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1년 03월 2021-03-01   387

[이달의 참여연대] 공수처 이후의 검찰개혁

공수처 이후의 검찰개혁

‘권력 분산’을 넘어 권력의 민주화로 

글. 김태일 사법감시센터 간사 

 

 

시민의 힘, 마침내 공수처를 세우다

참여연대의 25년에 걸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운동 끝에 지난 1월 20일, 공수처가 출범하고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의 임기가 시작됐습니다. 안하무인 제 식구 감싸기를 반복해온 검찰의 막강한 기득권에 처음으로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검찰이 비로소 개혁되는 것일까요? 사실 검찰권력 자체는 거의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검찰은 정보수집권, 2차적 수사권 및 수사지휘권, 6대 범죄에 대한 직접수사권, 영장청구권, 기소권, 공소유지권, 영장집행권, 형벌집행권에 이르기까지 재판권을 제외한 형사사법체계 거의 전 과정에서의 권한을 갖고 있으며, 그 재량에 있어서도 이렇다 할 제한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근 여권에서는 ‘검찰개혁 시즌 2’라는 이름으로 공수처 이후의 검찰개혁을 위한 복안들을 다듬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고 있는 개혁 대상은 검찰의 직접수사권입니다. 그간 검찰은 굵직한 사건들에서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사실상의 기획 수사를 하고, 기소할 만한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 또다시 별건수사를 하는 등 권한 오남용 의혹이 숱하게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 때문에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별도 기관으로 분리해내고, 검찰은 기소만 전담하는 기관으로 개편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습니다. 김용민 의원이 발의한 ‘공소청법안’(이른바 검찰청 폐지 법률안)과 황운하 의원 등이 발의한 ‘중대범죄수사청(가칭) 설치법’ 등이 이런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월간참여사회 2021년 3월호 (통권 283호)

1월 21일, 공수처 출범식에서 김진욱 초대 처장은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성역 없이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출처 공수처 홈페이지 

 

‘권력 분산’의 패러다임을 넘어

검찰의 권력은 독점적일 뿐 아니라 대검찰청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조직되어 있어, 그 분산이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분산하는 것만으로 정의로운 권력이 되지는 않습니다. 분산된 권력이라도, 때로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영합하고, 시민들을 탄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15년 11월 故 백남기 농민의 죽음 앞에 검찰은 경찰을 적극 옹호한 바 있습니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양승태 대법원은 박근혜 청와대에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청와대는 역대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들을 검사 출신으로 채우며 사실상 검사들과의 연합정부를 구성했고, 그런 검찰의 묵인 속에 국정농단이 일어났습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거대재벌들이 경쟁 대신 담합을 택하듯, 모든 권력은 언제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서로의 치부를 감춰줄 준비가 돼 있으며, 그 결과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피해로 돌아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수처 이후의 검찰개혁 논의는 ‘권력 분산’ 패러다임에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합니다. 바로 모든 권력에 대한 ‘시민 감시’의 강화입니다. 분산된 권력기관들 각각이 모두 조직 내부 논리에만 휘둘려 권한을 남용하지 않도록, 그 모든 기관에 대해 보다 강력한 외부 시민사회의 감시가 가능해야 합니다. 아쉽게도 현재의 정치권 논의들은 이런 부분에 대한 콘텐츠가 많지 않습니다. 

 

수사와 기소 영역에서 ‘시민참여’ 강화해야  

실제로 수사와 기소 영역에서 우리나라 시민참여제도는 아직 많이 취약합니다. 검찰 내부에 ‘수사심의위원회’나 ‘검찰시민위원회’ 같은 제도가 존재하지만, 이마저도 검찰의 내부규정에 근거하고 있어 사실상 검찰 조직의 입맛대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안에 따라서는 검찰의 불합리한 결정에 면죄부를 주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조작 관여 혐의, ‘검언유착’ 한동훈 검사의 혐의에 대해 수사 및 기소를 중단하라고 권고했습니다. 검찰시민위원회 역시 ‘라임사태’ 핵심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수백만 원대 향응을 받은 검사 3명 중 1명만 기소하고 2명은 불기소하는 결정에 동의했습니다. 전혀 시민의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 결과입니다. 해당 조직들이 검찰 내부규정에 근거하여 이렇다 할 강제력이 없을 뿐 아니라, 구성과 운영의 투명성이 결여되어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들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한계를 넘기 위해선 각 권력기관에 대해 시민들이 직접 민원을 제기하거나 감시할 수 있는 채널을 제도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제도들은 각 기구의 내부규정에 근거해서 만들어질 게 아니라, 보다 구속력 있는 상위법으로 구성하여 실질적으로 권력기관의 권력남용을 방지하고 통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가령 검찰은 옴부즈맨 제도 대상에서도 유일하게 예외여서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를 받지 않는 기관인데, 지난해 말부터 관련법 개정을 통해 검찰에 대해서도 권익위의 민원 접수 및 조사가 가능하게끔 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또한 각 권력기관 내부에 자율성과 투명성이 담보된 시민참여 조직을 구성하고, 이를 통해 권력행사 과정에서 시민의 감시와 통제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표적으로 미국과 영국에서는 시민참여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오남용을 감시, 견제하는 기소배심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 아직 합의된 대안은 아니지만, 검찰 입맛대로 운영되는 현재의 검찰수사심의위원회보다는 공정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공수처 최초 제안 참여연대, 감시는 계속될 것 

이러한 제안들은 신설된 공수처나 앞으로 설치될 가능성이 있는 중대범죄수사청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습니다. 강력한 권력기관인 검찰의 권한 일부를 떼어내 신설되는 기관 역시 권력기관이기 때문입니다. 공수처를 반대하던 일부 정치인들은 ‘검찰이 잘못해서 공수처를 만들었으면, 공수처가 잘못하면 누가 감시하느냐, 공수처 위의 공수처를 또 만들 거냐’고 묻습니다. 그에 대한 대답은, 바로 ‘시민’입니다. 검찰은 물론 이들 기관에 대해서도 시민 참여와 시민 감시의 창구를 제도화해야 합니다. 권력을 분산하고, 책임을 물으며, 그 과정을 시민들이 감시할 수 있게 하는 것, 이를 달리 표현하면 결국 권력의 ‘민주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참여연대는 정치·사법·경제 분야의 거대 권력기관에 대한 감시를 사명으로 삼아왔습니다. 따라서 공수처가 설치되고, 검찰의 권력이 분산되더라도 각각의 기관에 대한 감시를 이어갈 것이며, 참여연대가 감시해야 할 대상도 더 늘어날 것입니다. 더 많은 시민들의 참여와 연대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➊ 1996년 참여연대가 최초 제안한 이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로 불려오다가, 2017년 법무·검찰개혁위원회 

권고 이후 발의된 법안들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명칭으로 채택하면서 변경되었다

➋ 권익위가 시민들의 민원을 접수해 행정기관의 절차 위법 등을 조사, 시정을 권고하는 제도

➌ 무작위로 추첨되거나 추천된 시민 배심원단의 결정에 따라 기소여부를 결정하는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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