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1년 03월 2021-03-01   807

[이달의 참여연대] 국정원법 개정이 ‘용두사미’인 이유

국정원법 개정이 ‘용두사미’인 이유 

2013-2020 국정원법 개정운동 

글. 김효선 행정감시센터 간사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은 1961년 중앙정보부로 설립되어 국가안전기획부(이하 ‘안기부’)를 거쳐오면서 대공수사를 명분으로 민간인을 광범위하게 불법사찰하고, 간첩 사건을 조작하는 등 오랜 기간 불법 행위를 벌여온 권력기관입니다. 

 

특히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 당시, 국정원이 박근혜 정부에 비판적 견해를 가진 시민단체와 야당 후보에 대한 비방글을 인터넷에 조직적으로 유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큰 사회적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후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는 범국민촛불집회가 수십 차례 진행됐고, 수많은 시국선언이 이어졌지만 국정원 개혁은 곧바로 이뤄지지 못했고, 이후로도 국정원의 불법행위는 계속됐습니다.

 

국정원 국정원

참여연대의 국정원 개혁 운동의 시작은 2013년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참여연대 국정원 개혁 운동의 시작

이에 참여연대는 2013년 ‘국정원정치공작대선개입시국회의’를 구성하고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7개 단체와 ‘국정원감시네트워크’를 구성하여 국정원의 불법행위를 감시하고 개혁을 요구해왔습니다. 

 

국정원감시네트워크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간 자행된 국정원의 정치개입과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진상조사 요구를 이어갔습니다. 2017년 6월 21일,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가 조사해야 할 국정원 적폐리스트 15가지’를 발표했고, 같은 해 국정원 개혁에 관한 정책의견서 발간, ‘국정원 개혁방안 모색 토론회’ 개최 등 국회에서 국정원 개혁 촉구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이러한 끈질긴 시민사회 요구에 당시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시민단체의 요구를 상당 부분 반영한 진상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IOIntelligence Officer·국내정보담당관 폐지 등 일부 국정원 개혁 작업이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 또한 입법부 차원에서 국정원 개혁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으나, 그 약속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2019년 3월 더불어민주당이 국정원 개혁법을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논의한다고 했다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이관에 미온적인 바른미래당을 고려해 양보안을 내놓는다며 국정원 개혁법을 제외시키는 등 야당의 반대를 이유로 제대로 된 논의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도적으로 국가정보원법(이하 ‘국정원법’)이 바뀌지 않으면, 국정원은 언제든 국민을 사찰하고 인권침해를 반복하는 반민주적인 권력기관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참여연대는 국정원 개혁의 끈을 놓지 않고 국정원감시네트워크 단체들과 꿋꿋이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출근길 행진, 프락치 사건…끈질긴 개혁 촉구

2018년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원 대공수사권 이관 공약을 지켜달라는 기자회견, 국정원 개혁법 연내 처리를 촉구하는 릴레이 1인시위, 국회법 국회 정보위원회 회의 비공개 규정에 대한 헌법소원 등을 진행했습니다. 이듬해 2019년에는 연초부터 개점휴업 중인 국회를 압박하기 위해 3주간 매일 여의도 출근길 거리 행진을 이어갔고, 〈국회 통과를 기다리는 국정원 개혁 입법〉 이슈리포트를 발간해 20대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되도록 촉구했습니다.  

 

특히 국정원이 프락치를 이용해 민간인 사찰, 국가보안법 사건을 조작한 사실에 대해 참여연대는 자체 조사를 진행, 국회와 정부 차원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다시 한번 국정원 개혁의 중요성을 세상에 알렸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갖은 노력에도 국정원 개혁법은 결국 20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임기만료 폐기처리 되고 말았습니다. 

 

국정원

 

마침내 통과된 법안, 개혁일까 아닐까? 

그리고 2020년 5월,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전체 300석 중 176석을 차지하고도 또다시 야당인 국민의힘을 핑계로 내세우며 국정원 개혁법안의 후퇴안을 내놓았습니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하되 조사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수사권 이관을 3년 유예하는 단서까지 붙인 것입니다. 이렇게 후퇴한 법안은 마침내 12월 13일, 여당 단독처리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습니다. 

그동안 수없이 국정원의 수사권 이관과 국내정보수집 금지를 법안에 명시할 것을 요구해온 시민사회는 후퇴된 법안이 통과된 것에 마냥 기뻐하기엔 다소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국정원감시네트워크가 국정원 개혁의 필요성과 국정원 개혁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왔고, 해당 내용이 20대, 21대 국회 발의된 법안에도 포함됐음에도, 여당은 왜 후퇴한 법안을 통과시켜야 했을까요?

그럼에도 이번 법 개정으로 창설 이후 60년 만에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폐지됐고, 국내정보 수집의 근거가 돼온 국내보안정보(대공, 대정부전복) 수집이 직무에서 삭제됐으며, 국회 정보위원회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할 경우, 지체 없이 국정원이 해당 사안을 보고하도록 하는 등 국정원에 대한 국회의 통제기능도 일부 강화됐습니다. 

 

3년 유예된 대공수사권 이관, 국정원 개혁은 미완성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국정원은 오랫동안 대통령 직속 권력기관이자 정권안보기구로서 탈법·위법행위를 일삼아 온 권력기관입니다. 60년 만에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 내용을 포함한 법안이 통과되었다고는 하나, 아직 3년이라는 유예기간이 남아 있습니다.

 

이번 국정원법 개정으로 조사권까지 부여된 국정원이 앞으로 또 어떻게 변할지, 감시의 끈을 내려놓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국정원의 기획조정권한 삭제, 국정원 예산 투명성 강화, 그리고 정보감찰관 제도 도입 등 민주적 통제장치 강화 부분까지 포함되어야 비로소 국정원 개혁이 완성되었다고 할 것입니다. 제대로 된 국정원 개혁이 마무리될 때까지, 참여연대는 시민의 눈으로 계속 감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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