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1년 01월 2001-01-01   1342

60억으로 수조원 번 반칙왕 이재용

삼성변칙증여백태

경제계에 반칙왕이 나타났다. 서른 세 살의 나이에 타이틀을 거머쥔 이 반칙왕은 바로 삼성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 이재용이다. 그는 타이거 마스크 대신 ‘탈세’를 쓰고 나타났다. 현재 미국으로 건너가 선진 반칙기술을 배우기에 여념이 없다고 한다. 그가 국내에서 보여준 반칙 기술은 ‘변칙 증여’라는 교묘한 법망 피하기 수법이다. 이 기술을 한 번 사용하면 주식시장이 요동을 치고 국세청이 움츠러든다고 한다. 그러니 어느 누가 감히 그에게 타이틀을 내놓으라고 도전하겠는가? 그의 ‘반칙기술’은 다른 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재계를 요동시키고 있는 반칙왕의 기술은 지금까지 어떻게 펼쳐졌는지 그 내막을 들여다보자.

시세차익 노린 반칙왕

반칙왕 이재용은 94년부터 95년까지 60억8,000만 원을 현금으로 증여받고, 16억 원의 증여세를 냈다. 이것이 그가 지금까지 낸 처음이자 마지막 세금이다. 세금을 내고 남은 돈 가운데 23억 원으로 삼성에스원의 비상장주식을 샀고, 19억 원으로는 삼성엔지니어링의 비상장주식을 샀다. 그가 주식을 산 직후 이 두 회사는 곧바로 상장되었고, 주가는 가파르게 상승하였다. 이때 곧바로 그는 주식을 팔아버렸다. 이렇게 순식간에 562억 원의 시세차익을 얻게 됐다. 그리고 그는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았다. 그의 첫 번째 태클이 성공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소득세법은 주식의 경우, 비상장주식을 팔아 시세차익이 생겼을 경우에는 양도소득세를 물리지만 상장주식을 팔아 챙긴 시세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물리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와 같은 부당행위를 막겠다며 99년말에 비상장주식을 특수관계자에게 증여하거나 양도하고 3년 이내에 이 주식이 상장되어 시세차익이 생긴 경우, 이에 대한 증여세를 부과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그러나 반칙왕은 무대에서 유유히 사라진 지 오래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자신의 반칙기술을 다듬던 그는 96년 3월 22일 다시 나타난다. 이번에는 먼저 제일기획의 사모전환사채(CB)를 주당 1만 원에, 18억 원어치를 구입했다. 사모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자 제일기획은 상장됐고, 제일기획의 주가가 13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던 시점에 이를 모두 내다 팔아 130억 원의 시세차익을 남긴다. 1996년 12월 중앙개발(현 에버랜드)은 99억 5,400만 원어치의 사모전환사채를 발행했고, 이 가운데 97%를 주당 7,700원에 구입했다. 그리고난 후, 그는 이를 곧바로 주식으로 전환해 중앙개발 주식의 최대주주가 된다. 중앙개발(현 에버랜드)의 사모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이재용 씨는 그의 누이와 함께 2조7,420억 원의 이익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삼성 지배구조의 결정적 위치를 점하게 된다. 물론 이 모든 과정에서 세금은 단 한푼도 내지 않았다. 정부는 뒤늦게 96년 12월말에 관련세법을 개정하게 된다. 반칙왕, 이때도 역시 망토를 휘날리며 사라진 지 오래다.

