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2년 05월 2022-05-02   653

[회원인터뷰] 소외된 지역의 아이들 위한 학교 꿈꿔요 – 정랑기 회원

소외된 지역의 아이들 위한 학교 꿈꿔요

정랑기 회원

 

월간 참여사회 2022년 5월호(통권 295호)

 

경기도 가평군에 위치한 조종초등학교 교사이면서 대안학교 ‘산바라기학교’ 교사이기도 한 정랑기 회원은 소외되고 약한 이들에게 마음이 간다. 15년 차 참여연대 회원이자 2018년부터 운영위원으로도 활동해온 그는 참여연대가 ‘교육개혁’에도 관심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해왔다. 오는 6월, 지방선거와 함께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정랑기 회원이 꿈꾸는 교육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초등학교와 대안학교 두 곳에서 일하는 이유가 있나요?

사회적 약자인 아이들이 자기의 권리를 알고 요구하기 위해선 도움이 필요하죠. 제가 소외되고 약한 이들에게 관심이 많다 보니 폐교가 늘어나는 지역의 초등학교에 재직 중이고, 퇴근 후와 주말에는 ‘산바라기학교’라는 비인가 대안학교로 출근해 가정폭력 등 학대 피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가장 소외된 아이들을 위해서 가장 소외된 지역에 보석 같은 학교를 만들고 싶어요.

 

‘산바라기학교’는 어떤 학교인가요?

학대 피해 아동이나 학교 부적응 아이들을 위한 학교예요. 아이들이 오고 싶을 때 와서 마음이 편해질 때까지 있다 가는 곳이에요. 아이들이 오면 같이 밥 먹고, 아이들이 음악을 듣거나 놀고 있으면 저는 옆에서 제 일을 하고요. 짜인 프로그램이 없어서 오히려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아요. 다른 곳은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야 하고 프로그램이 짜여 있잖아요. 여기는 그런 거 없이 한 11시쯤 일어나서 밥 먹고 계곡 가서 물놀이하고, 밤새 영화도 보고요. 별 보고 싶으면 망원경 꺼내서 별도 보고. 아이들이 ‘나 이거 하고 싶다’ 하면 뭐든 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어요. (웃음)

 

평소 교육 현장에서 느낀 걱정이나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뭔가요?

한국은 ‘교육개혁’이라고 하면 입시와 정책 위주로만 생각하지, 관료제에 관한 이야기는 없어서 아쉬워요. 공교육을 주도하고 관리하는 건 교육부죠. 거대한 조직을 굴리려면 관료제가 필요하지만 학생들에게는 가혹하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가장 큰 관료 조직에 속하게 되는 거라고 볼 수 있어요.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시스템, 절차를 우선하다 보니 파편화된 권한과 책임, 성과주의 등 많은 문제를 양산한다고 봐요. 학교 폭력 문제도 자신과 상관없으면 방관하잖아요. 아이들뿐만 아니라 선생님도, 공무원도 그래요. 입시 정책을 바꾼다고 교육개혁이 될까요? 관료제를 깨는 정책이 필요해요. 그래야 아이들이 더불어 사는 법도 배우고,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질문할 수 있는 시민으로 클 수 있어요. 초등학교 1학년 때는 선생님이 ‘질문할 사람?’ 하면 모두 손을 들지만 6학년만 돼도 아무도 손을 안 들어요.  

 

특히 가장 아쉬웠던 점은, 페미니즘 교육이 관료제 안에서 정책적으로 빠르게 추진되면서 형식적으로만 도입되고 반발만 샀던 부분이에요. 예를 들면 교과서에 엄마가 사과 깎는 사진이 나오면 학생들에게 이건 무조건 잘못된 거고, 집안일은 나눠서 해야 한다고만 가르치거든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천천히 함께 이해를 도모해 가며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단기간의 성과에 매달리니 형식에만 치중하게 되는 거죠.

 

‘교육의 지역 격차’ 문제도 심각한데요, 6월 지방선거와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제도나 정책 면에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가장 문제는 교사들이 지역으로 안 간다는 거예요. 가더라도 빨리 떠나요. 경기도는 2년마다 옮길 수 있는데, 1년인 곳도 있어요. 승진 때문이면 점수를 채우자마자 떠나죠. 교사들이 학생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해 하나도 몰라요. 알려고 하지도 않죠. 교과서만 보고 수업해요. 어차피 떠날 거니까, 마음은 딴 데 있는 거죠. 아이들도 배우지 않으니 자기 지역에 대해 잘 모르고 성장하게 되고요. 

 

어떻게 하면 선생님들을 지역에 더 머물게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돼요. 지역에 있는 선생님들도 자녀들을 도시에서 키우고 싶어 하니까요. 마을 교사를 채용한다고 하면 교사로서 자격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교사 노조에서 반대하기도 해요. 

 

또 하나는 지역마다 대학이 하나씩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평은 농업과 레저산업이 발달한 곳인데 가평을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고등교육을 특화하고 설립 요건을 완화해서 전문대라도 세워야 한다고 봐요. 그리고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그 지역 출신의 교사가 필요한데, 요즘은 시골에서 자라서는 선생님 되기가 어렵잖아요. 교대도 이제 거의 도시 출신들이 입학하거든요. 지역에서 교사의 꿈을 가진 사람이 교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해요.

