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1년 01월 2001-01-01   382

개혁법 딴지맨 법무부

“우리가 누리는 자유는 권력에 대한 끊임없는 감시의 열매”라는 경구가 떠오른다. 인류에게 던져진 이 메시지는 새 천년의 벽두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하며, 감시 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입법·행정·사법이 서로 정립해 권력의 남용을 견제하고, 언론과 시민사회가 외곽에서 권력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는 것은 권력집중이 낳을 부정과 부패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인류의 오랜 고민이 낳은 자연스러운 분화라 할 수 있다.

현재 지구적 차원에서 일고 있는 부패척결과 인권에 대한 흐름에 부응하기 위해 지난 한국사회에서는 부패척결과 인권향상을 위한 노동·시민단체의 오랜 투쟁이 있어왔다. 지난 96년 참여연대는 15대 국회의원 151명과 일반시민 3만여 명의 서명을 받아 부패방지법을 입법청원했다. 그 이후 민주당(당시 국민회의)이 세차례, 한나라당이 한 차례 법안을 제출했으나 의원들의 의지부족으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에는 민주당이 반부패기본법안을, 한나라당이 부정부패방지법안을 냈으나 특검제를 둘러싼 정쟁으로 심의도 제대로 거치지 못한 채 15대 국회종료와 동시에 자동 폐기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9월 16대 국회에 다시금 참여연대를 중심으로 12개 시민사회단체가 부패방지입법시민연대를 구성해 특검제를 포함한 부패방지법을 입법 청원했다. 그러나 15대 때와 마찬가지로 법무부는 아주 강력하고도 집요하게 반대의 논리를 펴며 특검제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2차대전의 참혹함과 반인권의 역사를 경험한 인류가 ‘야만의 시대’에 종언을 고하며 ‘인권의 시대’를 향한 첫걸음을 선언한 이후 1948년 12월 10일 “모든 민족과 모든 국가가 성취해야 할 공동의 기준”으로 ‘세계인권선언’을 채택하였다. 그리고 50여년이 흐른 후 한국의 현실은 어떠한가 ?

아시아 최초 인권법 약속은 어디로 갔나?

대한변협이 제출한 99년 인권보고서에 따르면 김대중정부가 들어선 98년 이후에도 인권문제에 있어서는 그 이전 정부보다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인권보고서는 ‘인권대통령을 자임하는 김대중정부는 적어도 인권분야에서만은 전향적인 개혁을 실시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 결과는 지극히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특히 최근 입법화와 관련해 법무부와 시민단체간에 이견을 보이고 있는 국가인권기구 설치에 관해서는 가시적인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스스로가 지난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에서 “첫째는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인권국가, 모범적인 민주주의 국가를 만드는데 헌신하겠다,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인권법’을 시행하겠다, ‘부패방지법’을 빠른 시일 안에 입법하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약속했으며,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도 지난 11월 9일 국회에서 가진 연설에서 부패방지법 제정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부패방지법과 인권법을 만들겠다는 의지보다 어떤 부패방지법이냐, 어떤 인권법이냐의 문제, 즉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느냐이다.

물론 국회 스스로가 의지와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할 수 있지만, 그러나 적어도 부패방지법과 인권법의 제정에 있어 가장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은 바로 법무부이다. 특검제 도입을 담고 있는 부패방지법에 대해 법무부는 “헌법이 보장한 검찰의 기소독점주의와 수사권 일원화 원칙의 근간을 뒤흔들며 혼선만 초래하고 더 나아가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민주당은 98년인 집권 초기만 해도 야당때부터 주장해오던 특별검사제를 고수했으나 검찰과 법무부의 강력한 반발로 특검제 입장을 철회하고 말았다. 결국 민주당은 검찰기득권에 굴복해 검찰개혁과 중립적 사정수단 확보를 포기한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법무부장관을 임명하고 검찰총장이 법무부장관의 지휘를 받는 상황에서 대통령이나 장관 등 고위 공직자의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공정하고 합리적인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특검제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특히 지난 옷로비 특검과 파업유도 특검을 통해 이미 특검의 유의미성을 국민적으로 검증한 바 있다.

법무부가 부패해결에 못 나서는 까닭

또한 인권위는 국가권력과 국가권력의 비호세력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인간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것이 가장 큰 사명인 만큼 법무부로부터의 독립이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를 국가기구로 할 경우 초법적인 국가기구 또는 감사원과 같은 헌법기구가 되어 위헌 소지까지 있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무엇이 초법적이고 위헌 소지가 있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는다. 인권위의 기본 임무는 인권침해나 차별행위에 대한 조사와 구제활동이다. 검찰이나 경찰 등을 상대로 인권침해나 차별행위를 실효성 있게 조사하고 구제하자면, 독립성을 바탕으로 그만한 법적 권한이 뒷받침돼야 한다. 비법인 민간단체가 국가기관을 상대로 조사와 구제활동을 벌인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이상하지 않은가. 법무부의 주장은 검찰이나 경찰의 처지만을 앞세운 또 다른 ‘직역 이기주의’적 발상은 아닌지 묻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의 권리보호와 신장을 위해 그리고 고위공직자를 비롯 한국사회에 뿌리깊게 만연되어 있는 부패구조를 척결하기 위해 어느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법무부는 한국의 인권신장과 부패해결에 가장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 그야말로 “개혁의 걸림돌”이라는 집중적인 비난을 받아 마땅한 것이다.

지난 12월 1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김대중 대통령도 “노벨상은 영광인 동시에 무한한 책임의 시작이며, 역사가 요구하는 대로 나머지 인생을 바쳐 한국과 세계의 인권을 위해 살겠다”고 고백한 바 있다. 따라서 김대중 대통령은 이제 한국의 인권향상을 위해 국가기구로 독립된 인권위원회를 설치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지금은 사회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에 있으므로 권력자를 향한 부패의 유혹은 더욱 극심하다고 할 수 있다. 권력자 개개인들이 유혹을 물리치는 방패로서 그리고 권력의 비리와 부패, 남용을 견제하고 막기 위해서는 특검제가 있는 부패방지법, 독립된 국가기구로서의 인권위원회가 설치되는 인권법이 필요하다.

법무부는 이제라도 특별검사제가 포함된 부패방지법을 그리고 실질적인 활동을 보장하는 국가독립기구로서 인권위원회 설치를 골격으로 인권법 제정에 딴지 거는 일체의 행위를 중단해야 할 것이다.

제대로 된 부패방지법과 인권법의 제정이야말로 추락할 대로 추락한 검찰권과 법무부의 국민적 신뢰의 정당성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이다. 법무부여,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

양세진 참여연대 시민감시국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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