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1년 12월 2021-11-30   2612

[특집] 미군의 아프간 철수와 바이든의 생각

Before 

지난 8월, 미군이 철수한 자리에 탈레반이 재집권하면서 아프간 현지는 대혼란을 겪고 있다. 유엔난민기구는 탈레반 재집권 이후 아프가니스탄 난민이 올해 연말까지 최대 50만 명 이상 발생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미군이 20년 만에 급하게 아프간 철수를 결정한 배경은 무엇인가? 향후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패권 전략에 어떤 변화를 의미하는가.


 

After

미군의 아프간 철수와
바이든의 생각

 

글. 이혜정 중앙대학교 정치국제학과 교수

 

 

아프간 철수는 ‘옳고, 현명한, 최고의 선택’?

바이든 행정부의 그럴싸한 변명

 

2021년 8월 15일. 아프간 수도 카불이 탈레반에 함락되었고, 31일 미군은 아프간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4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최소 2,500명 규모의 미군 주둔이 필요하다는 군부의 의견을 묵살하고, 9·11테러 20주년 이전 아프간에서 미군의 전면 철군을 결정한 데 따른 것이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어떻게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지닌 미국이 2001년 말 괴멸 직전에 몰려 파키스탄으로 도피했던 탈레반에 패배할 수 있는가? 바이든은 왜 군부의 제안을 무시하고 전면 철군을 결정했으며, 그와 함께 바이든이 약속한 동맹과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통한 안전하고 책임감 있는 철수는 어떻게 공약空約이 되어버렸는가? 

 

바이든 행정부의 ‘변명’을 한번 들어보자. 8월 말 철군 과정의 극심한 혼돈과 미군 13명이 테러로 희생된 피해에 대한 대내외적 비판에 직면했을 때도 바이든은 질서정연한 철군은 존재하지 않으며, 자신의 전면 철군 결정이 미국을 위한 ‘옳고, 현명한, 최고의 선택’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바이든의 논거는 두 가지였다. 첫째, 아프간 전쟁은 원래 알카에다를 패퇴시키는 대테러counter-terrorism 작전의 목적을 지녔는데, 대반란counter-insurgency 작전과 국가건설로 그 목적이 변질되었다mission creep는 비판이다. 바이든은 2011년 빈 라덴 암살 이후 아프간이나 이라크에서의 미국의 군사적 개입은 중단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둘째, 전임 트럼프 행정부가 탈레반과 맺은 2021년 5월 1일 시한 철군 합의에 따라 자신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전면 철군 혹은 미군 증파를 통한 ‘영원한 전쟁’뿐인데, 후자는 미국의 사활적인 국가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이든은 안정적인 철군이 가능한 조건, 특히 아프간 정부군의 능력이 확보될 때까지 최소한의 지상군이 유지되어야만 한다는 군부의 ‘조건부 철군론’ 역시 ‘영원한 전쟁’의 일환으로 받아들여 수용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제국의 무덤’으로서 아프간의 (부족 간 갈등의) 역사를 보면 안정적인 철군의 조건이 갖춰질 가능성 자체가 희박하고, 미군이 아프간 이외의 여러 지역으로 분산된 테러조직들에 대한 ‘원격 타격Over the Horizon’ 작전 능력을 지니고 있는데다가, 무엇보다도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여 미국 자신의 경쟁력을 기르고 동맹과 파트너들을 규합하여 미국의 국익에 유리한 국제질서를 수립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20년에 걸친 미국의 “전략적 실패” 

 

