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2년 12월 2022-11-30   562

[활동가의 책장] 정치적인 것의 개념

정치적인 것의 개념
칼 슈미트 | 살림 | 2012

“정치적 행동이나 동기의 원인으로 여겨지는 특정한 정치적 구별이란 적과 동지의 구별이다.”

요즘처럼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시기라면 뭔가 힐링이 되는 글을 읽는 것도 좋겠지만, 오히려 현실을 냉철히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칼 슈미트는 인간의 본성, 인간의 자연 상태가 ‘피아彼我 구분’에 있다는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슈미트는 정치는 곧 동지와 적을 구분하는 것에서 시작하며, 어떻게든 적을 약화시키고 우리 편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바로 정치적인 행위가 지향하는 바라고 말한다. 나치 부역자로 전범재판까지 받았던 법학자의 주장을 단순히 악마적인 것으로 치부해야 할까? 우리는 이 개념이 현실화되는 상황을 언론을 통해 실시간으로 보고 있다.

당장 이태원 참사 관련 책임 공방, 영부인 사진 빈곤 포르노 비판과 반발, 대통령과 MBC의 갈등을 둘러싼 대립만 봐도 정치인들이 얼마나 자기가 속한 정당이나 패거리와 일심동체가 되는지, 얼마나 치졸하고 맹목적으로 상대방을 공격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슈미트의 시각으로는 ‘국민의 행복과 안전’을 보장하고, ‘민생을 지키겠다’는 정치인의 공언 역시 그 뒤에는 정치적 패권을 쥐기 위한 투쟁이 자리 잡고 있으며, 권력을 향한 욕망이 내포되어 있다. 그러나 적과 동지가 늘 고정적인 것은 아니다. 우리는 매번 다투기만 하던 거대 양당이 선거를 앞두고 언제 그랬냐는 듯 선거제 개혁 논의를 축소하려고 애썼던 것을 보지 않았나? 정치의 본성이 이러한 것이라면 씁쓸한 일이다.

하지만 ‘정치는 곧 적대’라는 개념을 잘 응용하면, 우리의 권리를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한 정치적 가능성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그 가능성은 아마도 ‘안전보장 vs 이윤추구’, ‘평등한 분배 vs 부의 집중’, ‘인권 vs 특권’ 등 시민의 행복을 위해 추구해야 하는 가치와 그것에 반하는 가치를 잘 구분해 대립시키는 것에서 출발하게 될 것이다. 칼 슈미트가 전체주의자였음에도 지젝Slavoj Žižek, 무페Chantal Mouffe 같은 좌파 지식인들에게 영감을 준 것은 바로 이러한 지점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신동화 경제금융센터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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