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1999년 05월 1999-05-01   612

연대없이 진보없다

연대없이 진보없다

참여연대가 하는 일을 보면 현란할 정도로 많아서 바깥에 있는 사람으로서는 놀라움과 찬탄을 금할 수 없다. 서민대중이 일상에서 부딪치는 생활적 문제에서부터 재벌개혁과 민족통일에 이르는 시대적 문제에 이르기까지, 참여연대가 다루는 이슈들은 광범한 영역과 다양한 수준에 걸쳐 있다. 지금까지 참여연대는 우리 사회의 의미있는 변화를 여러 가지로 성취했다. 작은권리찾기운동본부만 예로 들더라도 금년들어 지난 3월까지 참여연대가 접수한 사건은 1,000건이 넘었고 그 가운데 80% 정도가 현재 해결이 끝난 상태이다. 경제민주화위원회는 삼성전자와 제일은행을 비롯한 재벌기업과 금융기관을 상대로 한 법률투쟁에서 승소함으로써 기업경영 풍토를 민주적으로 바꾸어내고 소액주주의 권익을 신장하는 길을 열었다. 이들 사례는 그러나 참여연대 활동 전체로 보면 일부분이다. 감시, 교육, 토론, 홍보, 연대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참여연대가 이룩한 성과는 당연히 훨씬 크다.

이렇듯 많은 일을 해낸 참여연대에 대해 비판의 말을 하라니 난감한 일이다. 더구나, 시민운동적 활동에는 내세울만한 업적이 별로 없는 민교협에서 일하는 나로서는 꼭히 무언가를 꼬집어 말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참여연대 운동에 대한 ‘비판’이라기보다는 참여연대운동이 성과의 면에서 더욱 효율적인 것이 되기를 희망하고 기대하는 뜻에서 몇가지 건의성 잡담을 늘어놓을까 한다.

우선, 1993년 참여연대 결성을 준비하던 초기에 결성의 필요성으로 제기되고 공유되었던 문제의식을 끊임없이 재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요컨대 “시민운동의 영역을 보수진영이 지배하도록 방치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참여연대 탄생의 바탕이었다. 재벌기업들의 신경영전략이나, 저강도전략에서 시작된 세계금권권력의 신자유주의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노동운동을 비롯한 민중운동의 형태로만 민주와 진보가 진척되기 어렵다는 점도 함께 인정되었다. 그런 만큼 진보적 시민운동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일은 더욱 절실한 과제로 다가왔던 것이다.

시민운동의 그릇에 진보성을 담아내려는 참여연대건설의 작업은 이데올로기투쟁을 일차적으로 담당할 지식인그룹을 새롭게 결집하고자 하는 흐름이나, 문화적 진보운동의 길을 개척하는 또다른 흐름과도 접점지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그래서, 참여연대는 ‘사회진보연대’의 전신인 ‘민주와 진보를 위한 지식인연대’와 결성 이전에 통합의 길을 함께 논의하기도 했고, 『문화과학』 주도그룹과도 함께하는 자리를 갖기도 했다. 이런 전사前史에 깔린 정신을 더욱 구체화하도록 노력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다음, 참여연대의 사업은 그때그때 구체적 성과를 산출한다는 점에서 매우 생산적이고 그만큼 이 시대 민주진보운동에 하나의 거울이다. 회원 수나 재정규모가 날로 늘어나게 되는 것도 시민운동의 방식을 취한 데서 온 결과일 수 있다. 참여연대 운동의 이런 앞면의 특성은 곧 한계라는 뒷면을 지닌다. 그 한계를 최소화하는 길은 노동운동·민중운동과의 연대를 최대화하는 데에서, 또는 노동운동적 과업을 참여연대적 운동과제로 최대한 소화하는 데에서 열릴 수 있지 않을까. 새롭게 태동하고 있는 진보정당건설의 움직임도 이런 맥락에서 참여연대에 일몫을 던진다 하겠다.

끝으로, 1999년 사업기조로 설정된 신규사업의 억제와 기존사업의 확대·심화의 테제를 좀더 적극적으로 검토해보는 것이 어떨까? 주요사업 또는 중심사업을 더 효율적으로 설정할 수는 없을까? 예컨대, 8억 원이 넘는 예산을 채우기 위해서는 3억 원 정도를 들여 여러 가지 수익사업을 벌여야 한다. 수익사업도 조직의 확대와 주요사업의 홍보에 포개지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조직의 약간의 ‘피곤’을 부르기도 할 것이다.

참여연대의 눈부신 발전에 부러움을 느끼면서, 더욱 강력한 연대를 이루기를 기대한다.

유초하 충북대 교수·민교협 공동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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