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1999년 09월 1999-09-01   643

신당에서 제2창당까지1999년 가을, 한국정치를 읽는 법

내각제, 선거구제 논란, 국민회의와 자민련 신당창당설, YS 대 이회창의 대결 등. 정치판이 어수선하다. 내년 총선이 점차 가까워질수록 정치권이 난마처럼 얽힌다. 어떤 혜안을 갖고 정치권을 봐야 하는지 난감하다. 1999년 가을, 한국 정치의 해법을 들어보자.

1999년 가을 한국정치는 한마디로 ‘불확실성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2000년 4월에 16대 총선이 있다는 것과 내각제 문제가 총선 이후로 연기됐다는 것만 확정됐을 뿐 나머지는 모두 유동적이다.

정치판에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최대의 변수는 ‘DJP구도’다. 16대 총선을 공동여당인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따로 따로 뛰게 되는 것인지,아니면 하나로 합쳐서 치르게 되는지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회의 신당, ‘알파’가 관건

현재까지는 일단 두 당이 따로 총선을 치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대중 대통령이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합당을 7월 하순 김종필 총리에게 제의했으나 김 총리가 이를 거부한 상황에서 변화가 없는 것이다. 김 총리가 합당 제의를 거부한 것은 90년 3당합당 이후 치러진 총선에서 자신의 기반인 충청권에서조차 공화계 의원들이 낙선하는가 하면 그로 인해 결국 자신조차 김영삼 당시 대통령에게 ‘팽’ 당하고만 쓰라린 정치적 경험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충청권 의원들의 거부반응이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내각제 개헌을 유보한 것만으로도 김용환 수석부총재를 비롯한 충청권 의원들이 ‘JP가 자신의 영달을 위해 DJ에게 당을 팔아 먹었다’ ‘JP가 노추를 보이고 있다’는 등 비난을 쏟아붓고 있는 마당에 JP로서는 합당의 ‘?’자도 꺼낼수 없는 상황이다. 김 총리가 8월 14일 자민련 의원들과의 만찬 자리에서 “합당하지 않고도 공조는 할 수 있으며 연립도 바람직한 정치제도다” “국민회의와 합당은 하지 않을 것이니 양당 공조를 위해 최선을 다하자”면서 명시적으로 합당 반대 방침을 다시 한번 밝힐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런 당내 분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는 김 대통령과 국민회의가 독자적인 신당 창당쪽으로 일단 방향을 바꿀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김 대통령의 신당 창당은 일단 자민련과의 합당 문제는 제쳐두고 진행되고 있다. 나중에 자민련이 합류하면 좋고,끝내 합류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국민회의 단독의 전국정당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신당도 대체적인 구상과 개념만 나왔을 뿐 아직 구체적인 청사진이 제시된 게 없다. 국민회의는 당이 중심이 돼 외부의 참신한 인물을 영입하는 형식의 ‘1+알파’ 방정식을 선호하고 있는 데 비해 외부의 알파그룹들은 알파가 형성된 뒤 여기에다 국민회의를 합치는 ‘알파+1 또는 2’의 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즉,한화갑 사무총장이나 정균환 총재특보단장 등 국민회의 핵심 당직자들은 재야인사나 시민단체 대표 등 외부인사에 대한 개별적인 접촉을 벌이고 있으며,이재정 국민정치연구회 이사장과 김상근 제2건국위 기획단장,이창복 민주개혁국민연합 대표 등 알파그룹의 핵심들은 그들대로 알파조직체 구성을 꾀하고 있다.

결국 신당창당 방식은 알파의 실체가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느냐와 이 알파 그룹이 국민의 관심을 얼마나 끌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즉,참신한 인물들이 알파에 가담해 알파조직이 여론의 관심을 끌 경우 신당은 형식적이나마 알파가 중심이 될 것이지만,알파의 실체가 약한 조직이 될 경우에는 국민회의가 각계의 전문가와 젊은 층들을 영입하는 방식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신당창당 주요변수는 선거구제와 정치개혁

신당 창당에 있어 주요 변수는 선거구제 등 정치개혁 문제이다. 창당 방식이 어떻게 되든 실제적인 내용은 신당에 가담하는 ‘인물’이다. 사회 각계에서 인정받는 유능한 인물이 정치권에 들어오는 것은 당의 이념이나 노선 등 추상적이고 이념적인 문제로만 결정되지 않는 것이 우리의 정치현실이다. 국민회의의 한 핵심 당직자는 “정치권 밖에서 잘 나가는 사람을 데려오려면 우선 공천 문제가 정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이 신당 창당을 12월로 늦춰 잡은 이면에는 이런 사정이 깔려 있다. 다시 말해,공천문제가 해결되려면 우선 최소한 국회의원 선거구제 문제가 정해져야 가능하며,선거구제를 포함한 정치개혁 문제는 여야간에 워낙 계산이 복잡하고 견해차가 커서 정기국회 막판에 가서야 정해질 가능성이 큰 것이다.

