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1년 06월 2021-06-01   1322

[만남] ‘청참’은 나만의 스펙 – 김희수 회원

‘청참’은 나만의 스펙

김희수 회원

월간 참여사회 2021년 6월호 (통권 286호)

2015년 참여연대 부설기관으로 탄생해 올해로 7년째를 맞는 청년참여연대는 작년부터 ‘캠페인어벤저스’라는 이름의 청년 참여형 캠페인을 시작했다. 어떤 활동이 이뤄지고 있는지, 청년참여연대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인 김희수 회원을 만나 이야기 들어보았다.

어떻게 처음 청년참여연대를 접하게 되셨나요?

어머니, 아버지가 참여연대 회원이고 언니가 청년공익활동가학교에서 활동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청년참여연대의 존재도 이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작년에 제가 스무 살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어요.

올해부터 청년참여연대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계세요. 운영위원회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매년 총회를 열고 지난해 활동 사업 보고와 그해의 활동 계획을 세워서 청년참여연대 회원들에게 공유해요. 작년에 처음 시작한 ‘캠페인어벤저스’의 주제나 방향을 정하는 것도 운영위원회의 굵직한 역할 중 하나예요. 어떤 주제를 다룰지, 어떤 방식으로 활동할지 직접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게 매력적이었고,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회원들에게 제안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아서 참여하게 됐습니다.

현재 주력하고 계신 ‘캠페인어벤져스’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신다면요. 

크게 불평등, 젠더, 환경 세 가지 주제로 함께 공부하고 활동해요. 구체적으로 강의나 토론, 직접행동, 콘텐츠 제작, 영화제 개최 등을 하고요. 다양하면서 ‘청년들이 하고 싶어 할’만한 활동으로 구성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캠페인어벤져스’가 다루는 주제에 관심 있는 청년, 청년참여연대의 활동이 궁금하거나 자신과 사회를 변화시키고 싶은 청년, 마음 맞는 동료가 필요한 청년들이 오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중에서 희수 님이 참여하신 주제는 무엇인가요? 왜 그 주제를 선택하셨는지도 궁금해요.

작년 캠페인어벤저스에서는 ‘온라인 혐오표현’, ‘원룸관리비’, ‘제로웨이스트’ 문제를 다뤘는데, 저는 환경 쪽에 관심이 많아서 ‘제로웨이스트’ 주제로 활동했어요. 제가 처음 환경 이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에 의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계기였어요. 대안학교에 다닐 때 후쿠시마 주민들과 직접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재난을 몸소 겪은 분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듣고 나니까 ‘아, 이게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구나’라는 걸 깨닫게 됐어요. 더 빠르게,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려는 인간의 욕심이 핵발전소를 짓고, 인간뿐 아니라 동식물에도 피해를 주고 삶의 터전을 잃게 만든다는 걸 알게 됐죠.

당시 저는 10대였는데 ‘앞으로 남은 8~90년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이 됐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로웨이스트까지 눈길이 간 것 같아요. 우리 사회가 쓰레기를 생산하면서 살아가도록 설계돼 있다 보니, ‘과연 이게 가능할까?’ 궁금한 마음으로 선택한 게 컸죠. 지금도 여전히 ‘제로웨이스트’가 다소 이상적인 목표라고 생각하지만, 그 노력을 청년들과 함께해나갈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텀블러

제로웨이스트를 실천 중인 김희수 회원 곁에는 언제 어디서나 텀블러가 함께한다

‘제로웨이스트’ 말고도 최근 눈여겨보는 사회적 이슈나 분야가 있나요?

저는 여성이고, 청년이고, 대학생 노동자이기 때문에 사회적 소수자성을 상징하는 단어들에 꽤 마음을 쏟고 있어요. 요즘은 ‘백래시’(반발성 공격)에 관심이 많아요. 휴학하기 전에 학내 인권 단체에서 활동을 하면서 디지털 성폭력 문제에 대응했어요. 그런데 여성주의 활동이나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단체 차원의 공격뿐 아니라 개인적 공격도 받아야 했거든요. 발언자뿐 아니라 SNS 게시글에 ‘좋아요’를 누른 사람들의 실명이나 학번을 알아내서 공격하기도 했죠. 이 사건을 겪으면서 여성주의 활동과 목소리를 내는 것이 실질적 위협이 될 수도 있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정말 아찔했겠어요. 학내 경험에 비춰볼 때 청년참여연대 활동이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그 사건을 겪으면서 겁도 먹고 많이 혼란스러웠어요. 학교에는 그런 일이 있을 때 어떻게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선례나 매뉴얼이 전혀 없었거든요. 졸업한 선배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쉽지 않고요. 그런데 청년참여연대에는 활동이 어떤 비판이나 반발에 부딪혔을 때 그것을 해결하거나 이겨낸 선례가 있고 함께할 어른들이 있다는 게 장점인 것 같아요. 활동할 때 겁을 먹거나 흔들리지 않는 게 중요한데, 내가 목소리를 낼 때 앞으로 벌어질 상황들에 대해 같이 버티고 대응해줄 사람들이 있다는 게 큰 용기가 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월간 참여사회 2021년 6월호 (통권 286호)

올해 초 열린 청년참여연대 제7차 정기총회. 김희수 회원(우측 상단 두 번째)이 새로운 청참 운영위원으로 선출됐다

반면 활동하면서 청년참여연대나 참여연대에 아쉬운 점은 없었나요?

참여연대가 젠더 이슈에 목소리를 더 냈으면 좋겠고, 여성주의 관련 강의도 지금보다 훨씬 늘어나면 좋겠어요. 그리고 청년참여연대에 아쉬운 점은, 우습게도 처음에 가면 나 빼고 전부 친해 보여서 놀랄 수 있다는 점이에요!(웃음) 이미 활동을 통해 서로 깊이 알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서로를 배려하고, 배제하지 않으면서 차차 알아갈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청년참여연대 활동을 주변에 설명해야 할 때, 어떻게 이야기하시는지 궁금해요.

