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0년 12월 2020-12-01   915

[만남] 100번째 인터뷰 – 이현주·강필원·강민석·강예윤 가족회원

한 지붕 회원 넷

이현주·강필원·강민석·강예윤 가족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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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번째 만남을 위해 우리는 고민의 고민을 거듭했다. 조금은 특별한 주인공을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우연히 발견한  가족회원. 한 지붕 아래 사는 네 명이 모두 참여연대 회원이다. 이들 가족이 참여연대를 후원한 기간은 도합 38년, 자녀들은 옹알이도 하기 전부터 참여연대 회원 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도 네 명 모두 후원내역 외에 활동 기록은 전무했다. 망설일 필요도 없이 이 베일에 싸여있는 이 가족회원을 만나기 위해 지난 10월 14일, KTX를 타고 부산으로 향했다.  

가족 중에서는 아버님이 2008년에 가장 먼저 회원으로 가입하셨는데, 맨 처음 가입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강필원 2008년이면 제가 만 서른여덟이었네요. 아마 그때 제가 회사에서 진급을 해야 할 때였는데, 내가 과연 그 위치로 가서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했던 거 같아요. 왜냐면 주변에 진급한 분들 보면 동료나 후배들에게 위치에 걸맞는 영향력을 끼쳐야 하는데, 오히려 위로 올라갈수록 하늘만 쳐다보는 ‘해바라기형’들이 많았거든요. 그러다 결국 한 사람한테도 선한 영향력을 끼치지 못하고 퇴직하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기부에 대해서도, 보통은 내가 이다음에 돈 많이 벌면 기부해야지 말하지만, 돈을 벌수록 나보다 더 많이 버는 사람들과 비교하게 되고 그러면 결국 기부를 못 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기부는 그게 단돈 천 원이라도 마음먹었을 때 바로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후원을 시작했죠. 

후원이나 기부가 필요한 단체는 많을 텐데, 왜 하필 참여연대를 선택하셨나요. 

강필원 최근 몇 년 사이 티비에 유니세프라든지 그런 광고를 많이 하잖아요. 저도 월드비전에 기부하고 있지만 가끔은 너무 심하게 불쌍한 애들을 광고로 보여주는 게 보기 좋지만은 않아요. 30년 전만 해도 서울역 앞에 몸 불편하신 분들이나 구걸하는 분들도 많이 계셨죠. 우리가 아무리 제도상으로는 다 챙긴다고 해도 그분들은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잖아요. 그런 부분을 커버해주는 게 시민단체라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약자에 대한 시스템을 보완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에 몇 푼 안 되는 돈이지만 시민단체에 더 힘을 싣자는 생각이 강했어요.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어요. 

참여연대, 월드비전 외에 또 후원하시는 단체가 있으신가요? 

강필원 현재는 참여연대, 경실련, 월드비전, 부산환경연합을 후원하고 있어요. 참여연대랑 경실련을 먼저 가입한 것 같고, 그다음 순서는 잘 기억 안 납니다. 월드비전 같은 경우, 후배 직원이랑 얘기 나누다가 자기는 월드비전을 후원한다고 나보고 좀 해달래요, 그래서 그럼 넌 참여연대를 후원해라 해서 서로 가입하게 됐죠. 부산환경연합은 한 7~8년 전에 회사 일로 을숙도 횡단 작업을 수행하는데, 인허가를 내주는 관청에서 환경단체에 협의를 받아오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인허가 받으러 갔다가 그 자리에서 2만 원을 후원하고 지금까지 꾸준하게 하고 있죠. 

여러 단체를 후원하면 한 달 후원 비용도 만만치 않을 텐데, 부담을 느끼진 않으세요? 

강필원 제가 한 달에 15만 원씩 기부활동을 하는데, 농담 반 진담 반이지만 자랑하려고 기부한다고 말해요. 친구들, 회사 동료, 비슷한 또래들에게 일부러 더 자랑하는 것도 있고요. 그러면 주변에서는 “기부를 왜 하느냐, 그거 다 떼이는 거 아니냐” 그렇게 말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그럼에도 꿋꿋하게 자랑을 많이 하는 이유는 저처럼 기부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많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죠. 오늘 인터뷰도 자랑하려고 하는 거예요.(웃음) 책 나오면 부모님이나 주변 친지들한테 알리려고요. 마음 같아선 달에 한 2, 30만 원 하고 싶은데 와이프 눈치 때문에.(웃음) 

아내 분은 남편의 기부 활동이나 참여연대 가입 권유를 받을 때 거부감은 없으셨어요? 

이현주 평소 애기아빠 생각이나 가치관에 대해 잘 아니까요, 저희가 2008년에 결혼했거든요. 연애할 때부터 기부도 본인의 신앙이라 말하더라고요. 이 사람은 어려운 사람 직접 도와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단체나 시민단체에 기부해서 이런 단체가 일을 하게 해야 된다, 직접 가난한 사람을 돕는 건 계속적으로 연결이 안 되기 때문에 시민단체를 후원하는 게 좋다고 늘 말했거든요.

저도 그전까지는 참여연대를 잘 몰랐다가 <참여사회>가 오면 읽고, 관심이 생겨서 네이버 검색도 하다보니까 사회감시망, 정부에 대해 쓴소리 하고, 못하면 못하는 거에 대해서 국민을 대변해서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됐죠. 남편은 뭐 자기가 승진하면 연봉 올려서 (기부금을) 더 늘리겠다 그렇게 말하더라고요.(웃음) 

자녀들은 한두 살 때, 거의 태어나자마자 가입을 했어요. 이렇게 가족을 모두 가입시킨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강필원 와이프랑 아이들이 정확히 언제부터 후원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나중에 제가 안 좋은 상황에 처했을 때 그래도 내가 몇 년 후원한 사회단체에서 나의 아픔이나 어려움에 대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나도 언젠간 사회적 약자가 될 수 있는 거고, 그런 차원에서 보험을 들어두는 느낌이랄까. 

