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그래Pick] 1900년 일해도 못 갚는 파업의 대가

손해배상가압류 소송기록통계

삼천백육십억이천팔백육십오만칠천오십삼원.

한 번에 읽기 어려울 정도로 큰 액수다. ‘손잡고’가 2000년 이후 확인한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 197건의 총 청구금액이다. 지난 7월 하이트진로가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 25명에게 제기한 27억 7천만 원과 지난 8월 대우조선해양이 하청지회 집행부 5명에게 제기한 손배소송금액 470억 원까지 더하면 3,500억 원이 훌쩍 넘는다.

대우조선해양 사례만 놓고 보면, 노동자 5명이 각 470억 원씩 내야 한다. 시급 1만 원으로 계산 시 한 푼도 안 쓰고 갚아도 1900년이 걸리는 액수다. 22년 차 용접공의 시급이 10,350원에 불과한 열악한 처우 개선을 위해 하청노동자들이 51일간 파업에 뛰어든 대가라고 하기엔 너무나 가혹한 액수다. 소송을 제기한 쪽도 이를 갚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본보기를 보여주겠단 의도다. 그래서 노동자들에 대한 손배·가압류는 더욱 악질적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33조 1항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노동3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자의 권리다. 헌법상 권리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수백억 원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일이 이 나라에서는 쉽게 벌어진다. 이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의 한계 때문인데, 노동자 및 사용자 개념이 협소한 탓에 노동자들이 합법적인 쟁의행위를 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어렵게 합법적 쟁의행위를 한다 해도 꼬투리를 잡아 파업 전체를 불법으로 내몰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일이 허다하다.

노동법1의 미비가 손해배상청구제도를 노동자들을 괴롭히고 공포감을 조성하여 정당한 노동권 행사를 가로막고, 노동조합을 통제·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킨 셈이다. 하루빨리 노조법 2조를 개정해 노동조건에 영향력을 가진 원청업체가 ‘사용자’로서 책임지도록 하고, 노조법 3조 개정(노란봉투법2)으로 노조 활동에 대한 손배소송 제기를 금지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과잉입법이라고 하지만 노조법 2・3조 개정은 헌법의 실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1 노동관계를 규율하는 법규범의 총칭으로, 근로기준법과 노조법을 함께 이른다
2 2014년 쌍용자동차 파업 노동자들이 47억 원의 배상 판결을 받자 한 시민이 노란 봉투에 4만7000원을 넣어 전달한 데서 비롯됐다. 19대·20대·21대 국회에서 계속 발의됐지만 국회 계류 중이다.


김은정 협동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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