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3년 01-02월 2022-12-29   2664

[활동가의 책장]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스티븐 레비츠키ㆍ대니얼 지블랫 | 어크로스 | 2018

이 책은 트럼프 임기 초에 발간되었다. 레비츠키와 지블랫은 트럼프 초기 행보에서 드러난 전제정치의 징후, 즉 민주주의를 붕괴시킬 위험신호를 포착한다. 그 위험신호는 민주주의 제도 자체에 대한 직접적 공격이 아닌 바로 ‘규범의 파괴’다. 트럼프가 무너뜨린 건 성문화된 법이 아닌 ‘상호 관용과 이해’, ‘자제’와 같은 민주주의적 문화였다. 두 저자는 트럼프뿐 아니라, 여러 국가에서 발견한 민주주의 붕괴 사례를 통해 난감한 지점을 밝혀낸다. 통념 우리 통념과 달리 민주주의 붕괴는 선거를 통해 시작되고, 합법적으로 아주 ‘미묘하게’ 진행된다는 것이다. 사법부의의 효율적 개편, 부패 척결, 그리고 민주주의를 ‘개선’한다는 명분들로 시행되는 개혁 조치들(예컨대 선거 제도 개편 등)말이다. 민주주의의 죽음은 쿠데타나 계엄령 선포, 헌정질서 중단 같은 극단적 상황에서 일어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가? 퇴행과 후퇴 일색인 현 정부를 떠올리면 한국의 민주주의가 위험에 처했다고 쉽게 유추할 것이다. 기껏 마련해놓은 사회적 토대를 허물고 있는 것처럼 보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저자들이 말하는 민주주의의 죽음이 신자유주의적인 국정 운영이나 영리화 같은 정책들로 촉발된다고 이해하면 곤란하다. 외려 그것은 정치사회를 둘러싼 절차, 틀, 형식의 훼손으로부터 발생한다. 또한, 민주주의는 가짜뉴스와 대안언론, 정치 분열, 일상화된 선거 공학, 직접적인 대중동원 등을 이용하는 포퓰리즘 정치에 의해 잠식된다. 이러한 경향 속에서 권한의 절제와 상호 견제, 관용의 문화는 허물어진다. 우리가 목도한 위성정당 사태, 시행령 통치, ‘180석’의 힘에 기대 원하는 바를 관철하려는 시도, 사법의 정치적 이용 모두 민주주의가 죽어가고 있다는 신호일 것이다.

최근 정치사회의 양극화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양당의 이중체제는 더욱 공고해졌고 중간 지대는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시민운동 또한 극단의 자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전쟁은 다른 수단을 통한 정치의 계속”이라는 명제가 이제는 “정치 그 자체가 전쟁의 계속”인 상태를 맞이한 듯하다. 시민운동은 이 지점에서 고민을 시작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2023년 시민운동은 분노와 적대를 증폭시키기 이전에 갈가리 찢긴 사회의 면면을 살피고, 양극단 가운데 시민이 설 자리를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


김건우 정책기획국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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