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문해력 논란이 일깨운 비판적 읽기의 중요성

신지영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심심한 사과’는 왜 논란이 되었나

지난 8월 20일, 트위터 트랜드 실시간 상위권에 갑자기 오른 ‘심심한 사과’는 우리 사회에 또다시 ‘문해력literacy’ 논란을 일으켰다. 웹툰 작가 사인회를 준비하던 서울의 한 카페가 행사 예약시스템의 오류를 사과하며 트위터에 올린 문구의 “심심한 사과 말씀”이라는 표현이 발단이었다. ‘깊고 간절하다’는 뜻의 ‘심심深深하다’를 몰라서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뜻으로 이해한 탓에 ‘심심한 사과라니, 나는 하나도 안 심심한데!’, ‘사과를 왜 심심하게 해!’, ‘제대로 된 사과도 아니고 무슨 심심한 사과?’ 등 댓글이 화제가 되었고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관련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많은 기사가 나왔지만 언론의 보도는 거의 대동소이했다. 논란의 배경을 설명한 후 ‘이렇게 기본적인 단어도 모르는 요즘 애들의 어휘력이 문제다’, ‘한자를 몰라서이고 책을 안 읽은 탓이다’, ‘요즘 애들 문해력이 정말 문제다’라고 진단한 후, ‘문해력을 높이려면 한자 교육을 강화해야 하고 책을 많이 읽혀야 한다’는 전문가 인터뷰 몇 줄로 기사는 마무리된다.

지난 8월 문해력 논란을 불러온 한 카페의 트위터 사과문 출처 트위터 이미지 캡처

사실, 이러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논란이 된 단어와 발원지만 다를 뿐, 이전에도 유사한 논란은 계속되어 왔다. 위와 같은 구조를 반복하는 기사들은 ‘뉴스’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뉴스 같지 않은, 매우 식상한 느낌을 준다. 논란이 되는 표현만 바뀔 뿐 사태를 바라보는 태도가 동일하니 틀에 박힌 기사만 쏟아졌을 뿐이다.

그간 유사한 논란을 일으킨 단어로는 ‘무운’, ‘사흘’, ‘금일’, ‘유선상’, ‘고지식’, ‘이지적’ ‘북침’ 등이 있었다. 2021년 11월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대표에게 “무운1을 빈다”고 하자 한 방송사 기자가 이를 두고 ‘운이 없기를 빈다’고 잘못 해석하여 논란이 되었다. 2020년 8월에는 3일간 이어진 광복절 연휴를 ‘사흘 연휴’라고 표현한 것이 논란이 되었다. ‘사흘’을 ‘4일’로 잘못 알고 ‘3일인데 왜 사흘이라고 하냐’는 등의 반응이 있었던 탓이다. 이외에도 ‘금일’을 ‘금요일’로 이해해 보고서 기한을 잘못 안 대학생이 교수에게 항의한 사연, ‘유선상’을 사람의 이름으로 알더라는 이야기, ‘고지식’을 ‘지식이 높다’는 뜻으로 이해하여 사용하더라는 일화와 ‘이지적’이라는 교사의 말에 ‘제가 그렇게 쉬워 보여요?’라고 반응하더라는 에피소드 등이 기사화되었다.

심지어 ‘북침’은 엉뚱한 진단과 처방을 가져오기까지 했다. 2013년 한 신문사는 한국전쟁이 ‘북침’이라고 생각한 고등학생들이 70%에 육박한다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이 보도에 근거해 청소년들의 역사의식이 문제라며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기도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문제는 역사의식이 아니라 어휘력이었다. 청소년들이 ‘북침’의 뜻을 ‘북쪽이 침략함’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응답했던 것이다.