저는 보통 ‘대외활동하러 간다’고 말해요.(웃음) 다른 친구들은 대외활동이라고 하면 ‘공모전’이나 ‘대회’ 같은 것을 떠올리는데, 저에게는 청년참여연대 활동이 제가 원하는 주제에 관해 공부하고 제 생각을 표현하면서 관련 경험도 쌓을 수 있어서 꽤 좋은 대외활동이라고 생각해요.

최근 언론에 언급되는 ‘청년의 보수화’ 담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실 이번 서울시장이나 부산시장 보궐 선거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 성추문 사건 때문이었고, 이번 선거로 ‘정권 심판’의 목소리를 내려는 청년들도 많았던 것 같아요. 야당인 국민의힘에 한 표를 던진 청년들이 정치적 보수주의를 민감하게 의식하고 이해했기 때문이라기보다, 더불어민주당을 뽑지 않기 위해 그랬던 게 아닐까 싶어요. 이렇게 생각하면 염려해야 될 건 ‘청년들의 보수화’가 아니라 현재 여당의 행보 아닐까요?

그럼에도 한국 사회에서 ‘보수주의’란 ‘군부주의’나 ‘극우주의’에 가까웠다는 맥락에서 보수화되는 청년층이 염려되는 건 사실이고요. 그리고 ‘20대’, ‘보수화된 청년’처럼 개별 청년들을 하나의 집단으로 묶어서 바라보는 시선도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특별히 드러내거나 표현을 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는데, 특정 연령대의 특정 성별로 계속 나를 증명해야 하고 자기 생각을 언제나 또렷하게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도 되게 피곤한 일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제 자신이나 청년들을 너그럽게 보려고 해요. 그게 편하고요.

청년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한국 사회에서 가장 먼저 변화해야 할 지점은 무엇일까요. 

한국 사회에서 청년들은 ‘인재(人才)’로 불리기도 하지만 한편에서는 재앙 재(災) 자를 써서 ‘인재(人災)’의 피해자로 죽어 나가고 있어요. 故이선호 노동자, 故김용균 노동자, 세월호참사의 단원고 학생들이 그렇죠. 제도나 사회 구조도 변해야 하지만 가장 먼저 변화해야 할 지점은 청년을 대하는 태도라고 생각해요.

우선 청년의 삶을 제대로 이해해줘야 해요. 살아남은 청년들은 본인을 챙기기에도 바빠요. 청년이 청년 의제에 목소리 낼 시간이 없다는 게 비참한 거죠. 이건 특정 청년 개인의 결함 때문이 아니라, 나이 때문에, 계급 때문에, 차별과 배제 때문에 사회적 합의 과정에 참여할 수 없어서 생긴 구조적 문제예요.

그래서 저는 우리 사회가 예상치 못한 후보가 서울시장이 됐을 때만 청년 목소리를 들어줄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청년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고 청년과 자주 접할 기회가 많아져야 하고요. 텔레비전에도 청년들이 더 많이 보였으면 좋겠고, 청년 당사자인 국회의원들이 많이 생기는 것뿐 아니라, 청년이 아니어도 청년 의제에 목소리를 내는 국회의원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월간 참여사회 2021년 6월호 (통권 286호)

“한국 사회에서 청년은 ‘인재(人才)’로 불리기도 하지만 한편에서는 ‘인재(人災)’의 피해자로 죽어 나가고 있어요.”

혹시 독자들이 청년에 대해 꼭 알아줬으면 하는 게 있을까요?

제 또래 청년들은 특히 세월호 참사를 거치면서 ‘이 사회가 “진짜” 나를 지켜줄 수는 없구나’를 알게 됐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청년들이 ‘개인주의적’이라고 말하지만, 저는 생존하기 위한 ‘발버둥’이라고 생각해요. 나 말고 내 뒤를 봐줄 사람이 없다는 것, 구명조끼를 던져줄 사람이 없는 사회인 거죠. 그럼 스스로 완벽해야 생존할 수 있는 건데, 청년도 인간이기 때문에 부족하기 마련이고 노력하는 데도 한계가 있잖아요. 청년들은 그 화살을 사회에 돌리기보다 개인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고 믿고 있어요. 또 그렇게 생각하도록 우리 사회가 만들어 왔죠. 각자가 혼자 싸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의를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싸울 시간이 없기도 하고… 좀 안타깝죠.

마지막으로 김희수 회원에게 참여연대란?

‘나만의 스펙’입니다. 참여연대라는 스펙이 주는 안정감과 자신감 때문이에요. 먹고 사는 데 밑천이 되고요.(웃음) 나의 어떤 부분을 대변해주고, 확실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김희수 회원에게 잘 사는 게 뭐라고 생각하는지 묻자 그는 망설임 없이 ‘지구와 세상에 피해 주지 않는 삶’이라고 답했다. 인터뷰 내내 그의 옆을 지킨 텀블러가 과연 그를 생각한 대로 실천하는 사람이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겸손하면서도 당차게, 자기 생각을 있는 그대로 담백하게 말하는 김희수 회원이 있어서 참여연대의 내일이 밝다.


글. 이은주

계간 「평화저널 플랜P」 편집장, ‘지혜로운 협력대화 모델’ 와이즈 서클 대표. 민주적 의사소통 및 회의, 진행자 과정 프로그램으로 학교, 마을 공동체, 민간단체나 평생학습관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으며, 참여연대 운영위원 및 아카데미느티나무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사진. 미디어홍보팀 이한나

녹취. 조연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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