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3년 01-02월 2022-12-29   3393

[인터뷰] ‘불법 투쟁’이 만들려는 ‘안전한 세상’ – 박연수 화물연대 정책기획실장

박연수 화물연대 정책기획실장 ©장은혜

지난 12월 21일 윤석열 대통령은 기획재정부의 2023년 업무보고에서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제 가운데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이 노동개혁”이라며 “노사 법치주의는 우리가 나라를 제대로 만들어내고 성장을 하려면 절대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말하는 노동개혁과 노사 법치주의는 무엇일까.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에 대한 정부의 강경 대응에서 짐작해볼 수 있다. 정부는 화물노동자 총파업에 ‘업무개시명령’으로 응수했다. 명령 불응 시 화물노동자의 면허를 정지·취소할 수 있는 규정이라고 하나, 강제노동 명령 자체엔 위헌 요소가 다분하다.

정부의 강경 기조에 화물연대는 지난 12월 9일 16일 만에 파업을 철회하고 업무에 복귀했다. 화물연대가 정부가 말하는 ‘노동개혁’의 대상인지, 총파업이 ‘노사 법치주의’를 위반한 것인지, 안전운임제 확대가 어떤 의미인지 직접 듣고 싶었다. 12월 12일 오후, 서울시 강서구 화물연대 사무실에서 박연수 화물연대 정책기획실장을 만났다.

– 화물연대가 파업을 철회하고 업무에 복귀했다. 현재 상황은 어떤가.

얻은 것이 없다는 생각에 조합원들 힘이 많이 빠진 상태다.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했으나 그 모습을 보면 참 마음이 아프다. 성과가 만족스럽진 않지만 총파업이 끝났다고 안전운임제 투쟁이 끝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안전운임제 3년 연장과 일몰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국회 논의가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안전운임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라는 숙제가 남아있는데 현장에서 긴 투쟁의 시작을 잘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 파업을 철회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여당이 제시한 안전운임 일몰제 3년 연장안을 전격 수용했다. 화물연대와 조율한 사안이었나?

솔직히 조율은 없었다. 민주당과 화물연대가 지난 6월 총파업 이후 법안에 대해 긴밀히 협조했던 것은 맞지만, 이번 11월 총파업 돌입 후에 조율은 없었다.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두 번 발동하고 안전운임제 일몰 수순을 밟겠다고 공언하면서 현장의 위기감이 커졌고 파업 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는데, 우리로선 제도 일몰을 막는 게 급했다. 파업을 철회하고 다른 방식의 전술을 구사하기로 입을 모은 것이다.

그래도 파업으로 얻은 게 있다면?

먼저 전 국민이 안전운임제를 알게 된 것이 큰 성과라 생각한다. 그동안 화물노동자는 난폭운전의 대명사 혹은 도로 위 시한폭탄쯤으로 여겨졌는데 이번 파업으로 화물노동자가 얼마나 열악한 노동에 처했는지, 안전운임제가 왜 필요한지 의제화했다고 평가한다. 그 다음으로 화물노동자들이 자기 노동 현실에 대해 직접 목소리를 냈다는 데도 큰 의미가 있다.

– 아직 안전운임제를 모르는 분을 위해 조금 더 설명해달라.

화물노동자의 최저운임이라고 보시면 된다. 자본주의를 간단히 말해 물건을 찍고 그 물건을 팔아 유지되는 사회라 할 수 있는데, 이 물건들이 자동으로 움직인 게 아니라 그동안 화물노동자들의 목숨을 갈아서 이동시켜온 것이다. 안전운임제는 운송을 시장에만 맡겨놨을 때 보호받지 못하는 시스템 하위 저임금 노동자들을 위한 제도다.

– 여론을 봐도 그렇고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시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경제 상황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시민을 설득하려는 고민도 많이 했을 것 같은데 어떤가?

화물연대 투쟁이 ‘화물노동자의 상황이 이렇게 열악합니다’라고 강조하는 방식이었던 것 같다. 사실이긴 하나 어려움을 호소하면 ‘너만 힘드냐, 나도 힘들다’는 반응이 돌아오는 상황에서 ‘불행 경쟁’을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더 대담하게 ‘함께 살기 위해 화물노동자가 던진 화두를 시민들도 답하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면 어땠을까 싶다. 안전 사회가 굉장히 중요한 의제인데 이 의제로 더 폭넓게 논의해야 했으나 당시 정부와 언론이 ‘귀족 노조’라 하니 방어적으로 어려움만 호소하게 된 것 같다.

불법 투쟁이 만들려는 세상이 무엇인지
생각해주었으면 한다
이제 우리 사회가
답할 차례다

박연수 화물연대 정책기획실장 ©장은혜

– 화물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시민들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음을 의제화했다면 여론이 조금은 달라졌을까?

