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1년 04월 2021-04-01   1499

[통인] 비참여연대적인 것의 참여연대적 가능성 – 진영종 신임 공동대표

참여연대적인 것의
참여연대적 가능성

진영종 참여연대 신임 공동대표

월간참여사회 2021년 4월호 (통권 284호)

©사진 박영록

참여연대 주요활동

2000-2004 협동사무처장

2006-2007 운영위원회 부위원장, 희망1번지 새 보금자리 프로젝트 이전추진위원장

2007-2008, 2011 시민위원회 위원장

2009-2014 아카데미느티나무 원장

2013-2016 운영위원장 

2016-2018 정책자문위원장 

“참여연대는 사실 혼자가 아이고 만나면서 힘이 나고 또 우리끼리만 만나면 안 되니까 새로운 만남을 맹글어내고, 멋지게 말하면 사업도 엮어내고, 이리 했던 것 같습니다. 근데 작년에 갑작시리 코로나가 나타나갖고 인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이렇게 온라인을 통해서 또 다양한 방법으로 새로운 만남을 확장해나가면 되는 게 아인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3월 6일, 지속되는 펜데믹 상황 속에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된 제27차 정기총회 화면에 익숙한 얼굴이 등장했다. 특유의 경상도 말씨로 회원들에게 살가운 인사를 건네는 그는 참여연대가 6년 만에 맞이하는 신임 공동대표, 진영종 교수다. 그로부터 열흘 후 3월 15일, 18년간 매주 참석해온 상임집행위원회(이하 ‘상집’) 회의지만 ‘대표로서는’ 이제 막 두 번째 회의를 마친 그를 참여연대 3층 중회의실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이태호 정책위원장이 진행을 맡은 이날 인터뷰는 오랜 벗들이 대화를 나누듯 편안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이태호 (이하 ‘이’)우선 축하드립니다. 참여연대에서 오랫동안 활동하셨고, 잠시 쉬다가 공동대표로 돌아오셨어요. 대표직을 수락하면서 드신 생각이랄까, 소감이 어떤지요. 

진영종 (이하 ‘진’)오래 활동한 만큼 활동을 안 하고 있을 때도 참여연대 공동체라는 소속감은 늘 느끼고 있었어요. 구체적인 사업들은 센터 중심으로 운영되지만, 참여연대 전체가 좀 더 지속가능하게 발전하기 위해 원점으로서 제가 기여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고, 책임감 있게 한번 활동해보자는 생각으로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총회에서도 언급하셨지만 1999년 가을부터 참여연대와 인연을 맺었고 2000년에 바로 협동사무처장을 맡으셨어요. 당시로서 꽤 파격적인, 듣도 보도 못한 인사였다고 기억합니다만(웃음).

제가 영국에 유학을 갔다가 1999년에 돌아와서 성공회대학교에서 일하게 됐는데 그때만 해도 시민단체 이런 게 워낙 생소해서, 간혹 신문에서 참여연대를 보긴 했어도 솔직히 뭘 하는 곳인지 잘 몰랐어요. 같은 학교에 있던 조희연 선생이 전부터 (참여연대를) 같이 하자고, 하자고 해도 제가 항상 거부했거든요. 근데 학생운동 시절부터 알고 지낸 친구가 “야, 너도 이제 유학 갔다 왔으니 의미 있는 활동을 해라.” 그래서 “뭘 하면 좋겠노?” 하니까 “참여연대를 하는 게 좋겠다” 해서 마음을 먹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조효제 교수가 안국동 카페에 놀러가자고 해서 갔는데, 안에 회의하는 데 인사나 하재요. 그래서 인사하러 갔더니 갑자기 그 자리에 ‘진영종 국제연대위원회 위원장, 조효제 협동사무처장’ 안건이 올라가더라고요. 당황해서 거부도 못 하고 있는데 조희연 선생이 “처장을 바꾸겠습니다. (진영종이) 협동사무처장입니다.” 그래서 제가 협동사무처장을 하게 됐어요(웃음).