해가 거듭될수록 반칙왕의 기술은 세련되어만 갔다. 1997년 3월 24일, 삼성전자는 사모전환사채(CB)를 600억 원치를 발행하여 이중 450억 원어치를 이재용이, 나머지 150억 원 어치를 삼성물산이 인수했다. 이때 이들은 국내 공모 발행 경우의 30%, 해외 발행 경우의 60% 이상 낮은 가격으로 사모전환사채를 발행받아 250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1996년 말 상속증여세법의 개정으로 ‘전환사채를 이용한 변칙 증여’에 대해 과세할 수 있게 되었으나 반칙왕과 삼성물산은 이 법망을 다시 교묘히 빠져나갔다. 당시 상속증여세법에는 ‘특수관계자로부터 전환사채를 취득한 경우’가 문제가 되었지만, 그와 삼성전자는 특수관계자(친족, 관계회사, 임원 등)가 아닌 발행회사(즉, 삼성전자)로부터 직접 취득했기 때문에 과세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 후, 정부는 상속증여세법 제42조에 ‘특수관계자간의 거래를 통해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재산이 사실상 무상으로 이전되는 경우’에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는 포괄적인 증여의제규정을 도입하고 시행령 제31조의 5에서 이를 구체화시킴으로써, 위와 같은 경우에도 과세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반칙왕이 주식을 가지고 뻥튀기를 한 시세차익은 어느 정도까지 가능했을까? 이를 알 수 있는 좋은 사례가 있다. 1999년 6월 30일, 삼성은 삼성자동차 채권단에 대한 손실보상 차원에서 이건희 회장의 사재 2조8,000억 원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다름 아닌 삼성생명 주식 400만 주를 말한다. 400만 주를 2조8,000억 원으로 계산했으니, 주당 70만 원으로 친 셈이다. 이와 관련해 반칙왕 이재용이 최대주주로 있는 에버랜드가 98년 4월부터 12월 사이에 삼성생명주식을 대량 취득했다. 이때 에버랜드는 주당 9,000원에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버지가 빚 갚는다고 내놓을 때는 70만 원, 아들이 살 때는 9,000원? 과연 반칙왕 집안다운 일이다.

반칙왕이 드디어 자기 덫에 걸렸다. 99년 2월 26일, 이재용과 그의 누이동생 등은 삼성SDS의 주식을 주당 7,150원에 321만6,738주를 인수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매입하였다. 삼성SDS 주식은 장외시장에서 현재 20∼30만 원(액면가 5,000원 기준)에 거래되고 있었다. 삼성SDS 주식의 현재 시가가 25만 원이라고 할 경우, 그는 약 7,800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하는 셈이 된다. 삼성이 삼일회계법인에 의뢰, 삼성SDS 주식을 평가한 결과, 그 주식값은 6,674원으로 산정됐다. 이에, 삼성측은 삼일회계법인에서 산정한 주식평가액 보다 오히려 10% 가량 할증된 7,150원에 신주인수가격을 결정하였으니,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큰소리를 쳤다. 그러나 다음과 같이 몇가지 결정적인 증거가 드러나, 드디어 반칙왕의 덜미를 붙잡았다.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주식거래인터넷사이트의 99년 2월 18일자 주식가격표에는 삼성SDS주식이 5만8,500원에 거래된 사실이 나타났다. 99년 2월 22일자 『매일경제신문』은 연초 3만2,500원이던 주가가 99년 2월 19일 현재 5만8,500원까지 오른 사실을 보도했다. 99년 2월 당시 삼성SDS 주식이 5만4,750원에서 5만7,000원으로 거래되었음을 서울고등법원마저 인정했다. 대법원 판례와 국세심판원 결정에 따르면 ‘불특정다수인간의 여러 차례에 걸친 거래로 형성된 가격이 아니었거나 대량거래를 한 것이 아니었다고 하여 이것만 가지고 당해 거래가격이 객관적 교환가치를 적정하게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볼 만한 이유가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마지막으로 대법원 판례는 6개월동안 248주가 거래된 사실에 대해 그 거래가격을 시가로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증거자료에 따르면, 99년 2월 당시 삼성SDS 주식은 5만4,750원∼5만8,500원의 가격으로 다량 거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 경우, 삼성SDS 주식의 시가와 신주인수가격 7,150원의 가격차이 만큼 이재용이 부당이득을 본 것이므로, 이에 대해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2조 및 동 법 시행령 제31조의 3, 제31조의 5를 적용하여 증여세를 과세해야 한다.

더 이상 시민들은 그가 탈세라는 마스크를 쓰고 링 위에 올라오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이유는 그의 반칙기술이 백일하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심판은 어서 빨리 반칙왕을 링에서 퇴장시켜야 한다. 이러한 게임은 어느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 시민들은 진정한 타이거 마스크를 바랄 뿐이다.

최경석(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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