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1999년 05월 1999-05-01   735

남북노동자축구대회로 통일의 물꼬를

남북노동자축구대회로 통일의 물꼬를

민주노총의 통일염원 남북노동자축구대회는 1998년 6월 남북노동자 교류의 활성화 차원에서 기획되었다. 물론 민주노총은 그 이전부터도 산하 조직인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에서 통일염원 경평노동자축구대회를 추진해오는 등 남북노동자 교류의 실현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반세기 이상이나 가로막아온 분단의 장벽을 뛰어넘는 일은 아직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가야만 하는 길. 오다 가다 하다보면 넓어질 그 길에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이다. 분단의 가장 큰 피해자들이면서도 남북왕래의 길에서는 철저히 소외된 노동자들. 정당한 파업의 대오를 방해하면서도 민족통일의 화신인양 언론의 각광을 받으며 판문점을 넘나들던 재벌들의 그 모순된 행태들을 기가 찬 심정으로 지켜보면서 하고 싶은 말들 꾹꾹 참아왔던 바로 그 노동자들의 대표가 평양으로 간다.

돌아돌아 간다. 조심조심 간다. 가다 못가면 쉬었다라도 간다. 그러나 우리는 한번 간 길을 다시는 잃지 않을 것이며, 탄탄대로가 될 때까지 1,500만 명이 줄지어 갈 것이다. 아니 8,000만 명이 마음대로 다니도록 다리도 놓고, 철로도 놓고, 아스팔트도 깔고, 병원도 만들고, 휴게소도 지으며, 꽃도 심고, 다시는 막히지 않도록, 모처럼 온 기회, 결코 놓치지 않으련다.

행여나 북녘동포들이 더 이상 못참겠다고 이참에 할 말 못할 말 다해 보자며 옷깃 붙잡을지라도 반세기 넘도록 온갖 풍상 다 겪으며 살아온 우리 노동자 동지들이 다음 순서를 애타게 줄지어 기다리고 있노라며 정중히 만류하고, 돌아온 길보다 더 가까운 길로 오라 일러주며 환히 웃으며 돌아올 것이다.

통일운동은 노동자들을 포함한 민족성원 전체의 대소사 중 가장 중요한 과제다. 또한 가장 뜨거운 열정과 끈질긴 헌신이 요구되는 사업이기도 하다. 내가 방관하면 그만큼 누군가가 더 많은 고통의 눈물을 흘려야 하는 일, 그것이 통일운동인 것이다. 민족의 분단현실은 외세에 의해 비롯됐지만 그것을 극복해나가는 일은 우리 민족 자신의 힘밖에는 없다. 우리 노동자들은 그것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내가 노동하지 못하면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썰렁한 현실을 너무나도 뼛속깊이 체험해왔기에. 그래서 우리의 대표들은 50여 년만에 만나고서도 한동안 별 말이 필요없었다. 그냥 부둥켜 안고 눈물만 흘렸을 뿐.

민주노총은 1900년대가 끝나가는 올해에 적지 않은 통일사업을 기획하고, 실천해 나가고 있다. 통일의 걸림돌인 국가보안법 철폐운동을 비롯해 통일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제반 선전, 교육활동, 한반도 평화실현과 민족의 대단결을 위한 각종 연대활동 등등.

이런 다양한 통일운동 중 특별히 통일염원 노동자축구대회가 부각되면서 그 추진활동이 마치 통일운동의 새로운 방법론인양 비춰지고 있는 것은 그만큼 통일문제 자체가 가지고 있는 사회정치적 중요성은 물론, 뉴스거리를 판단하는 언론 자체의 취향도 일정부분 반영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렇듯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축구대회에 관심을 쏟아붓고 있을 때에도 많은 북녘의 어린이들이 굶고 있으며, 또한 많은 남녘의 젊은 학생들이 자신의 민족, 양심을 위해 감옥에서 고통받고 있고, 더 많은 남녘의 노동자들이 실직의 회한을 품고 거리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므로 우리는 진지하게 가슴에 손을 얹고 자문해 본다. 마냥 스포츠 교류만 하고 있으면 어느날 저절로 통일이 될까? 그 사이에 굶어죽고, 실직한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은 누가 줄여줄까? 물론 우리도 알 건 안다. 공차기만 해서는 통일이 저절로 굴러오지는 않는다는 것을. 또한 어떻든 민족을 위해 좋은 일은 그대로 공정하게 평가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그러나 동시에 모르는 것도 궁금한 것도 너무나 많다.

과연 노동자세상을 표방하고 있는 북녘동포들은 그동안 왜곡돼온 바대로 마냥 호전광이거나 죽기 살기로 전쟁준비만 하고 있는 사람들일까? 혹시 미국의 초토화 작전과 그로 인한 피해의 끔찍함을 실제로 경험해보았던 사람들로서 그 생각하기조차 두려운 전쟁이 다시 재발되는 것이 두려워 그에 단단히 대비하려는 생각은 아닐까? 어쨌든 이제 민주노총 대표단은 이러한 많은 궁금증과 추측들을 일단 접어둔 채 북으로 간다. 자주 다니면 길이 나겠기에….

김영제 민주노총 통일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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