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언론 불신,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동훈 한겨레 선임기자·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dwin Andrade, unsplash

2020년 10월 15일. 추미애 당시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대립과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을 즈음, 추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신의 집 앞에서 취재 중이던 사진기자의 사진과 함께 이런 글을 올렸다.

“한 달 전쯤 법무부 대변인은 아파트 앞은 사생활 영역이니 촬영 제한을 협조 바란다는 공문을 각 언론사에 보냈다. 그런데 기자는 그런 것은 모른다고 계속 뻗치기를 하겠다고 한다. 출근을 방해하므로 이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집에서 대기하며 일을 봐야겠다.”

집 앞에서 ‘뻗치기’하는 기자 때문에 사생활 공간을 침해당했고, 아파트 주민들도 불편함을 호소한다는 것이다.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사진기자협회는 다음날 공동성명을 내고 “언론의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기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는 점에 대해 우리는 자성하고 성찰한다”고 전제한 뒤 “이른바 언론인 ‘좌표 찍기’를 통해 국민의 알 권리와 헌법 제21조 1항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에 분노를 금치 못한다”며 추 장관을 강하게 규탄하고 사과를 요구했다.

당시 법무부 출입기자들은 공인인 법무부 장관의 출근길 스케치는 당연한 것이고, 더욱이 추 장관이 밝힌 현관 앞 취재도 없었고, 집안을 들여다볼 일은 더더욱 없었다고 반박했다. 또 대변인실이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일방적으로 협조 요청을 했을 뿐이지, 기자들과 협의된 바도 없었다. 촬영 제한 협조를 바란다는 공문을 받은 적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기자들 사이에선 이 사안이 기자의 정상적인 취재 활동이라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런 기자들의 시각과 당시 민주당과 추미애 장관 지지자들의 인식의 간극은 컸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자신의 SNS에 추 장관을 옹호하고 기자들을 비난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애완견 발언이 논란을 일으켰다. 언론은 권력의 감시견이다. 이재명 대표 역시 ‘여의도 대통령’이라고 불릴 만큼 권력자가 됐다.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은 마땅히 이재명 대표의 감시견이다. 그런데 이 대표의 발언은 ‘언론은 왜 나의 애완견이 되어주지 않고 검찰의 애완견 노릇을 하느냐’는 불만으로 읽힌다.

언론은 누구의 애완견도 아니다. 만약 이 대표가 언론 보도에 불만이 있어서 ‘애완견’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었다면 언론 앞에 ‘일부’라는 수식어를 붙였어야 했다. 모든 언론을 싸잡아 비난한 것은 온당치 않다.

극렬 지지층 ‘팬덤 정치’와 맞물린 언론 불신

2020~2021년 극에 달했던 이런 일들은 언론과 기자에 대한 불신이 극렬 지지층의 ‘팬덤 정치’와 맞물려 일어난 현상이다.

언론과 기자의 신뢰 하락은 2016년 세월호 참사 때 절정에 달했다. 세월호 참사는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신조어를 낳았다. ‘전원 구조’ 오보는 기레기 비난에 불을 댕겼다. 언론과 기자의 신뢰는 바닥까지 추락했다.

반전의 계기도 있었다. 2016년 가을 국정농단 사태는 언론이 주도하고 언론이 매조진, 즉 끝내 추악한 권력을 끌어내린 대서사극이었다. 국정농단은 TV조선이 신호탄을 쏘아 올렸고, 한겨레가 지평을 열었으며, JTBC가 화룡점정을 찍었다. 권력을 감시·비판하는 언론의 본령에 진보언론, 보수언론이 따로 없었다.
결정타를 날린 JTBC의 태블릿PC 보도가 나오던 그 시각, 한국프레스센터 19층에서는 공교롭게도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 42주년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1975년 동아일보에서 강제해직된 선배 언론인들은 후배들의 ‘기자정신’에 오랜만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어 이듬해 3월까지 이어진 20차례의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은 언론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오래가지 않았다. 2019년 조국 사태는 또다시 ‘기레기’ 논란을 일으켰고, 이보다 더 혐오와 증오가 담긴 ‘기더기’(기자+구더기)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국정농단 보도 당시 “조선일보 계열사인 TV조선이 왜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느냐”며 조선일보 독자들이 떨어져 나갔듯이, 조국 사태 때는 한겨레신문 독자들의 절독이 줄을 이었다. 언론은 권력을 감시·비판하는 본령에 충실했다. 그러나 독자들은 정파적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자기 편이라고 생각한 언론을 향해 분노를 표출했다. 언론학에 ‘적대적 매체 효과’라는 게 있다. 언론 보도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데도 자신의 견해와 반대쪽으로 편향됐다고 인식하고 적대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말한다.

