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2년 06월 2022-06-01   3749

[이슈] 용산 집무실 이전, 누구를 위한 소통인가

어떤, 용산시대

용산 집무실 이전, 누구를 위한 소통인가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월간 참여사회 2022년 6월호 (통권 296호)

 

 

2022년 5월 14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500여 명의 사람들이 참여한 행진이 진행되었다. 5월 17일,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IDAHOBIT을 앞두고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을 비롯해 33개 시민인권단체들이 공동주최한 자리였다. 다양한 참가자들이 함께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대통령 집무실 앞에 멈춰서 발언을 하는 모습은 그 밖의 다른 집회에서도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를 마주하는 경찰들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대통령 집무실 앞 약 300m 구간에는 차도 1차선과 2차선 사이는 물론 인도와 차도 사이에도 펜스가 놓여 행렬을 통제했으며, 100여 명의 경찰이 집무실을 에워싸고 있었다. 평화롭게 진행되는 집회에 대비되는 과도한 경비태세. 대통령 집무실 앞 첫 집회에서 보인 이 풍경은 윤석열 대통령이 만든 ‘용산시대’의 현재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졸속으로 시작된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이전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역대 대통령의 주요 공약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부터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정부가 교체될 때마다 집무실을 새롭게 마련하려는 계획이 추진되었다. 이는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가 함께 위치했던 청와대의 비효율적 구조가 가진 한계 때문이었다. 다만 이러한 역대 공약에서 집무실 이전 장소로 검토된 것은 모두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였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후보 시절 ‘광화문 집무실 이전’을 공약해 왔다. 

 

그러나 당선 이후 10여 일이 지난 3월 20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돌연 “광화문 이전은 시민들 입장에선 재앙”이라고 이야기하며 용산 국방부 청사로 집무실을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초 시민들과 더 많은 소통을 하기 위함이라는 것이 집무실 이전을 공약한 이유였지만, 갑작스럽게 용산으로 위치를 변경한 것에 대해 시민들과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 시간도 명분도 부족한 가운데 계속해서 이전 비용이 높게 추산되고 국방부 이전으로 인한 안보 공백의 우려도 계속 제기되었지만, 윤 당선인은 5월 10일 취임 직후부터 용산에서 업무를 보겠다면서 집무실 이전을 강행했다.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이야기한 명분은 ‘소통’이었다. 그러나 그 소통은 결코 모든 시민들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집무실 앞에서 막힌 집회의 자유

 

3월 20일 용산 집무실 이전 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의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은 이전 시 집회시위에 대한 대응을 묻는 질문에 “경호 차원에서 이 지역 일정 범위는 시위하지 못하도록 조치하겠다. 그것이 현재 법으로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리고 보름 뒤인 4월 6일, 경찰이 용산으로 이전한 대통령 집무실 100m 이내 집회를 금지하려고 계획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인수위와 경찰이 위와 같이 집회를 금지할 수 있다고 한 근거는 대통령 관저 인근 100m 이내의 옥외집회 및 시위를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 제11조 제3호이다. 그러나 해당 법률은 ‘대통령 관저’만을 명시하고 있을 뿐, 집무실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주거 공간으로서의 관저와 업무공간인 집무실은 사전적 의미는 물론 실질적으로도 분리된 공간이다. 그럼에도 과거 청와대 시절에는 집무실 앞 집회 역시 집시법 제11조에 의해 금지되었는데, 이는 집무실과 관저가 함께 존재한다는 지리적 사정에 따른 부수적 결과일 뿐이었다. 서울행정법원 역시 2017년 판결에서 이미 집무실과 관저가 서로 다른 공간임을 확인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경찰은 집시법 제11조의 대통령 관저에는 대통령 집무실이 포함된다고 자의적으로 유권해석을 하고는, 신고된 집무실 앞 집회에 대해 모두 금지통고를 내렸다. 경찰의 이러한 조치는 법 문언을 넘어서는 자의적 해석일 뿐만 아니라 헌법 제21조에 따라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위헌·위법적 조치였다. 

 

경찰은 대통령 경호를 이유로 자신들의 조치가 정당하다고 주장했지만 대통령경호법 등 관련 법률에는 경호를 위해 집회를 절대적으로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은 누구에게도 부여하고 있지 않다. 무엇보다 더 많은 시민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대통령이 자신의 집무실 앞 집회를 절대 금지하겠다는 것 자체가 민주사회에서 허용되지 않는 위헌적 발상일 뿐이다. 

 

법원의 잇따른 집행정지, 이제는 공간에 맞는 의식을 갖춰야

 

이처럼 경찰이 계속해서 집무실 앞 집회를 금지함에 따라 해당 사안은 결국 법원을 통해 시시비비를 가릴 수밖에 없게 되었다. 앞선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외에 참여연대,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역시 금지통고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하였다. 그리고 법원의 판단은 분명했다.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은 구분되기에 집시법 제11조로 집무실 인근 집회를 금지할 수 없고, 따라서 경찰의 금지통고는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여 5월 14일은 물론 21일에도 집무실 앞에서 평화롭게 집회가 진행되었다. 

 

그럼에도 경찰은 자신들의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에 즉시항고를 한 것은 물론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금지통고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오롯이 경찰의 판단만은 아니다. 경찰이 즉시항고장을 내며 제출한 증거에는 대통령 경호처가 경호를 이유로 집회를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서도 포함되어 있다. 경찰이 누구의 눈치를 보며 법원의 명확한 결정에도 집회금지를 유지하고 있는지 분명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그렇기에 이제는 윤석열 대통령 본인이 집무실 앞 집회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윤 대통령은 청와대에 들어가는 것을 한사코 거부하면서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고 이야기해 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단지 공간을 바꿈으로써 의식이 달라진 것처럼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에 맞는 의식을 갖추는 것이다. 집무실 앞을 모든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바꾸고 더 많은 이들과 소통하기 위한 자세를 보이는 것, 그것이 졸속과 불통으로 시작된 용산시대를 재정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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