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4년 06월 2024-05-28   1264

[이슈] 서울시사회서비스원 폐원은 공공돌봄 포기 선언

주진우 전(前)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원장

2024.5.14. 서울시청 앞,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을 지키는 노동자·시민 공공돌봄 촛불문화제 ⓒ서사원공대위, 참여연대

지난 4월 26일 국민의힘이 주도하는 서울시의회가 ‘서울특별시 사회서비스원 설립 및 운영 지원 등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공공돌봄 기관을 폐지해서는 안 된다는 요구와 여론에도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의결을 거부하고 5월 20일 이 폐지 조례를 공포했다. 이어 5월 22일 법인 이사회에서 해산을 의결하고 이를 서울시가 승인함으로써 2019년 3월 설립된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설립 5년 만에 폐원하게 되었다. 이번 폐지 조례안 처리는 민주당 출신 전 시장의 핵심 추진 사업이라는 이유로 중요한 공공돌봄 기관을 없애는 폭거이자, 저출산 고령화 시대 노인, 장애인, 아동 등에 대한 돌봄과 활동 지원의 필요가 급증하고 있는 시대 흐름을 거스르는 아둔한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사회서비스원은 아픈 부모님이 믿을 수 있는 요양보호사가 돌볼 수 있도록, 장애인이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가능하게 하는 활동 지원 서비스가 이루어지도록, 부모들이 안심할 수 있는 아이 돌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질 좋은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기관이다. 2021년 9월 국회와 정부는 ‘사회서비스 지원 및 사회서비스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사회서비스원법)을 제정했다. 이 법을 근거로 서울시를 비롯한 전국 16개 광역시도에 사회서비스원이 설립 운영되고 있는데,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의 이번 결정은 이 법안의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간 돌봄서비스는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민간사업자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2019년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국공립기관이 돌봄서비스 등 사회복지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비율은 0.4%에 불과하다. 스웨덴 72%, 일본 24% 등인 것을 고려했을 때 한국은 사회복지서비스를 전적으로 민간기관에 의존한다. 특히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노인요양서비스 등 노인돌봄서비스의 대부분은 영리 업체가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민간사업자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오면서 영세한 민간 공급 기관의 과도한 경쟁과 서비스 제공 인력의 열악한 처우 등으로 돌봄서비스 질은 매우 열악하게 운영되어 왔다. 요양보호사 등 서비스 인력의 채용, 인사, 훈련 등의 체계적 시스템도 거의 부재했고, 서비스 대상자 중심으로 좋은 서비스를 수행하기 위한 서비스 계획 설계, 모니터링, 사례 연구도 제한적이었다. 지역사회에서 돌봄과 의료서비스, 사회복지서비스가 연계되어 대상자 중심 통합적 서비스 모델을 정착, 발전시키는 기능도 부족했다.

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지원사 등 서비스를 수행하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지와 처우도 문제다. 이들은 모두 호출형 시급제 노동자로 불안정한 고용 상황에 처해 있다. 임금 등 처우도 매우 열악하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기준 방문형 돌봄노동자의 평균임금은 129만 원으로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42%에 불과한 수준이다. 불안정한 고용과 낮은 처우의 노동자에게 질 높은 서비스를 기대하긴 힘들다. 사회서비스원은 바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여 돌봄이 필요한 국민들에게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다.

서울시와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은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경영이 방만하고 공공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이는 명백히 잘못된 주장이다. 지난 5년간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돌봄노동자의 처우와 일자리를 안정적으로 제공하면서 서비스 질을 높여왔다.

또한 대부분이 민간기관이 수행하고 있는 돌봄 영역에서 공익성이 꼭 필요한 서비스를 선도적으로 담당하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코로나 팬데믹 시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을 비롯한 각 지역의 사회서비스원은 공적 역할을 매우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시민의 신뢰를 받았다. 확진 공포가 퍼졌을 때 사실상 모든 대면 복지 서비스가 중단되었다. 돌봄서비스는 대표적인 대면 서비스이다. 그 시기 사회서비스원의 돌봄노동자들은 확진의 위험을 무릅쓰고 확진자와 확진자가 돌보고 있던 돌봄 대상자를 헌신적으로 돌봤다. 실제로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확진되기도 했다. 사회서비스원이 없어진다면 이런 돌봄서비스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팬데믹 시기가 아니라도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민간기관이 수익성이 낮거나 서비스 강도가 높아서 수행하기 어려운 공공성 높은 서비스를 수행해왔다. 대상자의 상태가 중증이어서 한 사람이 아니라 두 사람 이상이 돌봐야 할 경우, 돌봄서비스와 함께 의료·복지 등 다른 서비스가 통합적으로 필요한 경우, 이동 시간이 긴 오지의 서비스, 대상자의 상태에 따라 일일 다회 방문이 필요한 경우 등은 수익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민간기관에서 수행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이런 서비스는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사회서비스원과 같은 공적 돌봄 기관이 수행해야 한다. 돌봄 영역에서 민간기관과 공공기관의 균형이 필요한 것이다.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돌봄노동자의 고용조건이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수준의 처우가 이루어져야 한다. 교육훈련 시스템과 인사 시스템도 체계화되어야 한다. 집에 요양보호사를 요청하면서 우리들은 좋은 요양보호사가 오기를, 요양원에 부모님을 입소시키면서도 노인 학대가 없고 좋은 돌봄을 받아서 다시 집으로 모실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이런 바람이 희망사항에 그쳐서는 안 된다. 공적 돌봄 기관에서 올바른 직업윤리와 전문적인 돌봄서비스 기술을 체계적으로 교육받도록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갖춤으로써 좋은 돌봄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준비해야 한다. 이것도 모두 사회서비스원의 역할이기도 하다.

공적 돌봄 기관이 필요한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노인 등 돌봄 대상자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집에서,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이용자 중심으로 돌봄과 의료와 복지 서비스가 통합적으로 수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재가요양서비스, 의료서비스, 복지서비스 등이 제각각 분절적으로 이루어져서는 제대로 된 노인돌봄서비스가 이루어질 수 없다. 사회서비스원과 같은 공공기관이 중심이 되어서 지역사회통합서비스가 이루어지도록 발전시켜야 한다.

기관을 운영하다 보면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공적 돌봄 기관이라는 설립 목적을 충실하게 이행하는지 관료화의 위험에 빠지지 않고 시민 중심의 서비스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는지를 끊임없이 돌아봐야 한다. 운영의 비효율은 없는지 살피는 일도 게을러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제 5년밖에 되지 않은 기관을 일부 문제가 있다고 해서 혹은 다른 정당의 시장이 설립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섣불리 폐지해서는 안된다. 문제는 고치고 개선하면서 발전시켜야 한다. 폐지의 불이익은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오세훈 시장은 시정 슬로건으로 ‘약자와의 동행’을 내세우고 있다. 돌봄은 제일 중요한 민생 의제이자, 돌봄을 필요로 하는 시민들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가장 우선적으로 돌봐야 할 약자들이다.

사회서비스원법 상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할 정부는 방관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폐원되지 않고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관리 감독에 나서야 한다. 현행 사회서비스원법의 보완도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의 사회서비스원 설립을 의무화하고 이를 광역지방자치단체뿐만 아니라 시군구 기초자치단체에도 설립해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 지역사회통합돌봄 시스템에서 사회서비스원이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그 역할을 명문화할 필요도 있다.

초고령화 시대에 돌봄은 이미 부분적인 과제가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돌봄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하고, 누가 돌볼 것이고, 그 과정에서 공공의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토의와 대안 마련이 절실하다. 그 중심에 사회서비스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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