미지가 한결같도록 애써야겠다. 조금씩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서초구에 살고 있다.

왜 변호사를 산다고 하나
50억, 100억! 요즘 언론에 오르내리는 변호사의 사건 수임료 또는 연수입이다. 누가 왜 변호사에게 그런 천문학적인 수임료를 주는가. 이유는 돈값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변호사를 산다’고 말한다. 이 말에 변호사들은 알레르기 반응이다. 우리가 무슨 가격표가 붙어 있는 물건이냐, 몸값이 매겨져 있다는 말이냐, 질병을 고치는 의사는 산다고 안하면서 왜 사회적 질병을 고치는 우리만 산다고 하느냐 등등 불만이 많다. 그 말의 유래는 알 길이 없다. 왜 그런 언어관행이 생겼는지 짐작만 할 뿐이다. 우리가 누구에게 일을 시킬 때 사람을 쓴다고 말한다. 일을 맡길 때 사람을 산다고도 한다. 변호사도 마찬가지로 불구속이든 무죄든 감형이든 자기가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기는 것이므로 산다고 표현하는 것 같다.

법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그 궤를 같이 하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하다. 법이 명확하지 않아 그 법을 해석하여 적용하는 것이 시민에게는 ‘이현령비현령’으로 보일 수도 있다. 누구는 무혐의처분해 주고 누구는 구속기소하고, 누구에게는 무죄판결이 나거나 집행유예가 선고되고 형량이 줄어들기도 한다. 그래서 소위 몸값이 나가는 거물급 전관 변호사를 사면 전화 한통으로 구속도 면하고 무혐의 처분을 받거나 유리한 판결을 받아낼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사법현실이 법 앞에 만인이 공평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믿기 때문에 변호사를 사서 일을 맡기면 자기가 원하는 대로 일처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생기는 것이다. 변호사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정의가 돈으로 매수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처럼 비싼 값을 들여 변호사를 사면 그 변호사가 자기가 지불한 만큼 무언가를 해 낼 것이라는 기대가 있으므로 거액의 몸값을 들이고 싶은 것이다. 

 

참여사회 2016년 6월호(통권 235호)

 

전관 변호사 몸값 올려주는 현직이 더 문제
전관이나 친분의 예우를 받아 몸값과 도장 값이 오르는 변호사가 있다면 그를 예우해 주는 현직 판검사가 있다는 얘기다. 우리는 이 지점에 주목해야 한다. 전관예우를 받는 변호사에게만 손가락질을 해댈 것이 아니라 그들의 청탁을 받아, 아니면 접대를 받거나 각종의 인연 때문에 알아서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현직 판검사에게도 돌을 던져야 한다. 현직 판검사는 자신도 나중에 현직에서 물러나면 전관이 될 수 있으므로 그러한 예우를 해주고 기대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공평무사해야 할 공권력을 사적 이익과 맞바꾸는 부패한 거래다. 전관 변호사와 현직 판검사 사이의 공생과 침묵의 카르텔이 공적 사법을 갉아먹는다. 사법의 영역에서 편법과 뒷거래로 법치주의가 침식되기 시작하면 사법정의의 최후 보루가 무너지게 된다.

생명력이 남달라 잊을만하면 다시 살아나는 ‘전관예우’라는 법조비리를 줄이려면 법적·제도적 거름장치가 다양하고 그물망처럼 촘촘해야 한다. 옥상옥이어도 좋다. 과다한 수임료 약정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는 하급심 판결과 성공보수약정이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도 있고 변호사의 사명과 윤리에 비추어보면 수임료 약정을 자율에 맡길 것은 아니다. ‘변호사보수기준에 관한 규칙’을 정해야 한다. 그래야 변호사를 사는 것이 아니라 변호사의 법률서비스를 산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법조브로커를 고용한 위법행위를 막고 전직 판검사에 대한 전관예우를 줄이겠다고 설립한 법조윤리협의회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지위와 권한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 그래서 법조윤리의 감시망이 파놉티콘처럼 사방으로 비출 수 있게 해야 한다. 지금은 대한변호사협회에 징계개시를 신청하거나 검찰수사를 의뢰해도 뭉개면 그만이다. 사건수임제한 변호사법 위반행위는 몇 푼의 과태료가 아니라 형벌로 겁을 먹게 해야 한다. 향후 시행될 소위 ‘김영란법부정청탁과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이 그 이름을 떨치기를 기대하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도 도입·설치하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평생 판검사제를 정착시켜 중간에 옷을 벗는 전관 변호사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이 사법절차를 대신하면 법조브로커나 전관예우 의혹이 사라져 사법정의가 실현될 것이라는 시민의 믿음이 확산되기 전에 2016년판 사법개혁의 불을 다시 지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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