특정 정치인을 열렬히 지지하는 ‘팬덤 정치’는 반대로 기자들을 적대시하는 행태로 나타났다. 특정 정치인을 비판한 기자를 여러 방법을 동원해 공격하는 ‘좌표 찍기’가 일반화됐다. 기자들이 경험한 괴롭힘의 유형도 다양하다. 개인 SNS 계정이나 블로그, 이메일, 전화 등을 통한 욕설 댓글, 음란 사진이 담겨 있는 쪽지나 문자, 외모 비하와 성희롱, 살해와 강간 협박 등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어렵다.

기자를 혐오하는 정치인의 개인적인 일탈도 도마 위에 올랐다. 2019년 6월 3일, 한선교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은 황교안 당 대표의 브리핑을 좀 더 가까이에서 듣기 위해 앉은 채로 자리를 이동하는 기자를 향해 “아주 걸레질을 하는구먼. 걸레질을 해”라고 말했다. 기자들은 심한 모멸감에 치를 떨었다. 국회기자단은 성명에서 “앉아서 이동하는 것은 ‘걸레질’이 아니라 취재를 위한 몸부림”이라며 사과를 촉구했다. 한 사무총장은 “기자들의 취재환경이 열악하여 고생한다는 생각에서 한 말로 상대를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으나, 기자단은 “해괴한 변명으로 어물쩍 넘어가려는 한선교 사무총장에게 더욱더 자괴감을 느낀다”고 질타했다.

같은 해 9월에는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어느 기자의 면전에 대고 “기레기”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다. 이 의원은 “상처받았을 모든 기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라며 수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정부 2년간 벌어진 언론탄압은 과거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희대의 코미디다. 언론사들이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에 대비한 매뉴얼을 만들 정도로 언론사 압수수색이 일상이 됐다. 맘에 들지 않는 언론사를 대통령 순방에서 배제하기 위해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막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임명하는 선거방송심의위원장에는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박사논문 지도교수가 버젓이 앉아 비판 언론에 대해 마구마구 징계를 내렸다. MBC는 선방위 전체 징계 30건 중 절반이 넘는 17건의 법정제재 징계를 받았다. 방송사업자 재허가 심사에 반영되는 MBC의 벌점은 류희림 위원장 취임 뒤 6개월여 만에 과거 5점에서 108점으로 급증했다.

언론이 이렇게 탄압받고 기자가 홀대받는 상황인데도 기자들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1월 공개한 ‘2023 언론수용자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뉴스 이용률과 신뢰도가 모두 하락한 가운데, 인터넷 포털 뉴스 이용 비율도 최근 7년 사이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뉴스 및 시사정보 전반’에 대한 신뢰도는 2021년 3.32점(5점 척도)에서 3.27점으로 하락했고, ‘실제 이용하는 뉴스 및 시사정보’에 대한 신뢰도는 2021년 3.48점에서 3.28점으로 더 크게 감소했다. 대부분의 언론사가 하락하거나 일부 비슷한 수준을 보인 가운데 윤석열정권의 표적이 된 MBC만이 영향력과 신뢰도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기자들도 힘이 빠진다. 한국기자협회가 해마다 창립기념일(8월17일)을 앞두고 실시하는 여론조사에서 현직 기자들의 직업 만족도는 2019년 52%에서 5년 연속 하락해 지난해 39.4%로 40% 선이 무너졌다. 기자 대다수(86.8%)가 사기가 저하됐다고 응답한 반면, 상승했다는 1.4%로 큰 차이를 보였다.

기자들은 박봉에 시달리며 하루 평균 2~3건의 기사를 써야 하는 과중한 업무와 조회수의 압박에 시달린다. 지난해 기자협회 조사에서는 처음으로 이직을 희망하는 기자(33.8%)가 ‘이직 의향이 없다’(32.9%)는 답변을 앞섰다.

과거에는 내가 쓴 기사 하나가 관행을 바꾸고 세상을 뒤흔들 수 있다는 희망을 어느 정도 공유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언론을 향한 욕망이 넘실거리는 와중에, 언론을 향한 불신 역시 팽배하다. 언론 내부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일을 해야 한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탐사보도 했던 워싱턴포스트지의 밥 우드워드는 이렇게 말했다. “결국 우리는 말이 아닌 기사로 증명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언론을 향한 언론 스스로의 욕망이어야 한다. 유일하게 남은 희망일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결국 우리는 말이 아닌 기사로 증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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