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 9일 강우정 회원은 청년참여연대 회원들과 함께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24 S/S 서울패션위크에서 패스트패션1으로 발생하는 환경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기습 퍼포먼스를 펼쳤다. 환경을 주제로 다양한 활동을 벌이는 청년참여연대의 2023년 캠페인 어벤저스 ‘지구로운 의(衣)생활’ 팀의 직접행동이었다.
강우정 회원은 2018년 참여연대 청년공익활동가학교를 계기로 청년참여연대와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지난해부터는 공동운영위원장으로 청년참여연대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또한 현재 여성환경연대에서 상근활동을 하는 2년 차 활동가이기도 하다.
‘개인의 생존’을 위한 경쟁의 길에서 벗어나 ‘지구의 생존’을 고민하며 공존의 길을 걸어가는 강우정 회원. 그가 일구는 청년의 삶은 어떨까.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는 삶을 살기 위해 고민하는 강우정 회원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2018년 청년공익활동가학교를 통해 참여연대와 첫 인연을 맺었습니다. 이러한 활동에 참여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휴학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온 때였어요. 제가 고민하던 주제의 광고가 SNS에 떴어요. ‘다르게 살아도 괜찮아!’ 청년공익활동가학교를 알리는 문구였죠. 대학이 점점 더 취업을 위한 공간으로 변질하면서 학교 안에서 생각을 나눌 만한 사람을 만나기 쉽지 않았습니다. 저만 너무 다르고 혼자인 것 같았어요. 그러던 차에 만난 저 메시지에 매혹됐죠.
– 실제 참여해 본 참여연대 청년공익활동가학교는 어땠나요?
너무 좋아서 매시간 정말 설레는 마음으로 참여했어요. (혐오로부터) 안전한 상태에서 제가 추구하는 가치에 공감하는 동료들을 만나서 이야기 나눌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었고요. 청년공익활동가학교는 다양한 의제들을 말 그대로 ‘떠먹여주는’ 커리큘럼을 갖고 있어요. 6주 동안 인권·민주주의·복지·평화·환경·젠더 등의 주제가 굉장히 다양하고요. 실무자들이 하는 이야기라서 지식도 쌓이고 직접행동 준비에도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 청년공익활동가학교 프로그램을 마친 뒤 바로 청년참여연대 활동을 했나요?
아뇨. 그 뒤에 6개월 동안 교환학생으로 스웨덴에 갔어요. 제 전공이 정치와 철학인데 ‘왜 북유럽에서는 사회민주주의가 되는데 한국에서는 안 되는 걸까’가 의문이었어요. 또 스웨덴이 복지 등 많은 영역에서 늘 롤모델처럼 이야기되던 터라 궁금했고요. 실제로 가보니까 무엇보다 일상에서 느끼는 감각이 달랐어요. 거리에 턱이 없어서 휠체어든 유아차든 쉽게 다닐 수 있고요. 동양인이 정말 없는데도 아무도 저를 쳐다보지 않더라고요. ‘예의 바른 무관심2’을 호흡하듯 느낄 수 있었어요.
강우정 회원은 2020년 1월 귀국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국내외적 불안감이 높아지던 시점이었다. 사회적 셧다운이 강화되었고 온라인 공간에서는 왜곡된 공정 담론과 혐오가 퍼졌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가치를 공유하면서 안전하게 소통할 동료들을 찾았다. 2020년 5월 청년참여연대의 캠페인 어벤저스 활동에 함께 하면서 다시 참여연대와 손을 맞잡았다.



– 청년참여연대 캠페인 어벤저스는 어떤 활동을 하나요?
‘캠페인 어벤저스’는 젠더·환경·불평등 등의 의제에 대해 청년들이 가진 문제의식을 알리기 위해 액션을 기획하고 실천하는 1년 단위 캠페인 프로그램이에요. 2020년 처음 시작됐는데 저는 환경팀에 참여해서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어요.
2020년에는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 문제에 대해 공부한 뒤 1박2일 워크숍에서 제로웨이스트3를 실천해봤어요. 일회용 젓가락·숟가락을 안 쓰는 것은 물론 두부·김치 등 식재료를 살 때도 반찬통에 담아왔어요. 즉석밥을 사는 대신 쌀을 가져와서 밥을 해 먹었고요. 또 제로웨이스트샵 방문기를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해 홍보하기도 했어요. 2021년에는 배달 쓰레기로 주제를 좁혀서 공부하고 전시회도 열었어요. 초 경쟁적 사회에서 청년들은 밥해 먹을 여유가 없이 살아가지만, 배달의 편리함 뒤에는 사라지지 않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있다는 사실도 생각해보고자 했어요.
올해는 패션을 주제로 삼았어요. 9월 9일에 벌인 기습 퍼포먼스가 현장에서 생각지 못한 호응과 공감을 받으면서 활동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확인한 것 같아 기뻤어요.
– 지난해 여성환경연대에서 활동가의 삶을 시작했습니다. 활동가를 직업으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처음엔 비영리 영역 안에서도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어서 사회적 기업이나 사회적 협동조합에서 일했어요. 그런데 환경 분야 공공일자리라고 해서 일해보니 회사는 환경을 사업 아이템처럼 여기는 등 아쉬운 부분이 많았어요. 그렇다면 그냥 시민단체에서 환경운동을 하자고 결심했어요. 그중에서도 여성주의적 관점을 가진 곳에서 일하고 싶어서 여성환경연대를 선택했어요. 다행히 단체도 저를 선택해주었네요(웃음).
– 활동가의 삶은 기대했던 것과 같은가요?