‘실질 문맹률 75%’의 함정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젊은 세대의 어휘력은 늘 도마에 오른다. 그런 상식적인 단어의 뜻도 모른다며 기성세대는 혀를 찬다. 그리고 어휘력 문제를 넘어 문해력까지 비판받기에 이른다. 이런 논란이 이어질 때마다 항상 인용되는 수치가 있다. 바로 ‘실질 문맹률 75%’가 그것이다. 대한민국 성인의 문해력이 OECD경제협력기구의 바닥 수준이며, 문서를 보고도 읽고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지 못하는 인구가 성인의 75%라는 충격적인 내용이다. 관련 내용이 언론을 통해 처음 보도된 것이 2005년 4월이었으니 거의 20년 동안 문해력 논란이 있을 때마다 인용되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몇 가지 의문이 든다. 첫째, 과연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단어들이 문해력의 열쇠가 되는 단어인가 하는 점이다. 특정 세대나 특정 집단 혹은 특정 개인이 해당 단어의 뜻을 모르는 것이 우리 사회의 문해력 문제를 대변할 수는 없다. 어휘 학습은 평생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특정 단어를 알고 모르고는 그 사람의 연령이나 직업, 지위 등에 따라 문제가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다. 문제가 된 단어들은 일상적인 표현이 아닌 경우가 많아서 그 단어를 모르는 사람이 누구인지 특정하기 어렵다면 문제시 할 수 없다. 그리고 특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단어를 모르는 사람이 그 집단을 대표한다고도 할 수도, 더더욱 우리 사회를 대표한다고도 할 수 없다. 믿을 만한 조사 결과가 아니라 한두 사람의 일화를 통해 그 집단의 어휘력에 대해 운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심지어 문제가 된 단어 중에는 시대가 반영된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3일 이상의 날짜를 셀 때, 이전 시기에는 일상적으로 ‘사흘’, ‘나흘’ 등과 같은 고유어 표현을 사용했지만, 요즘에는 ‘3일’, ‘4일’ 등과 같이 한자어 표현을 더 자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니 세대에 따라 ‘사흘’과 ‘나흘’을 모르는 사람들의 수가 다를 수 있다. 단어를 많이 모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특정 단어를 모른다고 문해력에 문제가 있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다.

둘째, 우리나라 성인의 75%가 ‘실질 문맹자’이며 문해력에 있어 OECD 최하위권에 속한다는 보도가 어떤 자료에 근거하는가이다. 놀랍게도 이 수치는 공인된 수치도 아니고, 문해력의 특정 하위 영역 중 한 영역과만 관련 있는 수치일 뿐이다. OECD가 2000년 발간한 성인 문해력 관련 보고서를 기초로 한국교육개발원이 2001년 유사한 방법으로 시범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근거한 것으로, 엄밀한 의미의 국제 비교가 아니다.
게다가 ‘OECD 최하위권’, ‘실질 문맹률 75%’는 해당 조사를 구성하는 세 영역 중 가장 점수가 좋지 않은 한 영역의 결과에만 해당한다. 나머지 두 영역은 OECD 중위권과 중상위권에 해당하는 점수를 보였다. 따라서 문제의 ‘실질 문맹률 75%’나 ‘문해력 OECD 최하위’는 조사 결과를 왜곡할 수 있는 위험한 일반화다.

문해력 논란, 그 너머로 가기 위해

역설적이지만 문해력 논란이 있을 때마다 거의 20년간 언론에 오르내린 ‘실질 문맹률 75%’는 우리 사회의 문해력 문제를 드러내는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2021년 OECD 발간 보고서 〈21세기 독자 : 디지털 세상에서의 문해력 개발〉2은 이런 맥락에서 의미심장한 문제를 던진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만 15세 청소년들의 읽기 능력은 OECD 37개 회원국 중 5위로 높은 성취도를 보였다. 하지만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능력과 정보의 신뢰도를 판별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문제에서는 최하위권의 낮은 성취도를 보였다. 가짜 뉴스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는 비단 청소년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심심한 사과’ 논란에서 우리가 진짜 던져야 할 문해력 문제는 단어 몇 개를 알고 모르는 어휘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텍스트를 읽고 단순히 이해하는 수동적인 읽기가 아니라 주어진 텍스트를 비판적으로 읽을 수 있는 능동적인 읽기의 문제였다.

1 전쟁에서 이기고 지는 운수
2  21st-Century Readers Developing Literacy Skills in a Digital World, Published on May 0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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