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1999년 09월 1999-09-01   732

부당한 권리침해 작지사로 문의하세요

시민의 낮은 울타리, ‘작은 권리를 지키는 사람들’ 회장 이정

참여연대 ‘작은 권리를 지키는 사람들’(이하 작지사) 회장 이정 씨(44)는 바쁘다. 가욋일로 시작한 참여연대에서의 상담일이 이정 씨의 시간을 점점 더 요구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오전 상담. 그는 매일 오전과 오후로 나눠 시민들의 민원전화를 받는 작지사 회원들과 함께 오전 10시부터 상담을 받기 시작한다. 쏟아지는 하소연을 듣고 상담 내용을 정리하다보면 반나절의 시간은 짧기만 하다.

그가 처음 시민운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미국 유학시절. 미국 사람들의 시민의식과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시민운동의 힘을 가까이에서 보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으로 돌아와 시민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귀국 후 자신의 바쁜 일상과 아직 성숙하지 못한 우리나라의 사회적 분위기를 겪으면서 가슴 깊은 곳에 앙금처럼 가라앉아 버렸다. 꽤 많은 세월이 흘렀고 시민운동에 대한 부채감(?)도 희미해질 무렵인 지난 97년 그는 개인적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 박원순 변호사를 만나게 되었다. 결국 이정 씨는 그동안 잊고 있던 시민운동의 필요성을 마음에 되새기게 되었으며 박 변호사의 소개로 참여연대에 발을 들여 놓게 되었다.

하지만 막상 부딪쳐본 시민운동이 그리 녹녹한 것은 아니었다. 그가 맨 처음 계획했던 것은 중·고등학생들에게 시민운동과 시민운동단체를 제대로 알리는 프로그램. 이 프로그램을 고안하게 된 것은 두 아이의 엄마로서 아이들에 대한 시민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려면 기획에서부터 운영, 재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를 혼자서 해결해야만 했다. 한마디로 ‘조직은 있으나 여력은 없었던’ 것. 결국 이런 문제들로 그가 생각했던 청소년 시민교육 프로그램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모든 여건이 제대로 갖춰지고서야 누군들, 무슨 일인들 못할 것인가’. 그때부터 이정 씨는 바쁜 시간을 쪼개고, 없는 시간을 만들어 법으로부터, 행정권력으로부터 어려움을 호소하는 시민들의 전화상담을 시작했다.

자신이 지난 날 불합리하게 당했던 경험과 시민운동에 대한 강한 의욕은 불만스러운 여건을 상쇄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던 중 같은 일을 하던 자원활동가들이 효율적인 상담업무를 위해 모임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몇 차례의 조율작업을 거쳐 지난 7월 3일 살 맛나는 세상을 위한 모임 ‘작은 권리를 찾는 사람들’(이하 작지사)이 태어났다. 이정 씨가 그 초대 회장직을 맡았다.

약 35명의 회원들로 구성된 작지사는 매일 오전 오후로 나뉘어 전화상담(723-8119)을 하고 사안에 따라 전문 법조인들이 참여하는 2차 상담까지 인계한다. 물론 교육과 연구 등의 모임을 통해 공부도 해야 한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때때로 자원활동가의 의욕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만 같아 안타깝기까지 하다. 전화상담에 있어서도 1차 전화상담 후 그 결과가 최초 상담을 했던 작지사 상담자에게 전해지지 않기 때문에 무력감을 느낄 때가 많다는 것이다. 게다가 기본적인 상담을 하기 위한 상담요원 외에도 심층상담을 해 줄 법조인 혹은 변호사 사무실의 사무장들이 절대 부족하다는 점, 충실한 상담을 하기 위해서 구체화된 교육과 연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 등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노력과 자원활동을 하면서부터는 ‘길에서 침 한번 뱉어 보지 못하는’ 작지사 회원들의 건강한 의식으로 미뤄보아 이 정도의 어려움이야 능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탁현민 본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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