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하루 지구생각] 자전거의 가치

안 이달고와 파리 공무원들 ⓒ일러스트 최원형

도시에는 사람이 많을까, 차가 많을까? 이따금 강연 중에 이 질문을 던지면 거의 예외 없이 차가 많다고 답한다. 정말 차가 많은지 다시 질문하면 그제야 갸우뚱한다. 대부분 사람이 떠올리는 도시 풍경은 높은 빌딩에 차도를 가득 채운 자동차다. 넓은 공간을 자동차 도로가 점령하고 도로 양옆으로 좁게 인도가 있다. 그러니 직관적으로 사람보다 차가 많다고 떠올릴 수밖에 없지 않을까?

도시의 주인은 당연히 사람이다. 그런데 왜 사람이 다니는 길은 자동차 길에 비해 턱없이 좁을까?

자동차는 세상에 탄생하는 순간부터 지나다닐 길이 필요하고 세워둘 공간이 필요하다. 엔진을 움직일 기름이 필요하고, 소음과 매연을 뿜어낸다. 도로를 건설하고 보수하는 비용 대부분이 세금으로 충당된다. 국가 기간산업이니 당연히 세금을 지출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자동차의 사회적 비용에 대해 우리가 합의한 적이 있었던가?

지방에 며칠 머물 일이 생겼다. 마침 관광지로도 알려진 곳이라 일과 후 주변을 둘러보고 싶은데 여의치 않다. 어딜 가던 이동 거리가 짧지 않고 여름이라 가까운 거리도 걷기가 힘들다. 택시를 타든가 차를 빌려야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승용차로 여행하는 것에 비해 들어가는 비용이 턱없이 올라간다. 그렇다면 방법이 없을까?

네덜란드는 인구보다 자전거 수가 많은 나라1 다. 1930년대에 자전거 보급률이 50%에 이를 정도로 자전거 인기가 상당했다. 그러다 전후 복구를 하면서 값싼 미국산 자동차가 물밀듯 쏟아져 들어왔다. 자동차가 증가하면서 편리함을 얻는 대신 여러 문제가 불거졌는데 그 가운데 교통사고가 있었다. 특히 어린이 교통사고가 상당했다. 1971년 한 기자의 딸이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사람들은 더 이상 아이들을 죽이지 말라며 도로를 점거하는 등 안전한 세상을 요구했다. 때마침 오일쇼크까지 겹치면서 다시 자전거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현재 네덜란드는 직장인의 절반, 학생의 75%가 자전거를 이용하는 등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비율이 대중교통보다 3배 이상 높다.

기후위기 시대에 자전거의 가치에 집중한 도시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특히 파리시의 변신은 눈부시다. 2020년 재선에 성공한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의 선거 공약 이행으로 현재 파리시는 자동차 도로를 줄이고 자전거 도로로 파리 시내 전역을 연결하고 있다.

자전거는 장점이 많은 이동 수단이다. 반경 5km 이내를 가장 빠르게 갈 수 있는 게 자전거다. 자동차가 다니는 길에는 사람이 다닐 수 없지만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길은 자전거도 다닐 수 있다. 자전거는 6㎡ 면적에 적어도 10대를 세울 수 있지만 자동차 1대를 주차하려면 그보다 20배가 넓은 11.5㎡ 공간이 필요하다.

2015년 파리 기후총회 참관차 파리에 갔을 때 전철역마다 즐비하던 공공자전거 ‘밸리브’Vélib가 무척 부러웠다. 그리고 얼마 뒤 서울에도 공공자전거 ‘따릉이’가 등장했다. 2022년 4월 기준 회원 수가 350만 명으로 서울시민 3명 중 1명이 따릉이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뿐만 아니라 대전, 창원, 세종, 광주 등 여러 도시에 공공자전거가 생겼다. 그렇다면 우리도 암스테르담이나 파리처럼 자전거 도시를 갖게 되는 걸까?

공공자전거는 생겼지만 그걸 타고 안전하게 다닐 자전거 도로가 턱없이 부족하다. 자전거를 타고 도로로 나가면 자동차들이 경적을 울리며 위협한다. 실상 자전거와 도로를 함께 이용해야 하는 자동차 운전자 입장에선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자전거가 인도를 누비면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이쯤에서 어떤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 네덜란드는 자전거 고속도로까지 갖추고 있다. 여행도 자전거로 할 만큼 자전거 이용을 뒷받침하는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는 얘기다.

얼마 전 기차역에서 자전거에 짐을 잔뜩 싣고 헬멧을 쓴 채 역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만났다. 기차에 자전거를 싣고 여행지로 가서 자전거로 여행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자가용을 몰거나 탄소배출을 하지 않고도 여행이 가능한 나라, 자동차 도로를 줄인 자리에 자전거 도로가 쭉쭉 뻗어있는 도시, 자동차 소음 대신 새소리 가득한 도시를 상상해보라.

자전거가 가득한 암스테르담과 파리의 풍경은 우리에게도 있었다. 자전거로 출퇴근과 통학을 하던 시절이 있었으니까. 이토록 유용한 자전거를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자동차로 바꿔버렸다. 어마어마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면서 우리는 진정 발전한 걸까? 자전거의 가치에 집중해 자전거 도로를 늘리라는 요구야말로 우리의 진정한 발전이 아닐지.

  1. 2022년 기준으로 인구는 대략 1,770만 명, 자전거 수는 2,280만 대 ↩︎

최원형 환경생태작가

큰유리새의 아름다운 새소리를 다음 세대도 들을 수 있는 온전한 생태 환경을 바란다.
《세상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착한 소비는 없다》, 《사계절 기억책》 등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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