저희가 처음 소개받을 때도 대학 때부터 워낙 문예활동을 많이 하신 분이라 앞으로 참여연대 문예 진흥에 상당히 기여할 거다, 이런 얘기가 있었거든요. 

내는 잘 모르는 이야긴데(웃음). 대학 다닐 때는 탈춤반을 좀 했어요. 그땐 집회가 다 안 되니까 탈춤반이 대중 집회를 대신했죠. 공연 한 번 하면 각 대학에서 만 명씩 모이고 그랬으니까요. 끝나면 또 항상 시위를 했고요. 그런 걸 하다 보니 뒤에 민문협, 민청련 활동을 하게 됐고 87년 이후에는 강사 협의회가 생겼거든요. 거기서 학내 협의회 대표를 하다가, 전국대학강사협의회 공동대표 하다가 강사 노조위원장까지 하고 영국으로 유학을 간 거죠.

영국에는 ‘셰익스피어’를 공부하려고 가셨다고 하던데, 맞나요?

맞아요. 대학 때부터 셰익스피어를 전공했어요. 제가 협동사무처장 맡은 지 얼마 안 됐을 때 일인데요, 그때 간사들이랑 참 술도 많이 먹고 친하게 지냈는데 어느 날 간사들끼리 논쟁 비슷한 게 벌어졌더라고요. “저 사람은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다, 아니다 정치학과 교수다” 내가 가서 아무리 셰익스피어 전공이라고 해도 안 믿어요. 근데 박원순 당시 사무처장이 “진영종 선생님 전공이 셰익스피어 맞아요” 하니까 그제야 믿더라고요. 아마 그때부터 간사들이 내 말을 잘 안 믿기 시작한 것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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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영록

또 하나 이건 저도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이 건물 지으려고 ‘희망1번지 새보금자리 프로젝트’ 할 때 이전추진위원장도 맡으셨어요?

2005년 연구년을 갔다가 2006년에 돌아오니까 이사를 간다면서 저보고 이전추진위원장을 하래요. 그때 같이 땅 보러 다닌 사람이 이태호, 김민영…. 이태호 위원장이 굉장히 난폭운전을 했던 게 생각나네요(웃음). 홍대, 신촌, 성대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녔어요. 그러다가 권력기관 앞에 있어야 감시하기 좋다, 해서 여기로 오게 됐죠. 그거 할 때 굉장히 희망적이었어요. 도움 주신 분들도 많았고요.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원래 이 자리가 비싼 한정식 집이었는데, 당시 공동대표 하시던 이선종 교무님께서 뭐라도 도와줘야 한다면서 여기 있던 기와를 사주셨어요. 기와는 재활용해도 새 거랑 큰 차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나도 살짝 하나 빼올라고 했는데(웃음). 참 그런 거는 우리가 많이 기억해줘야 할 거 같아요.

그 이후로도 참여연대에서 맡으신 역할을 보면 주로 시민위원회, 운영위원회, 아카데미느티나무 등 회원, 시민들과 소통하고 내부 풀뿌리를 강화하는 역할을 도맡아 하셨어요. 

그게 다 이태호 위원장이 사무처장일 때 추진했던 것들이에요(웃음). 그런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어떻게 보면 참여연대가 너무 논리적으로, 계몽적으로 하다 보니까 시민과 호흡하기 굉장히 어려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사업은 이슈별로 있다가도 없고 하는 건데, 우리가 공동체감을 느끼려면 항상 사업만 갖고 얘기해야 되는 건 아니거든요.

좀 더 일상적으로 저 사람하고 나하고 통한다, 그럼 전화도 한 번씩 하고 운영위원들끼리 엠티도 가고, 회의 끝나면 뒤풀이도 하고요. 구체적인 사업이 아니라도 회원, 시민과 함께할 뭔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여러 시도를 했던 것 같아요. 그중의 대표적인 게 아카데미느티나무였고요.