올 하반기 정국흐름을 관찰하는 데 있어 선거구제 변수를 특히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신당 창당과 공동여당의 합당문제 나아가 정계 개편의 가능성 등 복잡한 함수관계가 선거구제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구제를 둘러싸고 여당과 야당이 ‘1선거구 3인 선출의 중선거구제와 정당명부제 도입’과 ‘현행 소선거구제 유지와 정당명부제 절대 반대’로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선거구제 개편의 문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선거구제로 영남권을 지키려는 이회창 총재 등 한나라당의 속셈과 중선거구제와 정당명부제 도입으로 영남 진출로 전국정당화를 달성하려는 여당의 속셈이 맞부딪치고 있는 것이다.

김 대통령과 국민회의의 우선적인 관심은 선거구제보다는 후보와 정당에 각각 1표씩을 행사하는 정당명부제에 있다. 청와대 정무비서실의 한 관계자는 “선거구제는 솔직히 중선거구제나 소선거구제 아무거나 괜찮지만,정당명부제는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게 대통령의 뜻”이라고 밝혔다.

YS 대 이회창, 결국 YS신당으로 종결될 것

정당명부제 문제는 여권의 처지에서는 합당을 하지 않고도 공동정부의 틀을 유지하고 총선에서도 협력할 수 있는 관건이 된다. 즉,현행대로 득표비율로 전국구의석을 나눌 경우에는 당선 여부와 관계없이 각 선거구에 빠짐없이 후보를 내야 비례대표를 한 석이라도 더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연합공천이 사실상 어렵다. 반대로 정당명부제는 후보가 없어도 지지정당에 한표를 던져 이를 기준으로 비례대표의석을 결정하게 되기 때문에 수도권 등에서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연합공천을 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정당명부제가 도입되면 여권은 자민련의 반발이 심한 합당을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고도 연합공천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게 되고, 반면에 야당은 영남권을 제외한 지역, 특히 수도권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된다. 이 경우 수도권 한나라당 의원들의 이탈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회창 총재가 정당명부제에 대한 반대 태도를 완강히 유지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동안 보궐선거를 여러 번 치러본 결과 여당의 연합공천만 막으면 수도권에서 국민회의와 한번 맞붙어 싸워볼 만하다는 게 한나라당의 판단이다.

결국 정당명부제에 얽힌 함수관계는 명부제가 도입될 경우에는 여당간 합당없이 국민회의의 신당 창당과, 한나라당의 수도권 일부 세력이 여권에 가담하는 수준에서 3당체제가 유지되면서 내년 총선을 치를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명부제 도입이 좌절될 경우에는 여권이 공동여당의 합당 재추진 등 새로운 변화를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따라서 올 하반기 정국은 이런 정치적 계산을 염두에 둔 김 대통령과 김 총리대 이회창 총재간의 내년 총선을 향한 힘겨루기가 치열하게 펼쳐지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별검사제 도입이나 파업유도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총리 해임안을 둘러싼 격돌 등이 8월말부터 9월 정기국회 내내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데,이들 전투들은 모두 내년 총선구도를 유리한 쪽으로 정립하기 위한 DJP대 이회창 총재간의 전쟁에서 파생되고 있는 것들이다.

여기에 새로 등장할 변수는 야권 내부의 변화 여부다. 즉, 김영삼 전 대통령과 이회창 총재간의 대결이 어떻게 결론날 것인가 하는 것이다. 3김 청산론의 대두로 잠시 움직임이 주춤한 상태이지만,김 전 대통령의 행보의 끝은 애초 의도했든 아니든 간에 ‘YS신당’으로 결말을 맺을 가능성이 크다. 이회창 총재가 ‘3김청산론‘을 내걸고 자신을 정면 공격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 정치 복귀를 선언한 김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에 둥지를 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야당의 상황은 부산 경남 의원들을 놓고 이 총재와 김 전 대통령이 힘겨루기를 하는 양상이 올 하반기 내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김종철 『한겨레』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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