‘덕업일치’4라고 할까요(웃음)? 활동가가 되기 전에도 제가 살아있다고 느낀 순간들은 사람들과 함께 행동하는 시간이었거든요. 예를 들어 동물권행진·기후정의행진 등에서 관심사와 목표가 같은 사람들과 같은 구호를 외치며 걸어가는 순간들이 참 좋았는데, 활동가가 되니 이걸 근무 시간에 월급 받으면서 할 수 있잖아요. 진정한 덕업일치예요.
단점은 덕업일치이다 보니 점점 일과 삶이 분리되지 않고 24시간 일하는 상태가 되는 것 같기도 해요. 절대적인 노동량이 많다기보다 눈을 뜨고 있을 때는 계속 일을 생각하는 거예요. 그리고 환경 이슈는 공부할 것이 많은데 매일 해야 할 업무가 있다 보니 공부할 시간이 부족해서 아쉬워요.
– 그렇게 시간이 부족한데 여성환경연대 활동과 청년참여연대 활동을 병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다양한 의제에 관심이 많아요. 여성환경운동이 중요하지만, 그 상근활동만으로는 풀리지 않는 영역이 있어요. 또한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청년으로서, 청년 당사자들이 모여서 작당하면서 프로젝트를 기획해서 실현하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요즘 관심 있는 주제는 무엇인가요?
청년 주거 문제예요. 제가 지방에서 서울로 이주해서 생활하다 보니 빼놓을 수 없는 주제예요. 지난해까지 보증금 천만 원에 월 35만 원을 내고 살았거든요. 매우 싸게 얻은 거긴 한데, 1984년에 지어진 집이라서 바퀴벌레가 너무 많았어요. 수백 번 시도 끝에 올해 1월 역세권 청년주택에 당첨돼서 지금은 임대료 월 5만 원을 내고 깨끗한 오피스텔에 살고 있어요. 주거비가 경감되니 정말 안정적인 감각이 들고 삶의 다음 단계를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주택의 경쟁률이 80:1이나 됐어요. 너무 높잖아요. 안정적인 주거의 감각을 더 많은 청년이 느껴야 한다는 생각, 청년들이 원하는 방식의 공공임대주택을 어떻게 더 확보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어요.
– 청년은 ‘88만원 세대’, ‘MZ세대’ 등으로 항상 구분되고 호명됩니다. 청년을 구분 짓는 세대 담론은 폐기되는 게 좋을까요?
정치권이나 미디어가 ‘청년’을 매우 많이 호명하는데 그들이 말하는 청년에 제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담론은 담론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세대별로 각각의 특성이 있지만, 일종의 경향성일 뿐이죠. 내부에 이런 다양성이 존재하는데 한 세대 사람들을 특정해 버리는 것은 잘못된 일반화일 뿐이라는 생각이 점점 강해지고 있어요. ‘○○세대’라고 묶어서 호명함으로써 오히려 ‘저들/우리’를 가르고 벽을 더 공고하게 세우는 것 같거든요. 구분하기보다 서로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는 자리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청년 회원으로서 참여연대에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참여연대가 청년의 더 많은 유입과 참여를 바란다고 알아요. 유입되길 원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바나 생각하는 바를 진심으로 듣는 노력을 조금 더 하면 좋겠어요. 참여연대 송년 회원 모임을 갔더니 여성 청년이 너무 없더라고요. 참여연대에 여성 청년 회원이 그렇게 없지는 않을 텐데 말이에요. 여성 청년들이 참여연대에 쉽게 오지 못하는 이유를 정성껏 묻고 들으면 좋겠어요.
또 하나는 전달 방식에 대한 제안입니다. ‘청년들이 원하는 의제는 무엇일까’하고 접근하기보다는 ‘왜 청년들은 이 의제에 관심이 없을까?’라고 고민의 방향을 바꾸면 좋겠어요. 전에는 몰랐는데 회원이 되어서 들여다보니, 참여연대가 권력 감시나 국민연금 등 저에게도 중요했던 일들을 많이 하고 있더라고요. 다만 이 의제들을 청년에게 필요한 방식, 삶에 와닿는 방식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더 고민하면 좋을 것 같아요.
강우정 회원은 2020년부터 비건 채식을 실천하고 있다. 채식을 시작하면서부터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삶이 하나가 됐다는 생각에 “속이 시원해졌다”고 말했다. 이는 즉, 생각과 삶이 일치하지 않을 때 불편을 느낀다는 말이다. 겉으로 내뱉는 말이 행동과 일치하지 않는 것에도 부끄러움이 없는 공직자들을 보아넘겨야 하는 세상에서 그는 내면의 생각과 행동의 일치를 늘 고민하고 그것이 일치될 때 기쁨을 느끼는 시민이다.
그런 그에게 참여연대는 어떤 존재일까. “가장 어려운 질문”이라고 말을 꺼낸 그가 내놓은 답은 “징검다리”였다. “청년공익활동가학교를 통해 ‘시민 공익활동’이라는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열어준 징검다리가 바로 참여연대입니다.” 그리고 덧붙였다. “시민사회단체와 시민의 거리가 더 멀어지는 상황에서 이 거리를 좁히는 일에 참여연대와 청년참여연대가 힘을 보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민하는 자의 말은 역시 아름답다.
1 생산-유통에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하여 최신 유행을 즉각 반영한 의류를 빠르고 저렴하게 대량 생산하는 패션 업계. 자라, H&M 등의 브랜드로 대표된다.
2 ‘예의 바른 무관심(civil inattention)’은 미국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이 1970년대 제시한 개념으로, 타인이 불편하지 않도록 존중하는 차원에서 지나치게 관심을 표현하지 않는 것
3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생활 속에서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자는 캠페인
4 온라인 공간에서 사용되는 신조어로 ‘좋아하는 일’과 ‘직업’이 같다는 뜻
글 박수진 편집위원
사진 박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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