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4년 01-02월 2023-12-27   1233

[회원 인터뷰] ‘펀드레이징’말고 ‘프렌드레이징’입니다

박종미·배은옥 회원 ©박영록

“참여연대에서 전화캠페인을 하면서 제가 포기하려 했던 모금에 대한 꿈을 되찾았어요.” 박종미 회원의 목소리에는 듣는 이가 미소를 머금게 하는 따뜻함과 진심이 있었다.

“비영리단체가 ‘재정 형편’ 등을 이유로 들어 본연의 가치를 포기하는 모습에 크게 실망했어요. 참여연대는 그렇지 않더라고요. 진심을 담아 캠페인을 할 수 있었죠.” 배은옥 회원의 단호한 목소리는 듣는 이에게 신뢰를 준다.

두 회원은 모금 전문가이다. 배은옥 회원은 비영리단체 대상 모금컨설팅 회사인 도움과나눔에서 일하면서 2004년 전화모금을 최초로 구조화해서 보급한 주인공이다. 박종미 회원 역시 도움과나눔에서 일하면서 모금 경력을 쌓았고 여러 비영리단체·사회적기업 등에서 모금을 담당했다.

참여연대가 2022년 11월부터 이어오고 있는 ‘회원가입·회비증액 안내 전화캠페인’에는 두 회원과 활동가들이 함께 뛰어들었다. 서명·캠페인·행사 등 참여연대 활동에 참여한 지지자들에게는 회원가입을 요청하고 기존 회원들에게는 회비증액을 요청하는 전화캠페인을 여러 차례 꾸준히 펼친 것이다. 캠페인은 놀라운 성공을 거뒀다. 어떤 때는 목표치를 100% 초과 달성하기도 했다.

무슨 마법이 일어난 걸까?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 갔을까? 2023년 12월 13일 참여연대 인근 카페에서 박종미·배은옥 두 회원을 만나 전화기 너머 1만 7,000여명의 참여연대 잠재지지자1와 회원을 만난 이야기를 들었다.

박종미 회원 ©박영록
박종미 회원 ©박영록
전화캠페인을 하는 박종미 회원(제일 오른쪽)과 참여연대 활동가들
전화캠페인을 하는 박종미 회원(제일 오른쪽)과 참여연대 활동가들

박종미 저는 2022년 ‘문재인 정부 5년 검찰보고서’를 다운로드한 참여자를 대상으로 회원가입을 안내하는 참여연대 전화캠페인에 처음으로 함께했어요. 전화로 만나보니 “도대체 뭘 해야 할까요?”라고 답답해하면서 좋은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때 저도 희망이 생겼어요.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이 아직도 많구나. 그 전화캠페인의 목표가 100명이었는데 무려 200명이 회원으로 가입했어요. 케이크에 숫자 ‘200’ 모양의 초를 꽂고 축하하는데 눈물이 왈칵 나더라고요. 모금 일에 회의감을 갖던 무렵이었거든요. 하마터면 이 일을 떠날 뻔했는데 ‘모금을 통해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가치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걸 참여연대 회원들이 다시 일깨워줬어요. 정말 고맙죠.

배은옥 참여연대가 하는 일이 당장 누가 굶어 죽고 아이들이 학교에 못 가는 상황처럼 긴급한 사안은 아니잖아요. 참여연대의 사업 분야에 관심을 두고 후원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런데 참여연대 활동 지지자들은 굉장히 주체적이에요. 한 어르신은 “전세사기를 당해서 참여연대에 전화했는데, 아무도 들어주지 않던 이야기를 들어주더라. 비록 생활보호대상자지만 월 1만 원은 후원하겠다”고 말씀하셨어요. 또 어떤 분은 “후원이 필요한 작은 단체들도 많은데 참여연대처럼 큰 단체가 이런 요청을 하시다니 너무한 거 아닙니까?”라고 볼멘소리로 말씀하더니, 다음날 홈페이지를 통해 회원가입하셨더라고요(웃음). 모금 일을 오래 해왔지만 참여연대에서는 이렇게 이례적인 경험을 많이 했어요.

박종미 모금은 ‘데이터 싸움’이에요. 누구를 대상으로 전화캠페인을 할지 리스트가 명확할수록 목표를 달성할 확률이 높아지거든요. 작년부터 지금까지 참여연대는 ‘공공병원 확충 캠페인’, ‘대통령실 이전 의혹 감사 청구 캠페인’, ‘검찰보고서 다운로드’, ‘집시법 시행령 개악 반대 캠페인’ 등에 참여한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회원가입 안내 전화캠페인을 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할 때마다 참여자 동의를 받아서 데이터를 잘 모으고 관리했더라고요. 또 이후에도 해당 활동을 하는 부서에서 활동 소식을 알리며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어왔어요. 이들을 대상으로 후원 요청을 드리니 흔쾌히 함께해주시고, 때로는 더 분발하라고 다그치면서도 참여연대 회원으로 가입해주신 것 같습니다.

배은옥 간혹 단체가 모금 전문 회사에 외주로 모금을 맡겨놓고 ‘나 몰라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참여연대 활동가들은 모두 직접 전화하면서 잠재지지자나 회원을 만났어요. 잠재지지자 혹은 회원들이 단체에 대해 어떤 생각과 온도를 갖는지, 이렇게 활동가들이 직접 맞닥뜨리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사실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도 전화캠페인은 힘들다고 피하기 쉬운데, 모든 활동가가 진심으로 함께하는 모습에 감동했습니다. 촌스럽지만 진정성 있는 참여연대의 마음이 전화캠페인을 함께 실행하는 저희는 물론 회원과 잠재지지자들에게 모두 전해졌을 거예요.

