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0년 12월 2020-12-01   635

[소.활.행] 작지만 소중한 활동가들의 행복한 일상

소.활.행

작지만 소중한 활동가들의 행복한 일상

정리. 미디어홍보팀 이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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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근 권력감시국장   

 

#아침의_선물같은_나팔꽃 간사들은 사무실에서 어떻게 지낼까요? 검사, 판사 고위공직자와 정치인들의 막말, 범죄, 윤리 위반을 들여다보는 일은 중요하지만, 간사들의 마음을 피폐하게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간사들은 산책 등 소소한 취미생활을 합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반려식물 키우기입니다. 뒤뜰과 카페통인 앞마당을 정원 삼아 식물을 가꾸는 이태호 정책위원장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기 자리에서 소소하게 반려식물 키우기로 만족하죠. 반려식물 키우기에 관심 있는 간사들끼리 ‘허브나라’ 텔레그램 방도 개설했답니다.

저도 소박하게나마 허브 화분 두어 개를 기릅니다. 특별히 봄이 오면 나팔꽃을 키우고 있어요. 빈 화분에 나팔꽃 씨앗을 심고 물을 주면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 싹이 나고, 어느새 덩굴 줄기를 뻗죠. 그러다 아침에 출근해보면 선물처럼 푸르고 작은 꽃을 피웁니다. 나팔꽃의 영어 이름이 Morning Glory 랍니다. 공수처법 같은 개혁입법은 24년이 걸렸지만, 나팔꽃은 두어달 만에 틀림없이 피어나요. 삼각산을 배경으로 피어난 나팔꽃 구경해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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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희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한 달 간격으로 반려견 ‘못난이’와 ‘큼직이’를 한꺼번에 떠나보냈다. 함께한 17년은 쏜살같았는데 아이들이 떠난 후 시간은 참 더디게 흘렀다. 사람들과 만나고 웃고 떠들고 이야기를 나눠도 마음 한 구석은 어둠 속에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아이들을 떠나보낸 계절이 돌아왔고, 더 이상 울지 않게 됐다는 걸 알았다.

‘나나’를 만난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평소 유기견 보호센터의 입양 홍보글을 보면서 언젠가 못난이, 큼직이 같은 애들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꿈꿨다. 가족들과 강아지 입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새로운 가족을 맞이할 용기와 자격을 갖추려고 많이 노력했고, 처음엔 입양을 반대했던 부모님도 막상 사진을 보여드리니 내심 기대하시는 듯 했다. 그렇게 여느 날과 같이 유기견 보호센터 홈페이지를 보던 중 영상 속에서 열심히 꼬리를 흔드는 나나가 눈에 띄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첫눈에 나나와 사랑에 빠졌다.

나나를 입양한 지 벌써 두 달이 되어간다. 나나는 그동안 체중이 1.2kg 늘었다. “앉아”, “엎드려”, “손”, “뽀뽀” 등 개인기를 배우고, 가족들 머리맡에서 잠드는 걸 좋아하며, 산책할 때는 사람과 강아지 모두에게 인사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외향적인 성격인 것도 알았다. 요즘은 나나가 크는 모습을 매일 사진과 영상으로 찍어 SNS에 게시하고 있다. 나나가 크는 모습을 보시고 싶다면, 나나의 첫 배변 순간을 함께하고 싶다면 여기로 놀러 오시길! 인스타그램 @nana.powerpuff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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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화 경제금융센터 간사  

#슬기로운_대학원생활 지난해 초 친구들과 술 한 잔 기울인 일이 있었습니다. 청소년기에 만나 지금까지 잘 알고 지내며, 참여연대 활동도 응원해주는 고마운 친구들이지요. 그날, 작별 인사를 하기 전에 한 친구가 제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카카오톡 열어봐. 우리끼리 약소하게 모았어. 책이나 사보라구.” 핸드폰 화면에 찍힌 온라인머니 30만원. 친구이자 참여연대의 회원으로서, 활동가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보내준 것이었습니다.

제가 올해 처음으로 일하게 된 경제금융센터. 온갖 금융, 경제 관련 용어를 익히고, 새로운 이슈를 따라가다 보면 제가 대학원을 두 곳을 다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래도 아침에 지배구조개혁을 이야기하다가 저녁에 맑스의 자본론을 읽으면 그만큼 현실과 이론이 모두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텍스트에 파묻혀 허우적대다 일주일을 보내도 괜찮습니다. 즐거우니까요!

참여연대에는 저처럼 배우고, 학습하는 것을 즐기는 활동가들이 많습니다. 개인 시간을 쪼개 가며 주경야독 형설지공 학생들이 여럿 있습니다. 우리가 있는 곳과 다른 곳에서 바라보고, 익숙지 않은 곳에서 낯설게 바라보는 것. 이런 게 배움의 즐거움 아닐까 합니다. 일주일에 한두 번, 오전에 국회 기자회견을 갔다가 오후에는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다시 사무실로 와서 저녁 회의에 참석하는 생활을 이어갑니다. 조금 피곤해도 좋습니다. 매순간이 새로우니까요! 오늘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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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수빈 사무국(카페통인) 간사 

#나에게_독서모임은 최근 나의 일상은 독서모임에 나가는 것이다. 독서모임은 이번이 처음인데, 책에 대한 다른 사람 생각을 들을 수 있는 한편, 남들 앞에서 내 생각을 말하는 게 부끄럽고 그 생각이 틀리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망설여지기도 한다. 독서모임에서 가장 어려웠던 책은 김영민 교수의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라는 책이다. 어려운 만큼 한 문장, 한 문장에 집중하면서 읽었다, 그중 가장 마음이 간 문장은 이 부분이다.

