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욤 피트롱Guillaume Pitron은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에서 디지털 산업의 은폐된 토대를 파헤친다. 우리가 무심코 누르는 ‘좋아요’가 촉발한 전기신호가 어디로 가는지, 저자와 함께 그 방대한 경로를 추적하다 보면 그야말로 전 세계를 여행하게 된다.
오늘날 디지털 산업은 가장 빠른 속도로 지구를 무겁게 만드는 주범이다. 전 지구적인 디지털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지구를 몇 바퀴 감을 만큼 긴 케이블을 해저에 설치하고 관리해야 한다. 각종 디지털 기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구를 깊숙이 파고들어 희귀 금속을 채굴해야 한다. 가장 작고 중요한 부품인 반도체에는 수만 개 공정을 거친 물질들이 집적되는데, 이렇게 힘들게 생산해도 몇 년 되지 않아 더 성능 좋은 부품으로 교체된다.
온라인 콘텐츠가 점점 더 많은 데이터를 잡아먹기 때문에 지구 여기저기에 거대한 데이터센터가 건설된다. 데이터센터는 에너지를 대량으로 소비할 뿐 아니라 냉각을 위해 막대한 물을 사용한다. 디지털 산업은 지구에 별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처럼 인식된다. 하지만 저자는 디지털 산업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육중한 실체를 지녔다고 지적한다.
빅테크와 플랫폼 등 디지털 기업들은 혁신의 탈을 쓰고 새로운 권력이 되었다. 사물인터넷1이 적용된 기기들은 벌써 200억 개에 달한다. 숫자로 보면 인류를 이미 포위한 셈이다. 미래의 위협은 파괴적인 로봇이 아니라 디지털 기기들과 폭증하는 데이터 그 자체이다. 디지털 기업들은 데이터를 추출·축적해 자본화하는 동시에 AI를 학습시키고 있다.
잠시라도 손에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하고 외출할 땐 벽돌 같은 보조배터리를 가장 먼저 챙기는 신인류 ‘포노 사피엔스2’, 그게 바로 나다. 참여연대 활동가들 역시 이동이나 행사 중에도 심지어는 집회 현장에서도 스마트폰으로 업무를 처리한다. 2023년 한국의 성인 스마트폰 사용률은 97%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디지털 전환의 선두에 서 있지만 녹색 전환은 더딘 한국 사회에 이 책은 무거운 고민을 던진다.
1 인터넷을 기반으로 모든 사물을 연결하여 정보를 상호 소통하는 지능형 기술 및 서비스
2 ‘스마트폰’과 ‘호모 사피엔스(인류)’의 합성어로, 휴대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새로운 세대를 뜻한다.
글 정경직 민생희망본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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