지금은 아카데미느티나무(이하 ‘아카데미’)가 참여연대에 당연히 있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설립 초기엔 내부 논쟁도 많았잖아요. 돈이 되느냐부터 참여연대랑 직접 관련이 있느냐 등등, 그럼에도 아카데미 초대 원장으로서 뚝심 있게 밀고 가신 이유가 있었나요? 

제가 뒤풀이를 주로 전담해서 그랬는가 몰라도(웃음), 뒷풀이 가면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근데 참여연대가 다루는 이슈나 방법이 워낙 전문화 돼 있다 보니까, 회원들이 사회 문제에 대해 말하고 싶어도 선뜻 의견을 내놓기 어려운 거 같더라고요. 그거 말고도 참여연대를 쉽게 찾아올 수 있는 시민교양적인 것이 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아카데미도 가장 비참여연대적인 것으로, 인문학 강좌를 열기 시작한 거죠.

초기에 나름 호응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강의 듣고 나온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10대 후반부터 80대 초반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와서 강의 듣고 자기 삶을 돌아보는 게 참 좋더라, 이런 얘기 많이 했어요. 왜냐면 다른 교육기관은 담당자들이 사무적으로만 대하는데, 우리 아카데미 간사들은 살갑게 이야기도 잘 나눠주고, 어떻게 보면 그동안 실행센터에서 접하기 어려운 포근함을 아카데미에서 느꼈던 거죠. 회원과 시민이 함께하는, 작지만 하나의 공동체를 만드는 데 아카데미가 기여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진영종 대표가 초대원장을 지낸 아카데미느티나무는 2009년, 참여연대의 부설 교육기관으로 처음 문을 열었다. 셰익스피어, 그리스비극 강좌 등을 직접 맡기도 했던 진영종 대표는 첫 오픈 특강에서 당시 성공회대에 편입해 있던 김제동을 섭외하며 회원,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고, 이후 강좌 할인 혜택을 받기 위해 참여연대 회원으로 가입한 이들도 점차 늘었다. 밖으로는 정부지원금 없이 독릭적으로 운영하는 시민단체 교육기관으로서 독보적 위치였고 안으로는 강사, 수강생, 자원활동가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참여하는 공간으로서 독특한 라포르rapport➌를 형성하며 그전까지 참여연대에 없던 ‘공동체’라는 단어가 자리하는 계기가 되었다.

2000년부터 거의 쉬지 않고 20여 년 가까이 활동하시다가, 최근 한 3년 휴식기를 가지셨잖아요. 잠시 활동을 쉰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한 18년 정도 매주 월요일마다 상집을 참석했던 것 같아요. 일 있으면 또 와서 일하고, 맨 참여연대 사람들이랑 어울리고, 참여연대 위주로 생활을 했으니까 그게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 크더라고요. 근데 갑자기 그걸 딱 끊으니까 처음 6개월은 상당히 힘들었죠. 사람이 좀 벙찌더라고요.

잠시 쉬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어느 날 학교에서 신학기 강의계획서를 검토하는데 3년 전 것이나 지금이나 하나도 바뀐 게 없더라고요. 아, 이건 정말 선생으로서 내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 그래서 학교생활에 좀 더 집중해보자는 생각이 있었고요. 그러다가 또 잘못 걸려서 성공회대 입학처장을 맡긴 했지만.

쉬는 동안 밖에서 바라본 참여연대는 어땠나요. 좀 다른 점이 있던가요? 

글쎄요. 저도 안에만 있다가 밖에서 (참여연대를) 보면 뭔가 다르게 보이겠지 했는데, 6개월 정도 지나니까 딱 잊혀지더라고요. 참 신기해요, 금단현상까지 있었는데(웃음).