박종미 보통 하루에 45통 정도 전화를 걸거든요. 반복적으로 전화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녹음기처럼 말할 때가 있어요. 그래서 제가 개발한 방법은 ‘상상하기’예요. 실제로는 앞에 벽이 있지만 제가 통화하는 상대방이 앉아있다고 상상하는 거죠. 그렇게 상상하면서 말하니까 제가 빙그레 웃게 되더라고요. 목소리도 달라져요. 상대방도 훨씬 부드럽고 편안하게 전화를 받아주고, 거절당할 때도 이상하게 덜 실망스러웠어요.

배은옥 포기하지 않는 것도 중요해요. 다른 단체에서의 경험인데, 전화를 걸었더니 번호의 주인이 바뀌어서 전혀 다른 분이 받은 거예요. 그래도 단체 소개부터 설명을 죽 시작했어요. 그분이 한참을 듣더니 “나는 그 단체랑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인데, 듣다 보니 당신이 말하는 것이 맞는 것 같소”라면서 후원에 동참하셨어요. 그래서 가끔 상대방이 너무 시큰둥하게 전화를 받아서 빨리 끊고 싶어질 때도 제가 먼저 포기하지는 않고 최선을 다합니다.

박종미 다른 것보다 좀 더 당당하게 전화캠페인을 하면 좋겠어요. 참여연대의 미션과 비전이 명확하고 거기에 온 힘을 다하는 걸 저희는 잘 알거든요.

배은옥 참여연대가 모금을 요청하면서 쭈글쭈글해지는 것은 회원들도 쭈글쭈글하게 만드는 거예요. 회원들은 참여연대가 자기를 위해 대신 싸워주는 단체라고 신뢰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참여연대가 쪼그라들면 이 꿈이 함께 쪼그라드는 거죠.

전화캠페인을 하는 배은옥 회원(제일 앞)과 참여연대 활동가들
전화캠페인을 하는 배은옥 회원(제일 앞)과 참여연대 활동가들
배은옥 회원
배은옥 회원 ©박영록

박종미 모금이 영어로 ‘펀드레이징fundraising’이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프렌드레이징friendraising’이라고 말해요. 친구를 연결해나가는 일이니까요. 그리고 저는 모금이 ‘설득’이 아니라 ‘설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얼마나 멋진 변화를 일으키는지 있는 그대로 설명하는 거죠. 가끔은 냉소적인 반응이 돌아올 때가 있어요. “이거 후원한다고 뭐가 달라져요?” 그럴 때 자신 있게 말씀드려요. “달라져요. 참여하면 변화가 만들어집니다”라고. 모금은 세상을 이롭게 하는 변화에 더 많은 사람이 동참하도록 설명하는 일이에요. 그것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퍼트릴 수 있다니 정말 멋진 일 아닌가요?

배은옥 모금은 사회를 이롭게 하는 가치를 실현하는 비영리단체를 지속할 수 있게 만들죠. 단체가 자립해야 일을 계속해나갈 수 있으니까요. 또한 모금은 사회 구성원들이 단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직접 들을 수 있는 핵심적 통로예요. 모금을 통해서 불특정 다수와 만나잖아요. 사회적으로도 계속 환기해야 해요. 함께 하는 사람이 10명, 100명 계속 모이면 사회가 바뀌지요.

배은옥 여러 단체의 모금에 함께했지만 ‘여기는 나도 회원으로 함께 하고 싶다’고 느끼는 곳은 많지 않았어요. 모금을 하다 보면 단체의 아주 내밀한 부분도 보게 되니까 더 그랬죠. 그런데 참여연대 활동가들을 만나고 참여연대가 윤리적으로 모금하는 모습을 보면서 회원가입까지 하게 되었어요.

박종미 저는 전화캠페인을 하면서 참여연대를 더 자세히 알게 되고 회원가입도 생각했는데, 아무도 저한테 요청하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냥 스스로 가입했어요(웃음). 최근엔 우리 딸도 가입했어요. 제가 집에서 재택으로 전화하는 것을 얼마나 많이 듣겠어요. 제가 격식을 차려서 요청했는데 가입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2만 원 괜찮으실까요?” 했더니 “아직 취준생이어서 부담스럽습니다. 5,000원 하겠습니다” 그러더라고요(웃음).

배은옥 저는 지금 성우 시험을 준비하고 있어요. 20대에 성우 준비를 하면서 영리기업에서 아르바이트처럼 전화로 영업을 한 게 모금 일로 이어졌거든요. 그 뒤 비영리단체를 대상으로 하는 모금 일을 20여 년 넘게 했어요. 그러면서 가슴 한편에 묻어뒀던 성우의 꿈을 이제 다시 찾아보려고 합니다.

박종미 새해에는 느리게 사는 연습을 하려고 해요. 그러면서 늘 깨어있고 싶어요. 여든 넘으신 한 여성 어르신이 “나는 몸이 아파서 할 수 있는 게 없어 돈만 내고 있다. 지지하고 응원한다”고 증액해주셨어요. 모금가는 사실은 좀 더 왕성하게 사회생활 하는 분들을 주로 만나기 때문에 나이 많은 후원자를 만나기는 어려운데 참 뜻깊은 만남이었어요. 그 어르신처럼 저도 멋지게 나이 들어가고 싶습니다.

1 아직 구체적인 지원을 제공하지 않았지만, 특정 이슈·단체·개인 또는 원인에 관심을 갖고 있어서 미래에 지지나 지원을 할 가능성이 있는 개인이나 조직


박수진 편집위원 사진 박영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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