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1999년 09월 1999-09-01   904

한번 해제하면 되돌릴 수 없다─반대

우리처럼 국토가 좁은 유럽의 국가들은 토지의 공공성을 개인의 소유권에 앞세워 계획적인 공간개발을 유도한다. 계획도 없이 그린벨트를 풀고 뒤에 계획을 수립하겠다는 식의 건교부 주장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상훈 환경운동연합 환경조사팀장

그린벨트 지정으로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해 한맺힌 주민들이 우리에게 계란과 돌을 던지고 온갖 욕설을 퍼부었을 때 지역 주민의 환경권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쳐 온 우리로선 비애감마저 들었다. 도시계획의 ‘도’자도 모르는 무식한 것들이, 주민 고통의 ‘고’자도 모르는 어용단체들이 그린벨트니까 무조건 보호해야 한다고 생떼를 쓴다는 비난을 받는 것도 지겹다.

건교부 주장처럼 난개발을 막아 도시환경을 개선하고 주민 재산권도 보호할 수 있다면 ‘그린벨트 어설프게 축소하지 말고 몽땅 걷어내라. 이번에도 그린벨트 해제에서 제외되는 주민들은 어떻게 하나. 토지 수요도 없고 환경보전 방안도 세우는데 그린벨트를 남길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주민들의 주장을 건교부에 되묻고 싶은 생각마저 든다.

무식하고 이기적인 환경단체와 무수한 전문가들이 그린벨트 해제를 반대하는 이유는 그린벨트제도 바깥에 있다. 툭 터놓고 얘기하자. 우리나라 국토이용정책 이대로 좋은가? 평가가 다를 수 있지만 틈만 있으면 솟아나는 개발 압력으로 국토는 만신창이가 되고 도시 녹지는 물론 국립공원마저 위협받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국토이용 수준이다. 1993년 의욕적인 엘리트 관료와 똑똑한 연구원들이 국토이용관리법을 시대상황에 맞게 개정하였다. 그 결과가 무엇인가? 준농림지역은 음식점 및 숙박시설과 고층아파트가 난립하는 등 난개발의 온상이 되었다. 환경오염 및 주민정서의 침해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특히 팔당호 주변이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으로 지정되던 1990년 7월 2,585개이던 숙박·음식업소가 1997년말 8,956개로 3.5배 증가했고 산업시설은 3.6배, 아파트단지는 무려 12.9배나 증가하였다. 오죽했으면 지난 주에 국토연구원이 준농림지역 행위제한 강화를 제안하였을까. 그린벨트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결정적으로 심화시킨, 논밭 한가운데 세워진 고층아파트와 러브호텔도 준농림지역 개발 허용의 산물이다.

우리나라 국토이용이나 토지이용정책이 이 모양이다. 각종 규제가 많은 듯해도 기본적으로 건축자유의 원칙에 근거한 미국식 국토이용관리 방식을 취하고 있다. 용도지역제를 통해 최소한의 토지이용을 규제하나 계획적인 공간개발을 유도하지 못한다. 땅 좁은 한국이 땅 넓은 미국을 좇다가 뱁새 가랑이 찢어질 형편이다. 우리와 국토여건이 비슷한 유럽은 건축부자유의 원칙에 따라 토지의 공공성이 소유권에 우선한다. 개발허가제를 바탕으로 ‘계획없는 개발없다’의 원칙을 준수한다.

나라의 국토이용 틀을 환경친화적으로 바꾸겠다고 그린벨트 주민들을 담보로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이미 그린벨트내 행위규제는 생활불편 해소와 소득향상 차원에서 49차례에 걸쳐 완화되었다. 올 6월부터는 나대지에 대한 주택신축, 무허가주택의 신·증축 및 근린생활시설의 설치도 허용되었다. 때 늦은 감은 있지만 주민생활불편은 거의 해소되었다. 헌재 판결에 따라 종래의 목적대로 사용할 수 있는 토지에 대한 보상의 길도 열렸다.

‘선조정, 후계획’ 방식으로 그린벨트가 해제되면 ‘선계획, 후개발’을 기초로 하는 국토 이용의 친환경적 개혁도 물 건너간다. 수요가 없을 것이라는 예측과는 달리 대부분 부재지주가 소유한 해제 예정지의 땅값 상승은 이미 전국의 땅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그린벨트가 해제되면 헌재 판결에서도 확인된, 토지의 소유권에 우선하는 공공성의 원칙도 후퇴한다. 토지의 소유권에 대한 제한을 기초로 하는 상수원보호구역, 군사시설보호구역, 공원구역, 생태계보전지역의 유지도 쉽지 않다. 그린벨트 해제, 토지의 공공성을 중시하는 개발허가제로 국토이용관리방식을 바꾼 뒤에나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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