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2년 03월 2022-03-01   763

[이슈] 그럼에도 공수처가 필요조건인 이유

그럼에도 공수처가 필요조건인 이유

글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공수처 설치 1년 만에 벌써 폐지론? 

출범 1주년을 갓 넘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최근 비판의 십자포화에 휩싸여 있다. 공수처법의 입법논란과 공수처장 임명과정에서 도출되었던 파행성에 더하여, 서울시 교육감을 제1호 사건의 피의자로 입건한 것부터 황제소환, 기소여부 판단권의 검찰 이관, 심지어 통신자료 및 통신사실 확인자료 등의 정보수집 등의 문제가 불거졌다. 신생 국가기관이 겪어야 하는 시행착오의 범위를 초과하는 과잉의 과오들이 지적됐고, 급기야 대선의 바람을 타고 공수처 폐지론까지 거론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공수처는 존재해야 한다. 오히려 그 조직과 권능을 강화하여 보다 실효적인 기관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공수처는 권력형 범죄를 척결함으로써 우리 공직 사회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한다는 무엇보다 분명하고도 확고한 조직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 또한 강고하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 이 점에서 공수처는 그 존재만으로 우리 사회에 횡행하는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여과지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지하듯, 공수처 설치방안은 우리 사회의 권력형 부정·부패를 제대로 처단하기 위한 방편으로 제기되었다. 고위공직자들의 불법·비리행위가 속출하였지만, 경찰이나 검찰은 도리어 이 권력자들에 기생하면서 기소는커녕 수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공수처는 이렇게 사회적인 부정의가 구조화되는 현실을 깨기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 중의 하나로 논의되었고 또 그렇게 설치되었던 것이다. 

검찰개혁만 공수처의 역할은 아니다

물론 공수처 출범의 주된 동력이 되었던 검찰개혁 의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즉, 공수처를 검찰권력의 오남용을 응징하고 교정하는 일종의 검찰통제장치로 구성하는 것도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그보다 더 강조되어야 할 것은 우리 사회에서 권력자들에 의해 유린되어 왔던 법과 정의를 제대로 확보하는 것이 공수처의 역할이다. 너무나 특별하여 그 설치와 운영 자체가 아예 정치화되어 버린 특별검사제도나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아 형해화되어 버린 특별감찰관제도가 가닿지 못한 고위공직자들의 권력형 비리·범죄행위를 제대로 척결해내고 이를 통해 법치의 근간을 바로 세우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강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간의 관심사였던 검찰개혁의 문제는 공수처의 이런 역할 정향 아래 규정되어야 한다. 검찰이 덮어버린(소위 “암장한”) 권력형 비리·범죄를 공수처가 나서서 수사하고 기소하는 또 다른 검찰로서 공정사회를 이끌어나가는 기관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작금에 만연한 공수처 비판론은 그래서 너무 단편적이거나 말초적이다. 공수처가 보였던 수사능력의 문제는 실제 공수처 설계 당시 예정되었던 것이기도 하다. 공수처를 검찰로부터 독립시키기 위해 공수처 검사의 절반 이상을 검사 경력을 갖지 않은 사람으로 충당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공수처가 형사사법권을 독점하면서 수사전문가도 독점하던 검찰로부터 독립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공수처 나름의 수사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검찰과 별도의 훈련과 경험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또 다른 면에서는 기존의 검찰수사방식과는 다른, 인권존중의 수사체제를 개발하여야 할 임무가 공수처에 주어져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연이은 시행착오와 부단한 자기 반성·교정의 시간 또한 절실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공수처에는 각고刻苦의 시간이, 그리고 시민사회에는 관용의 시간이 있어야 한다.

참여연대_월간참여사회_2022년03월호_14p_공수처

공수처의 권한과 절차, 어떻게 재구성 할 것인가 

물론 개선도 긴요하다. 무엇보다 고위 권력자들이 행사하는 위력에 맞서 제대로 그들의 비행을 응징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을 갖춘 실질적인 기관이 되게끔 그 조직의 권한과 절차를 재구성하여야 한다. 그동안 시민사회가 공수처의 독립성을 최우선적으로 강조했던 것이 참조되어야 한다. 그 독립성이란 누구의 간섭을 받지 않고 법과 정의의 원칙에 따라 수사·기소할 수 있음을 의미할 뿐 아니라, 경찰이나 검찰과 같이 여전히 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기관의 도움이나 간섭 없이 독자적인 힘으로 비리·부정한 고위권력자들을 처단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독립된 수사권과 독자적인 (완전한) 기소권은 공수처장의 정치적 중립성만큼이나 중요한 핵심 권한이다. 고위권력자의 비리·부정을 암장하는 검찰권의 오남용을 교정하기 위하여 설치된 공수처가 거꾸로 그런 검찰의 협조 없이는 실효적인 수사와 기소 자체가 불가능한 이 역설적 상황을 즉각 교정해야 한다. 이에 현재 경찰청 특수수사대 정도 혹은 조그만 검찰청지청 정도의 규모에 한정되어 있는 공수처의 인적·물적 자원을 현재보다 대폭 확장하는 입법조치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또 판사·검사·고위경찰에 한정된, 너무도 편협한 기소권도 모든 수사사건에 행사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더불어 입법과정에서 누락되었던 공수처의 민주적 거버넌스 체제를 구축하는 일은 급히 추진되어야 한다. 현재의 공수처자문위원회나 수사심의위원회처럼 형식적인 기구가 아니라 시민사회의 대표성을 확보한 실질적인 감시와 견제 장치를 구성하여야 한다. 공수처에 대한 또 다른 우려지점–공수처가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으로 전락하는 것-은 이런 장치를 통해 최소화해야 한다.  

공수처, 다시 시대정신 앞으로 

거듭 말하지만 공수처 설치는 우리 사회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시대적 과업이다. 그것은, 그동안 경찰과 검찰의 직무유기 속에서 치외법권을 향유해 왔던 고위권력자들에 대해 우리가 주인임을, 그래서 우리의 법이 세상을 관철하고 있음을 보증하는 최선의 대안이자 일종의 궁여지책이다. 검찰을 믿지 못하고 경찰을 신뢰하지 못하는 현실 앞에서 그래도 나름 의미 있게 세상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장치를 공수처라는 제도에서 찾고자 했던 것이다. 이제 2년차에 들어선 공수처는 “그럼에도 공수처!”를 외치는 이 시대정신에 다시금 응답하여야 한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도록 입법·행정적 조치를 해야 할 정치권 역시 마찬가지다. 하늘의 성긴 그물을 떠받치는 민심의 도도한 흐름이 어디를 향하는지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Issue 공든탑 공수처

1. 위기의 공수처, 당신의 생각은? 편집팀

2. 공수처 ‘위기론’의 타당성과 부당성 오병두

3. 그럼에도 공수처가 필요조건인 이유 한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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