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1999년 05월 1999-05-01   1628

학력인정 사회시설학교는 비리온상

부실교육 파행운영 위험수위 넘었다

3년간 학력인정 사회시설학교인 아세아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던 김정화 교사(가명, 34세). 그녀는 지난 3월 퇴직하면서 자신의 모습이 초라하게 여겨져 침울해졌다. 비록 정규고등학교는 아니었지만 엄연히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왔는데 알고보니 자신은 교사가 아닌 일용잡부에 불과한 사람으로 치부돼 있었다. 퇴직금 정산을 위해 들른 노동청에서 우연히 열람한 학교측 제출 답변서에 그는 ‘일용직’으로 명시돼 있었다.

이처럼 사회시설학교에는 선생님으로 불리는 사람은 있어도 교사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분명 교사자격증을 가지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여타의 교사업무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는 근거가 아무 데도 없었던 것이다. 답답하고 억울한 심정으로 이곳 저곳 뛰어다니며 알아본 결과 사회시설학교의 존립근거랄 수 있는 사회교육법 자체가 교사와 학교의 지위를 애당초 그렇게 규정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개입할 근거가 없어 방치한다?

학력인정 사회시설학교는 서울 8곳을 비롯 전국에 40여 곳이 있다. 이들 학교는 무슨 무슨 중학교·고등학교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실상은 교육법이 아닌 사회교육법으로 관리되는 학교들이다. 이곳에 다니는 학생들은 정규과정 중퇴자·출소자·직장인·주부 등이다. 아세아고등학교의 경우 시장 한복판에 있는 허름한 건물 한켠을 유치원·예배당과 함께 쓰고 있다. 아무리 졸업하면 학력을 인정해준다고는 하지만 고등학교란 이름이 무색할 정도의 시설을 갖고 있다. 학생들의 인성교육이나 바람직한 교육환경 따위는 아예 거론하기조차 민망할 정도의 수준인 것이다. 이런 사정은 전국에 있는 대부분의 사회시설학교들이 비슷비슷하다.

“운동장도 없어요. 물론 양호실도 없구요. 학생들은 이게 무슨 학원이지 학교냐고 그래요. 정규교육과정에서 한번쯤 실패를 경험한 아이들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열패감을 가지고 있는데, 가뜩이나 학교시설과 환경마저 이 모양이라 잘 적응을 못해요. 이런 모습을 지켜보자니 너무 속상하더군요.”이런 김정화 씨의 탄식 속에는 학교의 외양이나 시설뿐 아니라 운영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도 담겨 있었다. 일반반·직장인반·주부반을 각기 운영한다고 하지만 실제 수업은 1개 학년에 1개 반씩만 운영되고 있다. 특성화 교육을 한다고 제과제빵반·전산반 등을 모집하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학생 수가 모자라고 재정도 열악해 반을 나누어 운영할 형편이 못되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라 사회시설학교들은 학교 운영자의 임의대로 교사들의 임금을 지급한다. 어떤 학교는 시간당 8,000원에서 12,000원의 수당만을 지급하고, 어떤 학교는 상여금도 지급한다. 하지만 비교적 임금이 후하다는 학교라고 해봐야 정규학교 교사들의 60∼70%선에 불과하다.

이런 무원칙한 운영으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중 극단적인 예가 97년 수원 계명고에서 있었던 사건이다. 이 학교 체육담당 교사가 지난 94년 재단측이 야간근로 장학생의 장학금 착복, 95년 졸업장 위조, 97년 보충수업비 착복 등의 비리사실들을 알아내고 자료를 수집하던중 직권면직당했다. 징계(징계위원회 자체가 없으므로 엄밀하게 말하면 징계가 아니라 해고) 사유는 품위손상·근무태만·명예실추 등이었다. 사건이 진행되던 중 해당 교사는 담당 교육청을 찾았으나 ‘경고’ 조치 이외에 별다른 제재수단이 없다는 대답만 들어야했다. 결국 이 문제에 동조했던 7명의 교사 중 여섯 사람이 함께 학교를 떠나야 했다(자료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일보』 97년 5월 10일자). 당시에 학교를 떠났던 한 교사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한다.