“확대된 시야 없이는 상처를 심미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거리를 확보할 수 없다. 동시에 아무리 심미적 거리를 유지해도 상처가 없으면, 향유할 대상 자체가 없다. 상처가 없다면 그것은 아직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캔버스, 용기가 없어 망설이다가 끝낸 인생에 불과하다.”

이 문장을 정말 여러 번 곱씹었다. 지금의 내게 꼭 필요한 말이면서, 이미 스스로 알고 있는 말이기도 했다. 어쩌면 나는 하얀 캔버스에 완벽한 붓질을 할 수 있는 손재주가 필요한 게 아니라, 그저 캔버스 위에 점 하나를 찍는 손 그 자체가 필요한 것인지 모른다. 상처 입는 게 두려워서 아직 붓조차 들지 못하고 있는 내 손을 잘 알아서인지 너무 쉽게 쓰인 듯한 이 문장이 야속하기도 했다. 지금은 내 방 한쪽 구석을 차지하는 글귀가 되었다. 만약 독서모임에 나가지 않았다면, 나는 이 책의 존재를 모르고 지나갔을지 모른다. 그래서 독서모임은 내 생각을 말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지만 의외의 책과의 만남도 포기할 수 없기에 앞으로도 내 일상 속에 소중히 자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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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미 시민참여팀 간사 

#코로나블루 #강원피스투어 코로나의 시간은 한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라는 강력한 조치가 내려졌다. 가게들이 문을 닫고, 빵 하나 살 때도 출입명부를 적어야 하는 시간이 지속됐다. 이때 참여연대도 재택근무를 했는데, 연속 5일을 집에서 ‘격리된’ 채 보낸 적도 있었다. 재택근무는 막막한 시간 속에 두려움과 싸우는 느낌이었고, 그 기간이 길어질수록 기분이 축축 처져서 쉽게 헤어 나오기 어려웠다. 말로만 듣던 코로나블루가 찾아온 것이었다.

“강원도 양구 피스투어 가지 않을래요?” 거리두기가 1단계로 나아진 어느 날,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나의 대답은 흔쾌했다. “좋죠!” 강원 피스투어는 강원 지역의 전쟁의 흔적을 돌아보고 통일과 평화를 교육하는 사회적기업이다. 나는 양구 펀치볼둘레길, 전쟁기념관을 둘러보며 어떻게 하면 평화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을까, 많은 생각을 했다.

피스투어 마지막 일정은 사회적기업 카페 카미노에서의 저녁식사. 넓다란 식탁에 가지런히 세팅된 음식을 마주하니 절로 감탄이 나왔다. 마치 영화에서 본 듯한 유럽 시골농가의 풍성한 저녁식사 같았다. 우리는 오랜만에 긴장을 풀고 맘껏 맛있는 식사를 즐겼다. 그날 이후, 나는 코로나블루에서 조금씩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건 아마도 강원도에서 느낀 환대 덕분이 아니었을까. 강원도 자연의 힘, 싱그럽게 빛나던 음식, 따뜻한 불빛, 좋은 이들과의 만남, 평화와 미래에 대한 희망, 이런 긍정의 감정들이 그간의 우울함을 밀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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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민 사법감시센터 간사  

입사 포부도 아니고 #입사첫해_소회. 참 애매한 주제입니다. 이미 8개월쯤 지나버린 상황에서 ‘앞으로를 기대하시라’ 패기 넘치게 뻥카를 날릴 수도 없고 ‘제가 이것까지 해봤다 이 말입니다’ 자랑할 허세도 없기 때문입니다. 하는 수 없이 정직한 소회를 써야겠습니다. 엄청난 일이 있을 것이라는 상상의 나래를 펼친 것과 다르게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공수처, 공수처, 또 공수처 혹은 사법농단, 사법농단, 또 사법농단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이곳에 익숙해지고 싶은 마음과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마음이 충돌합니다. 해왔던 방식을 마냥 고수하고 싶지 않으면서도 다른 선배들처럼 매사에 능숙해지고 싶기도 합니다. 두 가지 지향성을 동시에 갖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주 게을러집니다. 종일 뉴스를 달고 살며 현안에 대해 입장을 내면서도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세상과 무관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가령 열심히 쓴 논평이나 보도자료가 단 한 줄도 보도되지 않았을 때 같은 경우입니다.

허탈하지만 어쩌겠어요. 세상이 날 무관하게 여긴다면 얼굴을 조금 더 두껍게 깔고 억지 유관이라도 만들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상상 이상으로 상상력이 필요한 일입니다. 이미 합격했고 정간사가 된 마당에 솔직하게 하는 얘기지만, 적절한 인재가 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겠습니다. ‘어쩌다 쟤를 뽑았지’하는 후회는 거절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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