하나의 사례긴 한데, 화물연대 경남지역 본부 BCTBulk Cement Trailer, 벌크 시멘트 트레일러 1 지회장이자 은퇴를 앞둔 조합원이 졸음운전을 하던 화물차와 추돌로 지난 8월 돌아가셨다. 문제는 당시 졸음운전을 했던 화물노동자도 안전운임제가 필요했던 사람이었는데, 이런 사례들을 시민의 안전과 연결하여 알리고 설득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정작 정부는 돌아가신 BCT 지회장님의 사례를 ‘안전운임제를 적용해도 교통사고 감소 효과가 없다’라는 근거 자료로 쓰고 있더라. 참으로 분통 터질 일이다.

– 화물노동자들의 양극화와 격차도 심한 것으로 안다.

이번 파업은 화물노동자 내부 격차를 줄이려는 목적도 있었다. 흔히 ‘떳다방’라 불리는 앱application 배차를 받는 분들 상황은 정말 열악하다. 화주가 운송료로 50만 원을 올리면 플랫폼에서 수수료로 50%를 떼어간다. 수수료에 대한 규제가 전혀 없다. 어떤 사례도 있냐 하면 2019년에 화물노동자 5명이 앱 배차로 물건을 옮겼는데 알고 보니 환경법에 저촉되는 유해 물질이었던 거다. 당시 화물노동자들은 처벌 대상이 되었는데, 배차한 사람들은 앱에서 사라졌다. 이런 현실을 당장 싹 바꿀 순 없지만 안전운임제는 이런 노동자들에게도 필요하다.

– 화물노동자 모두가 장시간 운전에 직면한 상황인가? 노동 환경에 있어 양극화는 없나?

보편적으로 열악하다고 봐야 한다. 사업장 전체 화물노동자가 모두 화물연대 소속이어서 화물연대 현장 장악력이 있는 곳을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하루 14시간 이상 일을 해서 월 1,000만 원 매출을 올리면 원가로 700만 원 나가고 300만 원이 순소득인 상황이 기본이다. 얼마 전 현장 증언대회에서는 밥 두 끼 먹으며 15시간씩 일하는데 현장에서 “게으르다”는 말을 들었다는 이야기도 있더라. 그만큼 다 열악하다. 시급으로 따지면 최저임금 수준이다.

– 화물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노동시간을 줄이고 운임 단가를 높이자는 취지다. 이런 제안을 어떻게 바라보나?

기본적으로 총 노동시간 규제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지금도 ‘2시간 노동 15분 휴식’ 같은 법정 휴게시간이 있지만 쉴 수 없는 이유는 소득 보전이 불가해서다. “당신은 이번 달 150만 원 벌었는데 총 노동시간 규제가 있으니까 그만 일해”라고 하면 편법이 더 생기지 않겠나? 규제 이전에 소득 보전이 우선이다.

노동시간을 규제하기 위해선 타 제도도 함께 손을 봐야 한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 통행료는 야간에만 할인이 된다. 장거리를 많이 달리면 한 달에 적게는 70만 원, 많게는 몇 백만 원의 통행료가 나온다. 야간에만 통행료가 할인이 되니 화물노동자 입장에선 밖에서 대기하다가 오후 9시 이후에 요금소를 통과한다. 결국 야간 운전이 늘게 되는 것이다. 휴게소 문제도 있다. 정부가 태양광 사업으로 휴게소 주차장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다보니 화물차 진입이 어려워졌다. 화물노동자들이 길가에 차를 대놓고 휴식을 취하는 이유기도 하다. 총제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어떤 점에서 문제인가? 이 명령이 화물연대 조합원들에게 미친 영향은 무엇인가?

업무개시명령은 2003년 화물연대 파업 이후 정부가 이를 제어하기 위해 만든 조항이다. 법적으로 위헌 소지가 있다. 화물노동자를 노동자로 본다면 업무개시명령은 파업을 금지하므로 헌법 위반이다. 자영업자로 본다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조항이 모호한 탓에 죄형 법정주의에도 어긋나고,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ILO 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국제노동기구 협약 위반이기도 하다. 그동안 다른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지 않은 건 이 규정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최소한의 인식이 있었기 때문인데 윤 정부는 선을 넘었다. 윤 정부가 말하는 법치가 법률에 명시돼 있으면 언제든 국민을 처벌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 같아 심히 우려된다.

– 사문화된 법인데도 현장에서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현장에서는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화물운송 종사자 자격 취소는 쉽게 말해, 정부가 해고하겠다는 거다. 이번 화물연대 파업에서 비조합원의 광범위한 지지와 참여가 없었다면, 이 정도의 물류대란이 일어나지 않았을 정도로 비조합원이 파업의 핵심이었다.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비조합원들 겨냥한 것이었다. 조합원들은 싸우고 연대한 경험이 있으니 버티지만, 울타리가 없는 비조합원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ILO 개입이 단순한 의견 조회意見照會 2 에 불과하다며 구속력 없는 조치라고 했다.