“그때 일은 생각도 하기 싫어요. 검찰에 설립자를 고발했지만 두 달만에 집행유예로 나오더군요. 학교 운영에 변화도 없고동조했던 교사들 7명만 학교를 그만두게 되었지요(직권면직 6명, 사표 1명, 사표반려 1명). 교육청·노동청 등 여러 곳을 다녀 보았지만 저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어요. 다른 사회시설학교들도 사정은 비슷해요. 정부보조가 거의 없어요. 정규 학교에는 5억 원이 넘는 정도의 보조가 나가지만 당시 교사 1인당 10만 원 꼴로 나오는 보조비와 약간의 기자재비말고는 보조금이 전무한 실정입니다. 그런 열악한 조건이 학교의 탈법을 조장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무리 정규 학교가 아닌 사회시설학교라해도 거기서 교육받는 학생들까지 소홀히 취급하는 것같은 느낌이 들어 너무 비교육적이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문제 생기면 폐쇄시키는 게 대책의 전부

사회시설학교 문제의 근본 원인은 정부가 이들 학교에 대한 지원과 보조에 인색한 점은 물론 관리마저 소홀히 하고 있다는 데 있다. 98년 서울특별시 교육청에서 사회시설 8개 학교에 지급한 금액은 인건비 2억 7,351만 4,000원(4/4분기 보조금액은 포함되지 않음), 기자재구입비 9,120만 원, 컴퓨터 구입비 9,088만 원을 합해 총 4억 5,559만 4,000원. 정규학교 1개 교 지원이 5∼6억 원가량 된다는 사실을 감안해 보면, 얼마나 소홀하게 대우받아왔는지 알 수 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등록금, 재단 전입금, 그리고 얼마 안 되는 정부보조금만으로 학교를 운영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런 열악한 재정상황이 운영상 비리가 발생할 소지를 처음부터 안고 있는 셈이다.

또 한 가지, 교사들 직위에 관한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학력인정시설학교는 사회교육법의 저촉을 받지만 교사 정원에 관해서는 ‘각종 학교에 관한 규칙(교육부령)’ 제9조에 의해 각종 학교의 교원정원에 관한 규정을 적용받는다. 현행 사립학교법 제56조에 의하면 “학급·학과의 개폐에 의하여 과원된 때에는 사립학교법 소정의 직권면직조항이나 징계조항에 의하지 않더라도 교원을 면직시킬 수 있”으며, 근로기준법 제27조에는 “근로자는 정당한 이유없이 해고되지 않는다”는 규정만 있다. 과원을 사유로 한 해고조치에 대해 거의 무방비 상태다. 학력인정 시설학교의 경우 학생 수급에 따라 굉장히 탄력적인 반 편성이 이뤄지므로 교사의 신분보장은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

열악한 재정이 초래하는 파행적 학교운영. 그러나 신분보장이 되지 않는 교사들로서는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교육당국에 내용을 알려도 자신들은 권한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한 학교에 교사 1인당 22만 원의 인건비만 보조합니다. 저희는 이 22만 원에 대한 감사를 할 뿐이지요. 더 이상의 운영에 대한 감사는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일반 정규 학교와 비교해서는 안 되지요. 일반 정규 학교에서는 모자라는 학교 운영비를 모두 교육청에서 보조해 주고 있잖아요. 저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1년에 네 차례 정도 장학지도를 나가는 것이 전부입니다. 장학지도의 내용은 학력인정에 부합하는 수업과정을 하고 있는가에 중점을 둡니다.”서울시 교육청 사회체육과 김원식 씨는 정부가 사회시설학교 운영에 간여할 권한이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런 이야기는 다른 교육청에서도 마찬가지.

계명고 교사들이 경기도 교육청을 찾았을 때 들은 얘기는 ‘운영상에 문제가 있을 때,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은 ‘경고’이고, 문제가 계속 발생했을 때는 학력인정 인가를 취소할 뿐’이라는 것. 결국 정부는 학교가 제대로 된 교육을 하도록 돕는 노력은 하지 않고, 문제가 생기면 학교자체를 없애버리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학교에 있는 학생과 교사들의 거취는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이에 대해 전교조 사립위원회 양태인 사무국장은 정부의 이런 안일한 태도는 분명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정부 보조가 적어 그 운영에 책임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사립대학의 경우 정부 보조금이 한푼도 들어가지 않아도 운영상 문제가 있을 때는 제대로 운영할 수 있도록 관선이사를 파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습니까? 학력인정 사회시설학교의 경우 일반 중·고교과정과 동일한 과정을 밟고 있고, 그곳에 종사하는 선생님들도 정규 학교와 같은 일을 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교육은 국가가 국민에게 베풀어야할 중대한 사회복지 혜택중 하나다. 그러나 우리는 OECD가입 이후에도 여전히 교육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 할뿐 아니라 어렵사리 고교학력을 취득하겠다고 나선 학생들이나 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에 대한 배려가 거의 없다. 사회복지적 측면에서라도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사회시설학교에 관계당국은 무성의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 와중에서 벌어지는 어처구니 없는 각종 비리와 부조리 등에 대해서도 관련 법이 없다는 이유로 해태한다. 이를 어찌할 것인가? 보다 근본적인 대책수립이 시급하다. 그 새로운 대책은 분명 사회시설학교 학생들과 교사들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최영선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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