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3년 01-02월 2022-12-29   1267

[회원인터뷰] 내가 던지는 쓴소리는 넘치는 애정의 다른 표현이오 – 김윤섭 회원, 회원모임 ‘산사랑’ 대표

김윤섭 회원, 회원모임 ‘산사랑’ 대표 ©박영록

꽁꽁 얼어붙은 날씨에 출장 일정까지 미루고 기꺼이 인터뷰 자리에 나온 김윤섭 회원은 참여연대 회원모임 ‘산사랑’ 대표이자, 회원모임 협의회 회장이다. 스물아홉, 물리치료기 공장을 시작으로 건설업까지 다양한 사업에 몸담아 온 그는 상근직은 아니지만, 여전히 현업에 있다. 열정과 호기심 가득한 표정과 화통한 목소리로 참여연대와 우리 사회에 대한 애정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김윤섭 회원을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새해 첫 회원인터뷰의 주인공이 되셨는데, 새해 소망은 무엇인가요?

우리가 작년 대선 이후 줄곧 암울한 세상을 살고 있잖아요. 대선 직후 넉 달 정도 TV를 안 봤어요. 그러다가 ‘우리가 힘을 써야 한다’라는 생각으로 다시 희망을 품고 열심히 참여하고 있어요. 정권이 국민의 뜻에 따라 일하고 있는지 항시 감시하고, 제대로 못 하면 또 촛불을 들고. 내년에는 좀 밝은 얼굴로 이야기할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는 지금 더 건강해진다는 것은 욕심이고 현재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 2013년 회원가입 후 회원모니터단 활동도 하셨고 회원모임 ‘산사랑’ 대표, 회원모임 협의회 회장까지 하고 계신데요, 어쩌다가 참여연대와 인연을 맺게 되셨나요?

매달 고등학교 동창들과 등산모임을 하고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이 어느 날 ‘좋은 데 있으니 같이 가자’라며 다른 등산모임에 데려갔어요. 거기가 ‘산사랑’이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산사랑’은 정회원이 아니어도 참여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한 1년 정도 비회원으로 참여하면서 참여연대를 더 들여다보고 이해하게 되면서 ‘아, 이거 진짜 해야 하는 일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회원으로 가입했어요. 어려서부터 뭘 하든 좀 나대거든요. 그렇게 대표도 하고 회장도 하고 있어요.(웃음)

2022년 5월 7일, 한양도성길

– ‘산사랑’에 대한 애정이 특별하신데요, ‘산사랑’은 어떤 모임인가요?

‘산사랑’은 1999년 결성된 회원모임으로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어요. 현재는 격주로 한주는 토요일, 한주는 일요일에 모여요. 토요일에 못 쉬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함께 산행하고 뒤풀이하고 헤어지지요. 연회비는 3만 원인데 비회원에게도 열려있어요. ‘시엠송’ 산악회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격주로 하는 산행 외에도 연초에 산신에게 일 년간 무사한 산행을 기원하는 시산제를 열고, 중간에 역사성이나 시사성 있는 장소를 골라 공부하고 놀기도 하는 1박 2일 엠티도 떠나고, 연말에는 총회를 겸하는 송년회까지 세 개의 큰 행사를 진행합니다.

– ‘산사랑’ 자랑 좀 해주세요. 어떤 분들이 참여하실 수 있을까요?

35년째 산을 타고 있는데 누구랑 가는지가 중요하더라고요. 혼자 갈 수도 있지만 모임에서 가면 새로운 곳에 가볼 수도 있어요. 산사랑은 역사탐방도 병행하는데 몇 년 전에는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같은 곳도 다녀왔어요. 아이들을 데려오는 회원도 있는데 그러면 뒤풀이는 아이들이 먹고 싶은 걸 먹으러 가고. 아이들은 용돈도 두둑이 받아가죠. 산이 좋고 새로운 걸 경험하고 배우는 게 좋은 사람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산에 오르고 내려와서 막걸리 한잔하면 하루가 그냥 즐거워요. 정치적 입장이나 가치관의 결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모임이에요. 이런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면 회원이 아니어도 누구나 올 수 있어요. 산행이라고 힘든 코스만 가는 게 아니라서 부담 없이 한 번씩 와보셔도 좋을 거예요. 참, 산행은 패스하고 뒤풀이에만 와도 됩니다.(웃음)

– 2004년 17개에 달했던 회원모임은 현재 ‘산사랑’을 비롯해 ‘마라톤모임’, 노래모임 ‘참좋다’ 이렇게 세 개로 줄었습니다. 회원모임을 다시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진짜 어려운 문제예요. 최근 코로나 19로 함께 산에 가기가 어려웠고 그러다 보니 열정도 좀 식은 거 같은데 신입회원들이 많이 들어오면 좋겠어요. 회원모임을 활성화하려면 시민참여팀 등 참여연대가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해요. 어떤 모임이 있으면 좋을지 정해서 사무처에서 우선 만들고 관심 있는 회원들이 모일 수 있게 해야 해요. ‘신입회원의 날’ 같은 회원 행사나 지역별 회원모임 등에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참여를 독려하고요. 회원모임은 회원 혼자서 시작하기에는 어려워요. 참여연대라면 회원모임이 적어도 10개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비회원들에게도 문을 열어서 관심 있는 사람들이 올 수 있도록 하고 자연스럽게 정회원이 되도록 해야겠지요.

