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3년 10월 2023-09-25   410

[활동가의 책장] 지구 생명의 (아주) 짧은 역사

〈지구 생명의 (아주) 짧은 역사〉 책표지
헨리 지 | 까치

지구가 만들어진 게 46억 년 전이라는데, 인간이 지구상에 등장한 것은 7백만 년 전이던가? 하여튼 기나긴 인류의 여정에서 현생 인류가 등장한 기간은 불과 얼마 되지 않는다.

《지구 생명의 (아주) 짧은 역사》는 제목과 달리 간단하지만은 않은, 지구 위 모든 생명에 대한 기나긴 이야기이다. 무엇보다 인간의 존재론적 한계와 지구·우주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너무도 미미한 흔적의 이야기다. 이 책은 ‘마침내 나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인식하는 데까지 이르게 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충족시켜준다. ‘하찮은 존재’ 호모사피엔스는 절멸하고 말 운명이라는 깨달음을 주는 것이다.

물론 지금 당장은 아니다. 시간이 흘러 지구가 변하고 그 운명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인간 또한 변하고 사라지고 흔적조차 없이 우주의 먼지로 사라지는 것이 예정된 미래이지만, 적어도 당장 오늘 내일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인간이 반드시 멸종할 것’이란 이 책의 단언, 그리고 부인할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은 얼마나 무시무시한 충격의 일격을 가하던지.

그 이야기를 헨리 지는 아주 짧게 축약해서 들려준다. 지구가 어떻게 생겨났으며, 요동치며 변화하는 지구에서 생명이 어떻게 근근이 이어져 왔는지, 앞으로 인간의 운명과 지구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지. 에디터 출신 저자답게 책은 재미있고 속도감 있게 읽힌다. 그러면서 책의 바탕이 되는 고고학적·생물학적 발견 이야기뿐 아니라 방대한 참고서적까지 꼼꼼하게 담았다.

책의 결론은 단 하나, 지구 위의 모든 생명은 언젠가는 끝장난다는 것이다. 지구도 서서히 자신의 생애주기를 다할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이 지금까지 이룬 성취와 역사는?

“그 모든 전쟁, 문학, 궁전에서 살던 군주와 독재자들, 그 모든 기쁨, 고통, 사랑, 꿈, 성취, 모두가 미래의 퇴적암 속 몇 밀리미터 두께의 층으로만 남을 것이다. 그리고 그 암석조차 언젠가는 먼지가 되어 바닷속으로 가라앉을 것이다(265쪽)”.

그 어떤 종교적 예언보다도 절절하고 설득력 있는 이 전망은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동시에 어쩐지 심오하고도 장엄한 슬픔을 준다. 책을 읽다가 마지막에 조금 울었던 것 같다.


글 이지은 공익법센터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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