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3년 03월 2023-02-24   2659

[참여연대사전] 국가인권위원회가 ‘얼굴인식 기술’ 경고한 이유

1 생체 인식 정보
지문·얼굴·홍채·정맥·음성·필적 등 개인의 신체적, 생리적, 행동적 특징에 관한 생체 정보 중에서 특정 개인을 인증·식별할 목적으로 처리되는 정보. 유일성과 불변성이 있어 한번 유출되면 피해 복구가 어렵고 위·변조로 악용될 수 있다.

2 얼굴인식 기술
인물을 촬영한 이미지에서 눈·눈썹·코·입·얼굴 윤곽과 같은 고유한 특징점을 추출하고 다른 얼굴과 대조하여 특정 인물이 맞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술

3 인권영향평가 Human Rights Impact Assessment, HRIA
국가·지방자치단체·기업의 정책·입법·사업 등이 인권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고 평가하는 도구.
국가 사업이나 정책 등이 인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방지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장려하기 위해 인권 실현 및 보호 기준에 부합하는지 평가하고 검토하는 과정

지난 1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국회와 정부에 “얼굴인식 기술이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입법으로 보호하고 인권영향평가를 실시하라”고 권고했다. 얼굴인식 기술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집회 및 결사의 자유 등을 침해할 위험성을 가지고 있어 이러한 기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관련 법률이 마련되기 전까지 공공기관이 공공장소에서 실시간 원격 얼굴인식 기술 도입과 활용을 유예하도록 국무총리에게 권고했다. 특히 공항이나 광장과 같은 공공장소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실시간 얼굴인식 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 위험성이 매우 크다고 강조하며 국가에 의한 실시간 원격 얼굴인식 기술 도입은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했다.

인권위는 얼굴·지문·홍채 등 생체정보가 고유하고 변하지 않는 특성으로 유출 시 피해를 복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더 특별한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앙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은 앞다투어 사람들의 생체정보를 민간업체에 제공해 인공지능 식별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했다. 이번 인권위의 권고는 생체 인식 정보 수집 기술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인권에 기반한 인공지능 기술 규제의 필요성을 역설力說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얼굴인식 기술은 개인식별·인증 등 다양한 방면에 쓰인다. 문제는 대규모 데이터를 수집하고 학습하는 등 일련의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새로운 기술이다보니 개인정보보호법과 같은 기존 법률로 대응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유럽연합EU이나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는 인공지능을 규율하는 법제 마련이 한창이고, 기본권에 미치는 영향과 그에 따른 적절한 규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정부는 얼굴인식 기술에 대한 사전평가나 기술이 인권과 기본권에 미치는 영향을 거의 고려하지 않는다. 법무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얼굴인식 인공지능식별 추적시스템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개인의 얼굴정보 1억 7천만여 건을 민간 기업들에 제공해 공분을 샀다. 이 과정에서 정보의 주인인 시민들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고지조차 하지 않았다. 또한 부천시가 코로나 확진자를 추적하기 위해 얼굴인식 CCTV를 설치한다고 하거나, 대구 수성구에선 얼굴인식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등 기술이 인권에 미치는 영향이나 위험성에 대한 사전평가 없이 AI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무엇보다 공공장소에서 얼굴인식 기술을 사용하여 개인을 식별하고 추적하는 ‘원격 생체인식’의 경우, 당사자의 개인정보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고,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며, 집회 및 결사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 유엔인권이사회, 유럽연합기본권청 등 여러 국제인권기구는 공공장소에서 활용되는 얼굴인식 기술이 인권에 미치는 위험을 오랫동안 경고하여 왔다. 해외 다수의 연구자들 또한 얼굴인식 기술이 특정 인종과 특정 성별에 차별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미국의 경우 경찰이 얼굴인식 기술을 이용해 무고한 사람을 체포, 구금한 사건을 겪으면서 일부 주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사전 인권영향평가를 도입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우리나라도 얼굴인식 기술이 가진 위험성에 대해 논의하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지은 공익법센터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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