또 나중에 애들이 스무 살, 서른 살 됐을 때 후원한 지 30년쯤 될 거잖아요. 지금도 월드비전은 우리 애들 앞으로 고맙다고 사진이나 편지를 보내주니까, 둘째는 아직 잘 모르는 거 같고, 첫째는 자기가 기부하고 있다는 걸 아는 거 같더라고요. 그게 20~30년 이어져서 아이들이 다 크면 ‘기부’를 당연히 해야 하는 걸로 알게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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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교육관도 조금 남다르실 거 같아요. 예은이와 민석이가 앞으로 어떤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라시나요?  

강필원 남이 정해놓은 기준이 아닌 진짜 자기가 생각하는 바대로 살기를 바라죠. 대한민국 교육은 줄세우기고, 기득권들이 자기 기득권을 유지하고 세습하려고 공부를 시키잖아요. 저는 그렇게 자기 출세 가도에 자식을 들러리 세우기보단 나중에 커서 생활하는 데 도움 되는 정도로만 교육 시키려고 해요. 강압적이지 않은 분위기를 만들고 싶은데 잘 안되죠.  

또 앞으로 기본소득 시대가 될 거라고 하는데 저의 모토는 ‘적게 벌고 적게 쓰자’거든요. 굳이 나이키 안 사 신고, 외제 차 안타도 자기 상황에 맞게 살면 좋겠어요. 우리나라가 남한테 보여주기 문화가 특히 심한데, 여기도 대부분 사람들이 와서 광안대교 사진 찍고 SNS에 올리고 그러는 게 더 심해진 거 같아요. 남한테 보여주기 위해서 너도나도 과소비하는, 과시형 생활에 젖어 있는 거죠. 우리 애들은 절대 남들 의식하지 말고 자기 소신껏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 부모로서의 역할 아닐까 해요. 

강필원 회원은 인터뷰 중간 잠깐 쉬어가자며 광안리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베란다로 우리를 안내했다. 탁 트인 바다 풍경이 새삼 이곳이 부산이라는 사실을 실감케 했다. 지난 주말, 모처럼 서울로 여행을 다녀왔다는 가족은 종로구 익선동 풍경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반대로 한 번도 서울을 벗어나서 살아본 적이 없는 나는 이 지역, 부산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부산에 사신 지는 오래 되셨어요? 

강필원, 이현주 태어날 때부터 쭉 살았죠. 

완전 토박이시네요. 부산의 명물이나 자랑거리 좀 소개해 주세요.  

강필원 제가 평소 직장에서는 부산 홍보대사란 소리를 좀 듣습니다.(웃음) 예전에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땐 부산 교통이 형편없다는 말이 있었어요. 왜냐면 산이 많기 때문에. 그래서 부산이 교통이 안 좋은 단점은 있지만, 그걸 뒤집으면 누구나 자기 집 뒷산을 가지고 있고 누구나 자기 집 앞마당에 바다가 있다는 게 장점이죠. 

최근 관심 갖고 있는 부산의 지역 이슈는 무엇인지 궁금해요.

강필원 최근에는 부동산. 지금 부산은 난리인 거 아시죠? 9개월 만에 10억이 올랐으니까요. 국토부 장관도, 경제부총리도 임대차3법이 좀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했지만 부산은 조정지역 해제에 임대차3법까지 돼버리니까 상승세를 제대로 탔죠. 서울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직접 오지도 않고 전화로 막 사는 거 같더라고요. 그런 투기 세력만 보고 부동산 가격을 올려놓으니까, 정작 실수요자가 전세를 못 구하는 상황이에요. 부산 시민들은, 특히 올해 결혼 날짜 잡은 후배들은 이제 막차를 잡으려고 하는데, 심하게 얘기하면 폭탄 돌리기 게임에서 그 폭탄을 쥐고 있는 심정인 거죠. 문재인 정부가 서울 강남 집값 잡으려다 다른 지역까지 다 퍼지는 상황이 된 것 같아요.

서울 중심의 부동산 정책이 다른 지역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는 말씀인가요. 

강필원 그렇죠. 서울 위주로 (정책을) 하니까 광역 도시는 지금 난리 난 거거든요. 아예 전국을 다 풀어버리든지 아니면 전국을 똑같이 규제해 버리든지 해야 하는데, 국토부는 아파트 값을 잡으려고 하고, 기재부는 경기활성화를 위해서 내버려 두고 있으니까. 

부산이 내년에 보궐선거도 있잖아요.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 출신인데, 막상 선거를 치러보면 여전히 보수적인 색채가 강한 것 같아요. 

강필원 오늘도 30년 넘은 친구들과 한달에 한 번 모임하는 날인데 거기서는 이런 (정치) 얘기하면 싸웁니다. (웃음) 저는 사실 97년 대선 때 이회창 찍었어요. 당시 부산 문화가 김대중보다는 YS, 그런 게 남아 있었겠죠. 그러다가 저도 2002년에 회사 파업 때문에 약간의 의식화라고 해야 할까요, 의식화라는 말이 안 좋게 들릴 수 있지만 노조 역할이 컸다고 생각해요. 그 뒤로 <한겨레신문>에 ‘한토마’라고 ‘한겨레 토론 마당’을 많이 보면서 세상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됐다고 해야 하나, 세상이 이렇구나 라는 걸 많이 깨달았어요. 지금 참여연대에서 해야 할 역할이 그런 교육의 기회를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정리. 미디어홍보팀 이한나    

사진. 이영미 시민참여팀 간사  

녹취. 조연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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