 

월간 참여사회 2022년 5월호(통권 295호)월간 참여사회 2022년 5월호(통권 295호)

경기 가평 산바라기학교 실내외 전경  ©정랑기 

 

참여연대 회원이 된 지 15년이나 되었는데, 어떤 계기로 회원가입을 하게 되었나요?

원래 사회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20대 때 공익근무를 하면서 바뀌었어요. 공익근무에 학력 미달자나 전과를 가진 사람들이 많이 오는데요, 함께 지내다 보니 그들 상황이 안타까웠어요. ‘사회가 변해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됐죠. 아는 곳이 참여연대뿐이라 회원이 됐고, 청년 인턴도 하고 청년참여연대 설립도 함께했어요. 회원 행사에 자원 활동도 하고요.

 

그중 가장 보람되거나 뜻깊었던 활동이 있다면요?

청년 인턴 활동이에요. 어려서 그랬는지 겁이 없었다고 해야 할까요? 진짜 세상이 바뀔 것 같았어요. (웃음) 그때가 2008년 이명박 정부 1년 차 때거든요. 청년 인턴에 20명이 모인 걸 보면서 ‘한 달 지나면 200명도 되겠는데?’라며 희망을 품을 수 있었던 것이 좋았어요. 사람이 많이 모이니까 재밌었고 새로운 사람도 만나고 금방 친해지고요. 운영위원은 문재인 정부 이후로 놓고 있었던 ‘세상 공부’를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했어요. 

 

운영위원을 하면서 ‘교육개혁’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다고 들었어요. 

참여연대 운영위원회에서 교육개혁의 필요성을 몇 번 강조했는데, 결과적으로 잘 안 먹혔어요. 교육개혁이 전교조에 의해서 많이 추진되는데, 전교조도 어쨌든 관료 조직이거든요. 시민이 중심이 된 교육개혁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참여연대에도 교육개혁 담당 부서가 있어야 한다고 여러 번 주장했어요. 하지만 그러려면 참여연대에 사람이 더 있어야 하는데 여력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회원님이 생각하는 교육개혁의 구체적 방향은 어떤 게 있을까요?

저는 관료제가 작동하지 않는 학교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즉, 외국 수준으로 대안학교가 많아져야 해요. 우리나라는 경제성, 효율성만 따져서 작은 학교를 없애고 통합해버려요. 작은 학교 두 개를 운영하느니 한 학교를 없애고 학생들을 옆 학교로 등하교시키는 게 비용이 훨씬 적게 들거든요. 버스 한 대만 있으면 되니까요. 

 

산바라기학교도 관료제의 피해를 보고 있는데요, 학대 아동들에게 교육과 보육을 통합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사회적협동조합 설립 허가를 신청했지만 1년이 넘도록 답이 없는 상황이에요. 복지부는 아동만 담당한다며 청소년이 있으면 여성가족부로 가라고 하고, 여가부에서는 교육을 하는 곳이니 교육부로 가라고 하고, 교육부에선 보육이 포함되어 안 된다고 하고. 결국 허가받으려면 청소년이든, 교육이든, 보육이든 셋 중 하나만 선택하라는 건데 사람을 키우는 데에는 통합적 돌봄이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다 쪼개놨어요.

 

무엇보다 시민이 참여해야 실질적 교육개혁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많은 나라에서 특별한 자격이 없어도 훌륭한 사람은 교육자로 인정해줘요. 우리는 정규 코스를 밟고 자격을 얻어야만 교육자가 돼요. 전문성 때문이라지만 오히려 시민들을 교육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것 같아요.

 

그래도 희망이라면 뭐가 있을까요? 

아이들이 희망이죠. 아이들에게 배우는 게 정말 많아요. 저는 사람들과 다투면 혼자 꽁해 있는데, 애들은 싸워도 다음 날 다시 어우러져 놀아요. 저는 성과를 바라는 마음에 기대에 못 미치면 답답해하고 힘들어하는데, 아이들은 그게 없어요. 금방 받아들이죠. 어쩌다 제가 프로그램을 대충 준비해가도 아이들은 알면서도 즐겁게 놀아줘요. 고맙고, 이 아이들이 이 마음을 잘 간직해 나가면 나중에 좋은 마을,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갖곤 해요.

 

마지막으로, 정랑기 회원에게 ‘참여연대’란?

예전에는 참여연대가 선생님 같기도 하고 친구 같기도 했어요. 지금은 삶이 된 것 같아요. 청년 인턴 때엔 과연 제가 계속 활동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지금은 지나가다가 그냥 들러보게 되는 제 삶의 일부가 되었어요. 기회가 된다면 참여연대 회원들이 산바라기학교에 한번 놀러오셔도 좋겠어요. 학교 공간이 제법 좋거든요. 남양주 지역 회원 모임이 활발하던데, 남양주-가평 모임은 산바라기학교에서 하면 어떠실까요. (웃음)

 

무슨 질문을 해도 그는 연신 아이들과 있었던 유쾌한 추억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흡사 사랑에 흠뻑 빠진 사람의 얼굴이었다. 매일 하루에 서너 건 사건·사고가 터져도 좋단다. 해맑고 장난기 가득한 표정, 같이 놀자고 보채고 싶어지는 선생님. 그래도 얘들아, 랑기 선생님 덜 괴롭히기를 바란다!

 


글 이은주

사진 편집팀

녹취 조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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