보통 ILO가 개입 절차를 진행할 때 우려를 표명하는 수준에 그친다. 그러나 이번에는 굉장히 구체적으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협약 87호 결사의 자유 원칙 위반이라고 짚었다. ILO가 노동부는 물론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를 만난다고 하는데 국토부까지 만난다는 것은 한국 정부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ILO 회원국이고 협약을 비준했다. 이를 위반하면서 ILO 개입을 해외 전문가의 조언처럼 치부하는 건 현 정부의 빈곤한 외교관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 정부와 경영계는 화물기사를 노동자로 보지 않고 개인사업자, 즉 ‘특수고용노동자’로 보고 있다. ‘화물노동자는 노동자인가 자영업자인가’라는 질문을 어떻게 봐야 하나?

화물노동자가 법적으론 개인사업자고 자영업자이지만 우리가 노동자라는 건 너무 명백하다. 화물노동자가 배차받아 일하고 있고, 언제까지 도착하라고 업무명령 내리는 화주도 있다. 앱으로 배차받는 기사들의 노동조건도 화주들이 규정한다. 예컨대 현대글로비스라는 화주가 있으면 화주와 계약을 맺은 운수사가 있고, 운수사와 계약을 맺은 화물노동자가 있는데 운임 조건과 배차 일정은 다 화주가 결정한다. ‘법률적 지위’가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정부가 마음대로 딱지를 붙이는 건 문제가 있다.

– 지난 6월 파업 당시 윤 대통령은 정부가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고 했지만, 이번 파업에는 강경하게 대응했다. 정부 입장이 바뀐 이유 배경은 무엇이라 보고 있나?

지난 총파업 교섭 때 국토부가 ‘우리가 지난 6월 화물연대에 백기 투항했다는 비판에 직면해 어쩔 수 없다’라는 식으로 말하더라. 당시 윤 정부가 보수언론과 화주 대기업으로부터 비판을 많이 받은 이후 강경 노선으로 전환한 게 있다. 더불어 이번 파업에 대응하며 지지 세력을 결집하고, 지지율 반등의 계기로 쓰려고 한 정치적 측면도 있다고 본다. 정부나 보수언론이 우리 파업을 ‘정치 파업’이라고 주장하는데, 화물연대 파업을 가장 정치적으로 이용한 건 윤석열 정부 자신이다.

– 윤석열 정부 행보가 대기업 화주를 대변하고 있다고 보는 건가?

국토부 안전운임위원회에 화주 대표로 무역협회가 들어온다. 무역협회 상근 부회장이 이관섭이었는데, 지난 6월 총파업 이후 대통령 비서실 국정기획수석비서관으로 임명됐다. 이후 정부의 파업 대응 전략이 바뀌었는데, 대기업 화주들 머리에서 나온 전략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이번 파업은 정부를 대상으로 투쟁한다는 느낌보다는 기업을 상대로 싸우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 파업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폭력 행위가 불거지기도 했다. 파업을 왜곡해서 다루는 언론 보도도 문제지만 일부 조합원들의 범법 행위도 노조에 대한 부정정 인식을 강화하는 게 사실 아닌가? 지도부도 고민이 있을 것 같다.

이런 일이 터지면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다. 다만 이번 파업에 유독 공권력의 도발이 많았다. 예를 들어 파업하려고 차를 줄 세워 놓으면, 그동안 불법 주차 딱지를 떼진 않았다. 그런데 이번엔 파업 첫날부터 경찰이 불법 주차 딱지를 끊었다. 조합원들이 항의하다 보니 언쟁이 생기고 시비가 일어나더라. 화물연대 장악력이 떨어지는 현장에서는 화주가 무리하게 대체 운송을 시도해서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이 경우 조합원들이 이를 물리적으로 막거나 과격해지는 경우 쇠구슬을 쏘는 일도 벌어진다. 비록 공권력과 화주들이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고는 있지만, 노동자 개인이 폭력적 수단을 동원하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 앞으로 정부·여당을 상대하는 화물연대 전략은 무엇인가?

안전운임제가 단지 조합원의 임금인상만을 위한 투쟁이 아니라는 걸 알리는 데 집중하려 한다. 윤 정부의 기조는 규제 완화와 노동 조직 배제인데, 화물연대와 화주를 직접 교섭시키는 안전운임위원회 제도를 공격하리라 예상된다. ILO 기준으로도 안전운임제는 모범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고 해외에서도 벤치마킹을 하고 있는 제도라 윤 정부 임기 동안 이 제도를 사수하는 게 중요하다. 다만 제도 사수만 외칠 것인지 적용 확대를 요구하며 제도를 사수할 것인지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화물연대 파업이 법적으로 불법인 건 맞다. 하지만 교사 노조, 공무원 노조, 비정규직 노조도 모두 불법인 채로 시작했던 게 아닌가. 불법을 거치지 않고 만들어진 노조는 없는데, 불법 투쟁이 만들려는 세상이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주었으면 한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화물노동자가 온몸으로 화두를 던졌다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 사회가 답할 차례다. 함께 고민해주었으면 좋겠다.

1 BCT는 안전운임제 적용 대상이다.
2 법령 해석에 관한 질의성 민원, 건의성 민원 등에 대한 주무 부서의 의견


김도연 〈미디어오늘〉 기자 
사진 장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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