쉬면서도 참여연대 전직 임원 모임에는 자주 나갔는데, 다들 비슷한 심정인 것 같아요. 밖에서 이렇게 걱정은 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사업이 어떻다거나, 객관적으로 뭔가를 평가하게 되진 않아요. 그리고 쉬고 있으니까 한 번도 안 불러주대요?(웃음) 재작년 아카데미 10주년 행사에 처음 공식 초청받아서 한 번 왔었죠. 그런 게 좀 아쉽고 서운한 부분도 있지만, 참여연대가 30년 돼가는 조직으로서 앞으로 그런 부분에 좀 더 신경 써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월간참여사회 2021년 4월호 (통권 284호)

2019년 여름, 아카데미느티나무 10주년 행사에서 축하 인사를 하는 진영종 대표

최근 코로나 등으로 인해 예전보다 회원들과 만남의 기회가 많이 줄었는데요. 오랫동안 참여연대의 공동체, 회원 그리고 시민과의 소통을 고민하신 분으로서, 앞으로 어떤 변화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참여연대는 간사들이 워낙 일을 열심히 하고 성과를 갖고 평가하는 데 많이 익숙해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게 나쁜 방법은 아니지만 회원과의 관계나 참여연대가 조직적으로 발전해 가는 데는 그거 외적인 부분이 더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걸 일하는 사람들로만 역량을 채우려고 하면 성과도 잘 안 나고 금방 지치거든요.

이제는 직접적 활동 단위의 사업 말고도, 새로운 형태의 자원활동가 그룹이라든가, 소규모라도 전직 임원 등을 구성해서 비정기적으로, 느슨하게 참여연대와 연관 갖는 그룹들이 나서서 외연을 확장해 나가야 하지 않는가 생각해요. 물론 요새는 코로나 때문에 만남 자체가 안 되기 때문에 어렵겠지만 그런 부분을 더 새롭게 개발하고 30년 돼가는 조직답게 구성원들이 모든 것을 함께한다, 이런 데서 힘을 좀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단기적인 성과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활동가뿐 아니라 다른 참여연대 구성원이나 주체들이 활동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말씀인 듯합니다. 마지막으로 공동대표로서의 포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무엇보다 조직에 누를 끼치지 않아야 할 것 같고요(웃음). 앞으로 참여연대 전체 운영의 어려움은 무엇인가, 회원들과의 관계, 구체적인 사업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하겠습니다만, 30년을 바라보고 있는 조직으로서 좀 더 지속가능한 발전모델이 필요하지 않는가 생각해요. 오랜만에 상집을 두 번 정도 해보니까 전보다 참여연대가 다뤄야 할 이슈가 많아졌다는 걸 느끼는데, 그중에서 우리가 자신 있게 끌고 갈 이슈와 그렇지 않은 이슈가 무엇인지 구분하고 토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초창기에는 “6개월 준비해서 1년 활동하자” 이런 얘기도 있었지만, 아직 내부적으로 준비 안 된 것까지 하려면 성과도 잘 안 나고 지속가능하기 어렵죠. 물론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긴급한 이슈들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것들은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할 것 같고요.

그런 점에서 하나 제안하고 싶은 것은 참여연대가 2년에 한 번씩은 한국 사회 쟁점이 되는 부분에 대해 여론조사 방식의 시민사회 보고서를 내봤으면 해요. 물론 비용도 들고 간단한 작업은 아닙니다만, 시민들의 여론을 토대로 10년 정도 데이터베이스를 쌓아서 활동 방향을 잡아나간다면 참여연대에 큰 자산이 되지 않을까, 하는 작은 포부를 말씀드립니다.

작지 않은 포부시네요(웃음).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리고 앞으로 대표로서 참여연대를 잘 이끌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➊ 민중문화운동협의회 

➋ 민주화운동청년연합 

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생기는 상호신뢰관계를 말하는 심리학 용어


인터뷰.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정리. 미디어홍보팀 이한나

사진. 박영록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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