바이든이 중국과의 ‘전략 경쟁’이 최우선 과제인데 사활적 국익이 걸려있지 않은 아프간에서 대체 얼마나 많은 미군이 더 희생되어야 하느냐고 비판하며 전면 철군을 결정하자, 군부는 대부분의 미군 병력과 아프간 정부군에 대한 지원을 담당하던 민간업자들이 주둔하고 있던 바그람 기지에서의 철수를 추진한다. 바그람 기지 자체를 방어하는 데만 최소 5천 명의 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폐쇄하는 것은 불가피하고, 바그람 기지보다 카불 공항이 미국 대사관에서 더 가깝기 때문에 소개 작전에도 지장이 없다는 것이 군부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미군 정보당국이 최소 몇 개월은 버틸 것으로 예상했던 아프간 정부군은 사기와 전투 능력이 현저하게 저하되면서, 탈레반의 총공세에 무기력하게 무너져갔다. 미국 내의 아프간 난민 지원 단체들을 중심으로 미국인과 아프간 현지 협력자들을 신속하게 소개하기 위한 대규모 군사 작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바이든 행정부는 신속하고 공개적인 대규모 소개 작전 준비가 전면 철군 원칙에 배치될 뿐 아니라 아프간 정부군의 사기를 더욱 저하시킬 것을 우려하여, 특별 비자 발급 행정 처리를 신속히 진행하고 카불 공항을 접수할 병력을 준비하는 등의 대응에 그쳤다.  

 

9월 말 의회 청문회에서 오스틴 국방장관은 최악의 상황에서 진행된 ‘민간인 소개 작전Non-combatant Evacuation Operation’은 역사적인 성공이라고 주장했지만 아프간에서의 “전략적 실패”를 인정했다. 밀리 합참의장은 그 실패가, 아프간에서 임무의 변질뿐 아니라 이라크 전쟁으로의 확전 등, “지난 20일 혹은 심지어 20개월의 산물”이 아니라 지난 20년에 걸친 “일련의 전략적 결정의 축적된 효과”라고 지적했다.

 

월간참여사회 2021년 12월호 (통권 291호)

카불 공항의 미국 군수송기에서 출발을 기다리는 아프간 가족들. 유엔난민기구는 탈레반 재집권 이후 아프가니스탄 난민이 연말까지 최대 50만 명 이상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게티이미지

 

 

미군의 “정당한 보복”에 희생된

카불의 무구한 시민들과 어린 자녀들 

 

아프간에서의 전면 철군으로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20년간의 9·11테러 이후의 “전략적 실패”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전망은 밝지 않다. 9·11테러는 이슬람 성지에서 미국이 벌인 전쟁에 대한 빈 라덴의 ‘반발blowback’이었다. 부시 행정부의 대테러 전쟁은 미국의 이념적 정당성에 대한 오만과 군사 기술의 우위에 대한 확신에서 빚어진 “전략적 실패”였다. 바이든의 대테러 전략도 ‘지평선 너머’를 통제할 수 있다는 군사 기술적 확신에 근거한다. 하지만, 미군의 인명 피해가 따른 테러에 대한 “정당한righteous” 보복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실행한 드론 공격에 의해 국제 구호 단체에서 일하던 무구無垢한 카불 시민과 그의 어린 자녀들이 희생되었다. 

 

미국의 입장에서 드론은 미군의 희생을 방지하는 매력적인 대테러 작전의 수단이다. 드론에 의존하는 대테러 전략에서 민간인 희생은 그치지 않을 것이고 테러분자들은 히드라처럼 새롭게 조직을 정비해나갈 것이다. ‘지평선 너머’의 원격 타격으로는 ‘영원한 전쟁’을 끝낼 수 없다. 

 

그리고 중국의 부상은 현실이다. 전 세계는 중국과 경제적 상호의존으로 얽혀 있고, 미국의 민주주의는 쇠퇴하고 있다. 동맹들의 이익이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 아프간 철군 이후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시킨, 미국·영국·호주의 동맹은 원자력 잠수함 도입을 둘러싸고 프랑스와 충돌했다. 이러한 현실을 무시하고, 민주주의와 독재의 이념적 대결을 강조하며 미국의 힘의 우위를 복원하고자 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전략 경쟁’은 성공하기 힘들다. 

 

 

특집2017-2021 Before / Af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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