– 연세가 있으신 만큼 친구분들과 정치적 성향이 조금 다르실 것 같은데 어려운 부분은 없으세요?

예전부터 가깝게 지냈던 친구들이 지금은 거의 ‘저쪽 물’이 들었어요. 그래서 나도 갈 곳이 참여연대밖에 없어요. 아버지가 경찰이었는데 정의로운 분이셔서 그 영향을 받았나 싶기도 해요. 나는 잘 안 바뀌더라고. 주장을 강하게 하는 편이기도 하고, 설득이 안 되면 같이 안 놀아요.(웃음)

– 몇 년 전 쓰러지셨다가 회복하셨다고 들었어요. 그 후로 막걸리만 드신다고 들었는데, 그래도 술인데 괜찮으세요?

5년 전 쓰러져서 죽을뻔한 나를 딸이 심폐소생술로 살렸어요. 119에 전화하면 영상으로 응급처치 방법을 알려주는데 우리 딸이 잘 따라 해서 제가 살았죠. 5일간 혼수상태였고 의식은 보름 후에 돌아왔어요. 온 집안이 울음바다였고 산소도 보러 다녔다고 해요. 나는 지금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거예요. 뇌 손상을 걱정했다는데 멀쩡해서 의사들도 놀랬고, 나는 오히려 그 후로 더 영리해진 느낌이에요.(웃음) 의사가 와인이나 막걸리는 심장이나 혈압에 큰 무리를 주지 않고 안정에 도움을 준다고 해서 먹고 있어요.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받지 말아야 하는데 힘들죠. 노력하고 있어요.

– 앞으로의 ‘제2의 인생’은 어떤 모습이길 바라세요?

내가 53년생인데 환갑 지나고 공부를 시작했어요. 예전부터 하고 싶었는데 너무 바빴죠. 은퇴 후에 사회복지시설 같은 걸 운영하고 싶어서 한양사이버대학교 실버산업학을 전공하고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도 땄죠. 조금 과장해서 ‘쌍코피 나게’ 공부했어요.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는 120시간의 실습을 해야 하는데 나는 주간 보호센터에서 했어요. 실습하면서 우리나라에 90세 할머니들이 그렇게 많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우리나라가 노인복지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지요. 학교에 다니던 중에 쓰러지면서 한 학기 늦춰서 4년 반 만에 졸업했어요. 졸업 논문 주제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이후 노후대책’이었는데 두 번이나 ‘빠꾸’를 당했어요. 세 번째 고쳐서 어렵게 통과했는데 김건희 씨는 한 번에 통과했더라고요… 세상이 참 불공평해요.(웃음)

사회복지시설을 하려고 보니 요양원은 자기 건물을 갖고 있어야 설립허가가 나더라고요. 서울이나 경기 지역에서 하려면 50~60억까지 필요한데 능력은 안 되고…. 그래서 주·야간 보호시설이나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건강이 뒷받침되지 않으니 아직 못하고 있죠. 하지만 언젠가는 할 겁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랑 같이 즐기면서 늙어가고 싶어요.

그리고 나에겐 가정이 곧 행복이에요. 할아버지가 되니 손주 보는 행복이 제일이더라고. 어린애 하나가 한 집안을 이렇게 행복하게 만드는 줄 몰랐어요. 매주 금요일에 와서 일요일에 가는데 덕분에 항상 웃고 살아요. 자식하고는 비교 불가에요.(웃음) 사위들 만나는 것도 즐겁고. 가족들과 계속 행복하게 지내면서 참여연대 회원으로서 할 수 있는걸 하고 싶어요.

– 마지막으로, 나에게 참여연대란?

희망이고 보람입니다. 내가 추구하는 것과 같은 방향으로 가주니 희망이고, 그게 또 하나씩 이뤄지는 것을 보니 보람이지요.

“참여연대 회원이 적어도 5만 명은 돼야 하지 않겠냐”며 같이 열심히 알리고 참여하자는 말을 남기고 김윤섭 회원은 이태원으로 향했다. 10.29 이태원 참사 49일 추모제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누군가는 외면하고 침묵하는 세상에서 화통하게 쓴소리를 할 줄 아는 김윤섭 회원님,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올해도 건강하세요!


이은주
사진 박영록
녹취 조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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