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1999년 08월 1999-08-01   1128

삼성생명 상장이득금은 보험계약자에게 돌려줘야

시민운동에 덜미잡힌 ‘삼성권력

보험회사는 보험계약자가 개인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사고위험을 집단적으로 보완하는(Risk Pooling & Sharing) 일종의 ‘상호회사’적 성격을 갖고 있다. 바로 이 점이 보험회사, 특히 생명보험회사의 상장문제를 쉽지 않게 만들고 있다. 주식을 가진 주주가 이익배분의 절대적 우선권을 갖는 일반적인 주식회사조직과 동일한 방식으로 문제를 처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생명의 경우 총자산 규모 35조 4,286억 원 가운데 대차대조표상 자본총액은 5,331억 원에 불과하며(총자산대비 1.50%), 그나마 주주가 주금을 직접 납입한 납입자본금은 936억 원에 불과하다(총자산대비 0.26%). 다시 말해 약 99.7% 자금이 보험계약자의 주머니에서 나와 삼성생명이라는 거대한 회사로 들어가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되는 생명보험회사의 경우, 주주와 일반 보험계약자들 사이의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s)의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를 사전적으로 완화하고 사후적으로 조정하는 제도적 장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실정이다. 최근 주식회사가 생명보험회사의 일반적인 조직형태로 대두되고는 있지만, 생보사의 상호회사적 성격 자체가 소멸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보험계약자의 집단소송권 보장돼야

이에 비춰볼 때 우리나라 생보사의 경우 보험계약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대단히 미흡하다. 우선 사전적 측면에서, 생보사 수익(영업수익 및 자산재평가차익)의 분배 비율이 자의적으로 그리고 주주에게 지나치게 유리하게 결정되고 있다. 예를 들어 주주와 보험계약자간의 이해상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본을 제외한 선진국에서는 주식회사형일 경우 유배당보험상품을 판매하지 않고, 자산재평가를 실시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 생보사는 모두 주식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유배당 보험상품의 판매비중이 80∼90%에 이르고 있다. 물론 현재 우리나라의 보험업관련 규정에도 주주 뿐만 아니라 보험계약자에게 잉여금에 대한 배분을 해야함을 의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유배당보험이익의 경우 주주가 15%, 보험계약자가 85%를 갖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이윤분배비율의 결정과정에조차 보험계약자 또는 그 대표가 참여할 수 있는 통로는 전혀 존재하고 있지 않으며 사실상 지배주주와 감독당국의 협의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그리고 삼성생명은 과거 두차례에 걸쳐 자산재평가를 실시하였는데, 그 차익의 분배 비율 역시 지극히 자의적이었으며(75 : 25였다가 1999년 3월에 85 : 15로 개정), 더구나 보험계약자 몫의 상당부분(85 중 45)은 즉각 지급되지 않고 생보사 내부에 적립되어 향후의 보험계약자 배당이나 적자보전에 사용하도록 되어 있어 보험계약자에게 불리하게 되어 있다. 또한 주주 이외에 보험계약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적 장치, 예를 들어 보험계약자의 집단소송권 등이 전혀 보장되어 있지 않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예를 들어, 삼성자동차 처리과정에서 삼성생명의 신용대출 5,400억 원이 모두 대손상각을 거쳐 결국 보험계약자에게 전가될 것이 틀림없는데, 보험계약자가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결국, 이상의 문제를 감안할 때, 생보사 상장에 따른 자본이득(Capital Gain)은 결코 주주의 몫이라 할 수 없으며, 반대로 그 대부분을 보험계약자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현재의 보험회사가 안고 있는 주주와 보험계약자 사이의 이러한 문제는, 비상장 주식회사의 상장으로 인한 막대한 시세차익의 배분방식에 관한 논의가 덧붙여질 때 더욱 복잡하고 어려워진다. 당장 이건희 회장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400만 주의 상장 후 주식가치를 2조 8,000억 원이라고 발표하였다. 참여연대는 그 직후, 삼성측의 주장은 생명보험회사의 특성을 전적으로 무시한 독단적인 결정이며 보험계약자에 대한 횡포임을 지적한 바 있다.

또한,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에버랜드는 삼성생명 주식을 집중매입함으로써 삼성생명이 상장될 경우 엄청난 시세차익을 얻게 될 뿐만 아니라 지분변동과정에서 증여·상속세 탈세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단순히 이건희 회장 일가의 도덕성 문제가 아니라 생명보험회사의 상장에 따른 자본이득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에 대한 충분한 사전적 논의와 검토가 부족했던 제도적 결함이 중요한 원인을 제공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미 지난 90년 삼성생명이 기업공개를 목적으로 자산재평가를 실시한 이후 10여 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정부는 충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못한 상태였고 삼성생명 상장문제가 뜨거운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된 이후에서야 공청회 개최 등을 통한 의견수렴을 약속하고 있는 수준인 것이다.

보험계약자의 권리 찾아줘야

그러나 앞서 설명했던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보험계약자는 조직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지 못한 실정이고 더욱이 현재의 보험계약자와 과거의 보험계약자 사이의 이익배분방식도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문제해결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이에 대한 참여연대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현재의 보험계약자에 대한 자본이득 분배 방식으로는 현금지급이나 보험료감액의 방법보다는 주식을 나누어주는 방법을 적극 검토할 만하다는 것이다. 이는 현금유출을 방지함으로써 생보사의 자본충실도를 제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유의 분산을 촉진함으로써 최근 심각한 문제점으로 부각된 5대 재벌의 제2금융권 지배 문제를 완화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미국의 최대 생명보험회사인 푸르덴셜생명은 1875년 주식회사 형태로 설립되었으나 1915년 최대주주가 주식을 회사에 매각함으로써 사실상 상호회사로 전환되었고 1941∼1946년간 나머지 주주들도 주식을 모두 회사에 매각함으로써 완전한 상호회사가 되었다. 그후 50여년이 지난 1998년에 이르러서는 자본조달 및 M&A에 대한 탄력적 대응을 위해 2년간의 시한으로 주식회사로 재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주식의 일반공모 대신 1,100만 보험계약자에게 주식을 골고루 나누어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생보사 상장에 있어서 중요한 전형을 제공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과거의 보험계약자의 몫에 대해서는 본인에게 직접 돌려주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공익재단에 출현하는 형태를 취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현재 재벌이 운영하는 공익재단은 사실상 상속·증여세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고 회계정보 공시 및 이사회 구성 등의 측면에서 투명성 확보장치도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따라서 과거의 보험계약자 몫을 공익재단에 출연하는 경우에는 해당 생보사로부터 인적·조직적으로 완전히 독립된 형태를 취해야만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재벌총수의 사재를 시혜적으로 출연하는 것이 아니라 보험계약자의 재산을 출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보험계약자의 권리는 더 이상 잊혀진 권리, 묻혀진 권리가 아니다. 주주가 부담해야만 하는 위험부담도 물론 일정정도 인정해야만 하겠지만 그것이 결코 보험계약자의 권리침해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소액주주의 권리가 운동을 통해 제도화의 기초를 마련했듯, 이제 보험계약자의 권리 역시 시혜적 보장이 아닌 당당한 권리찾기의 차원에서 회복돼야 할 것이다.

홍일표 참여연대 정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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