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사전] 농사도 안 짓는데, 농지는 왜 샀을까?

참여연대사전  

농사도 안 짓는데, 농지는 왜 샀을까?

 

월간 참여사회 2022년 7-8월호 (통권 297호)

 

1. 경자유전耕者有田 

농사를 짓는 사람만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뜻으로, 많은 나라에서 토지개혁 일환으로 이 원칙을 채택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121조 1항에서도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2. 농지법

농지를 효율적으로 이용·관리하여 농업인의 경영 안정과 농업 생산성 향상을 바탕으로 농업 경쟁력 강화와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 및 국토 환경 보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농지의 소유·이용 및 보전 등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법률  

 

윤석열 정부의 인사 검증과정에서 공직자들의 농지법 위반 의혹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고위공직자들의 땅 사랑(?)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농지법 위반 의혹에 대해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할 뿐 투기와는 전혀 상관없다”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한국일보>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1 2021년 3월 기준 재산을 공개한 고위공직자 1,885명 중 절반에 가까운 852명(45.1%)이 농지 총 3,778개 필지를 갖고 있다고 한다. 대한민국 헌법 121조는 ‘농지는 농사지을 사람만 가질 수 있다’는 경자유전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는데, 고위공직자들이 모두 농사라도 짓는다는 걸까?

 

지난해 3월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땅 투기 의혹을 제기한 데 이어 농지법 위반 투기 의혹 사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농사를 짓지 않아도 농지 구입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농지는 이미 오래전에 투기 대상으로 전락한 것이다. 

 

농지를 취득하려면 우선 관할 지자체에 농업경영계획서 등을 제출해 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농업경영계획서에는 소재지, 면적, 영농 거리, 작목 등을 기입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지자체 검증과 사후 확인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계획서와 다르게 농지를 사용했다가 적발돼도 관리·감독 및 처벌 장치가 마땅치 않다. 농지법 위반의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되지만, 실형이 선고된 사례는 거의 없으며, 실형을 선고받아도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해 투기 예방 효과도 없다.  

 

LH사태 이후 1년이 지났다. 당시 정부특별합동수사본부의 대규모 수사가 이뤄지고,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지관리개선방안’을, 국회는 농지취득자격 심사 강화 등 농지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농지 투기를 근절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올해 3월부터 고위공직자들의 농지법 위반 혐의를 추적하여 보도하고 있는 진실탐사그룹 <셜록>의 취재 결과고위공직자와 그 가족들이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허위로 농지취득자격증명서를 발급받아 농지를 구입한 사실이 또다시 드러났다. 이에 참여연대는 <셜록>과 함께 지난 6월 9일, 농지법 위반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의 가족, 김상돈 전 의왕시장과 가족, 채평석 전 세종시의원 등 총 6명을 고발하고, 엄중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했다. 

 

반복되는 농지 투기를 막기 위해서는 농지 전수조사 실시와 농지법 위반 및 투기 혐의자에 대한 수사기관의 상시적인 조사와 수사가 필요하다. 또한 정부와 국회가 부동산 투기 근절 및 투기이익 환수를 위해 ▲ 토지초과이득세법 ▲ 농지법 ▲ 토지보상법 ▲ 부동산실명법 ▲ 과잉대출규제법 등 법 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1 “51억·89필지 ‘농지왕’까지…고위공직자 절반 농지 소유” <한국일보> 2021.05.10

2 “고위공직자의 수상한 땅따먹기” <셜록> 2022.03.14

 


박효주 민생희망본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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