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의 책장] 정확한 사랑의 실험

신형철 | 마음산책

《정확한 사랑의 실험》은 신형철의 문학비평 책이다. ‘시나 소설도 잘 안 읽는데 문학비평까지 읽어야 할까’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평소 문학에 조예가 깊지 않더라도 되도록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이 책은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한 다채롭고 정확한 독법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어떤 조건하에서 80명이 오른쪽을 선택할 때, 문학은 왼쪽을 선택한 20명의 내면으로 들어가려 할 것이다. 그 20명에게서 어떤 경향성을 찾아내려고? 아니다. 20명이 모두 제각각의 이유로 왼쪽을 선택했음을 20개의 이야기로 보여주기 위해서다.”

시민단체에서 일하다 보면 수많은 사건을 목도하고, 각 사건을 어떤 방향으로 읽어내 그에 따른 해법을 고안하게 된다. 대체로 그 ‘해법’이란 법안이나 제도를 만드는 것으로 귀결되는데, 이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의 힘들고 어려운 이야기를 비슷한 유형끼리 묶어서 범주화하게 된다. 여러 사람에게 필요한 제도를 만드는 데 필요한 일이지만 이때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저마다 다른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너무 쉽게 하나의 프레임으로 읽어 범주화하는 것은 오히려 사건의 해결을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이태원 참사나 세월호 참사를 두고 “수백 명이 죽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수백 명이 수백 번 죽은 사건”이라고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어떤 사건을 집단화하기 전에 사람들의 개별적인 이야기에 충분히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야기가 섣부르게 프레임에 갇히면 제대로 된 위로도 해결도 불가능하다. 활동가들에게 세심한 감수성이 요구되는 이유다.

신형철의 문학비평 책들은 다 좋지만 그중에서도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정확한’이라는 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어서다. 사건을 서로 다른 관점으로 읽어낸 뒤 그 모든 관점을 다 옳다고 하는 것은 ‘다양성의 함정’이다. 사회운동에서 다양성은 그저 다양성에 그쳐서는 안 된다. 다양한 관점 속에서도 ‘더 정확하게 그 사건을 읽어낸 관점’이 있을 것이다. 없다면 찾아내야 한다. 그래야 올바른 해법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글 이선희 아카데미느티나무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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