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의 책장] 연대하는 신체들과 거리의 정치

연대하는 신체들과 거리의 정치 표지
연대하는 신체들과 거리의 정치 : 집회의 수행성 이론을 위한 노트
주디스 버틀러 | 창비 | 2020

이 책은 민주주의의 ‘민’의 영역을 규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버틀러에게 인간의 경계는 정치적이다. 그것은 시대적, 사회적 맥락에 따라 변해왔고 변화의 중심에 늘 권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경계에 포함된다는 것은 ‘권리를 주장해도 되는 권리’를 획득하는 것으로 역사 속 다양한 타자들은 자신이 인간임을 주장하는 것을 저항의 시작으로 삼았다.

타자의 입장에서 인간(주체)임을 주장하는 것은 상당히 까다롭다. ‘나’를 주장하려면 내가 아닌 존재가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주체는 주체 외의 것, 즉 타자라는 구분 없이 존재할 수 없다. 타자는 주체로 인정받기 위해 또 다른 타자를 구성해야 될 위기에 처하기도 하고 타자 간 ‘주체 되기’ 경쟁에 참여하기도 한다. 때로는 ‘타자이기 때문에 주체다’라는 역설적인 주장을 펼칠 때도 있다.

하지만 이 까다로움 속에서 버틀러는 연대의 책무 그리고 윤리를 발견한다.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인간이어야 하는 우리는 인간이기 위해 필연적으로 타자를 필요로 한다. 버틀러에게 이는 상호의존성 그 자체로, 우리가 타인의 삶에 윤리적 책무를 가져야 하는 논리적 근거가 된다.

즉 우리의 존재는 누군가와의 관계성, 상호의존성에 기인한다. 상대가 예뻐서, 나에게 이득이 되어서가 아니라, 타인의 존재 없이 나의 존재가 불가능하다는 논리적 귀결logical consequence에 따라 타인의 삶에 대한 윤리적 책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분고분한 여성에게만, 공공장소에서 울지 않는 아이에게만, 내 출근길을 방해하지 않는 장애인에게만 옆자리를 내주는 것은 나의 존재를 지속가능하지 않게 한다.

버틀러는 책 후반부에 “올바른 삶”을 영위하는 방법에 대해 말하며 타인에 대한 윤리적 책무를 다시 한번 강조한다. 누군가는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지 못하는 세상에서 나 혼자 올바른 삶을 영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올바른 삶을 영위하는 방법은 내 삶을 구성하는 세상을 올바르게 세우는 것과 다르지 않다. 가치에도 수지타산을 따지는 시대에 타인의 삶을 살피는 것이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라고 주장하는 철학자가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버틀러의 권위에 기대어 많은 이에게 타인의 삶에 대한 윤리적 책무를 권하고 싶다.


박영민 사법감시센터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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