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2년 03월 2022-03-01   463

[여는글] 허물을 고치지 않는 허물

여는글

허물을 고치지 않는 허물

 

거대한 몸집을 가진 권력기관일수록 자기 허물이 드러나면 조직의 보위와 권위가 흔들린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를 쓰고 감추고 축소하고 왜곡하고 대중의 시선을 돌리려고 한다. 절대 먼저 잘못을 고백하는 법이 없다. 그러니 대중은 태생이 그런 놈들이라며 그들을 냉소하고 불신한다. 역사는 할 수 없이 차악遮惡의 장치를 마련했다. 애초에 선행을 기대하기 어려우니 허물〔惡〕이라도 막자는〔遮〕 게 차악이었다. 

 

역사는 악을 막기 위해 감시기구를 두었다. 조선 시대 사헌부와 사간원이 그랬다. 사헌부는 관리의 부정부패를 감시·처벌하는 기구였고, 사간원은 왕의 잘못을 비판하고 간언하는 곳이었다. 오늘날은 검찰과 언론, 감사원 등이 그 취지를 이어오고 있다. 모두 남을 향해 감시와 처벌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즉 자기 조직의 자기 고백은 아닌 것이다. 정직하게 자기 고백을 못하니 외부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를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로 이해하고 있다. 이 또한 최선最善이 아닌 차선次善의 선택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 차선마저 흔들리기 시작했다. 검찰, 경찰, 법원 등이 제 기능을 정직하고 충실히 수행하지 못하자, 다시 이들을 감시하고 처벌하기 위한 차차선次次善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탄생했다. 차악을 위해 차선에 이어 차차선을 선택해야만 하는 우리는 지금 도덕과 윤리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길이 막막할 땐 고전을 살펴야 한다. 고전은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말을 들여다보자. ‘수신’과 ‘제가’와 ‘치국’과 ‘평천하’는 단계적이면서도 종합적이다. 수신이 먼저 되어야 가족과 국가를 경영할 수 있고, 인류의 평화도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럼 ‘수신’이란 무엇인가. 단지 고요하게 자기 마음을 살피는 일인가? 수신의 진정한 뜻은 자신에게 정직하고 충실하라는 의미다. 결국 ‘수신제가치국평천하’란 거짓된 삶을 사는 자는 정치인이나 행정 관료가 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붓다는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첫 번째 화살을 맞는다고. 첫 번째 화살은 허물이다. 그러나 두 번째 화살을 맞는 자는 어리석은 자라고 했다. 허물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고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엔 허물을 대하는 공자의 마음을 들여다보자. 

 

過而不改 是謂過矣 

과이불개 시위과의

 

허물이 있어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이 바로 허물이다. 

– 《논어》〈위령공편〉

 

巽與之言 能無說乎 

손여지언 능무열호 

 

완곡하게 충고하는 말을 

기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 《논어》〈자한편〉

 

‘완곡하게 충고하는 말을 기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는 말에 눈이 번쩍 뜨인다. 당연한 말인데 왜 놀라는가? 그만큼 ‘수신’을 염두에 두지 않고 남의 허물만 쳐다보며 살았기 때문은 아닐까. 다시 수신-제가-치국-평천하와 정직한 자기 응시, 자기 고백을 생각한다.

 

태평성대의 대명사로 불리는 요순시대는 정치인의 도덕 윤리가 현실에 구현된 시대였다. 당시 순임금은 누군가 허물을 지적해주면 얼굴에 기쁜 빛을 드러냈다고 한다. 그래서 좋은 세상이 열린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우리는 어떠한가? 정직한 자기 고백은커녕 차악을 위해 차차선으로 어렵게 세운 공수처마저 흔들려고 한다. 기어이 두 번째 화살을 맞고 쓰러지려 하는가?

 


글. 법인 스님 참여사회 편집위원장

16세에 광주 향림사에서 천운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대흥사 수련원장을 맡아 ‘새벽숲길’ 주말 수련회를 시작하면서 오늘날 템플스테이의 기반을 마련했다. 실상사 화엄학림 학장, 〈불교신문〉 주필, 조계종 교육부장, 참여연대 공동대표를 지냈으며 현재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지리산 실상사에서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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