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1년 01월 2001-01-01   765

삼성의 떠오르는 별 이재용 벤처사단

20세기를 마무리하는 12월 한 달여 동안, 신문을 뒤적이면 쉽게 눈에 띄는 단어는 무엇일까? 통계치로 환산하기는 어렵지만, 쉽사리 ‘변칙 증여’ ‘편법상속’ ‘부당내부거래’ 등과 같은 단어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알다시피 이는 재벌기업이 재벌 2, 3세에게 계열사를 통한 위장거래 방식으로 재산을 물려주는 수법.

변칙 증여. ‘STOP 삼성’운동을 벌이고 있는 곽노현 교수(방송대 법학과)는 이 용어가 적절하지 않다고 말한다. 즉 “재벌 총수 일가가 계열사 재산이나 주식을 헐값에 팔아 넘기는 행위로 주요 계열사의 임원진과 비서실이 총동원되고, 변호사 회계사마저 가세하여 은밀하고 치밀하게 진행되는 아주 무서운 조직적 경제범죄”라는 것. 따라서 “재벌 2세, 3세의 재산취득은 그룹 전체 차원의 조직적 배임범죄를 통해 취득된 것”이라며 “재산의 불법 증여 혹은 강탈”이라는 표현이 사안의 본질에 적합하다는 논지를 펴고 있다.

삼성의 ‘변칙 증여’는 조직적 범죄행위?

그 동안 삼성그룹은 각종 편법을 동원해 미국에 유학 중인 이재용 씨(33세)에게 재산을 물려주었다. 지난해 12월 14일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이건희 회장은 아들 재용 씨에게 비상장 주식을 싸게 팔아 63억8,700만 원과 3억 원의 시세차익을 얻게 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이 외에 이재용 씨가 부당내부거래를 통해 취득한 계열사의 보유지분은 적게 잡아도 3조 원을 넘을 거라 얘기한다. 이 보유지분 덕에 이재용 씨는 삼성그룹의 제3대 오너 총수로 등극할 수 있는 확고한 지위를 점했다.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삼성그룹이 각양각색으로 모습을 바꿔 경영권을 세습한 것인데, 최근 의혹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인터넷 벤처기업을 통한 변칙증여에 대해 살펴보자.

먼저 설명하자면, 삼성의 불법세습은 두 단계로 나눠진다. 첫 번째 단계는 계열사의 비상장사 지분을 매입하여 핵심 계열사의 지분을 확보하는 수법이다. 즉 비상장 회사의 상장 전 지분을 헐값으로 매입해 상장 후에 주가가 상승하면서 생기는 시세차익을 얻고, 동시에 핵심 관계사의 지분을 획득한 이재용이 지배주주로 부상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수법은 최근 몇 년동안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에서의 변칙상속과 탈세의혹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잠깐 주춤하게 된다.

또한 정부의 재벌 구조조정에 대한 과제 중 변칙상속 방지 등 상속법 개정이 진행되면서 방법이 어려워진 삼성측은 이 법망을 빠져나가기 위한 다른 수법을 동원한다.

이에 부응한 두 번째 그룹적 조직적 범죄 의혹은 인터넷·통신 벤처기업을 통한 변칙 증여이다. 이 방법은 최근 벤처기업을 육성한다는 정부정책과 사회분위기에 맞추어 무리가 없고, 인터넷과 벤처투자 쪽의 법적 규제가 허술한 장점이 딱 맞아떨어지는 지점이 있다.

이미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씨는 삼성계열 벤처 10곳을 지배하는 막강한 지배력을 보유한 상태이다. 참여연대는 2000년 9월 18일 이재용 씨가 최대주주인 서울통신기술을 포함한 삼성계열 벤처기업 8개 사에 대해 변칙증여 의혹을 제기하고 공정위가 조사해줄 것을 요청했다. 또한 지난해 국정감사 정무위원회에서 삼성 에버랜드 허태학 사장과 서울통신기술 장효림 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변칙 상속 및 승계 의혹에 대해 집중 추궁받았다. 이때 삼성측에서는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답변으로 일관했을 뿐이었다.

이재용 씨는 삼성의 벤처 계열사 17개 가운데 10개를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삼성계열사나 그룹 구조조정본부 임원과 공동출자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이재용 씨는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에버랜드와 이학수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과 공동출자해 벤처회사 가치네트를 만든 뒤, 다시 가치네트를 통해 뱅크풀, 아니, 에프앤가이드, 인스밸리 등 4개 손자벤처회사를 설립했다는 것이다. 이재용 씨가 서울통신기술과 삼성그룹 관계사인 e-삼성 등 8개 인터넷·통신 벤처기업으로 지배권을 확장시켜온 것은 실제로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이재용 씨로의 완벽한 경영권 이양작업이라는 것이 일각의 해석이다.

“경영권 도둑질 더 이상 못참겠다”

서울통신기술(주)는 지난 93년 설립되어 주로 교환기 시공용역과 전송공사·선로공사·전기공사 및 엔지니어링서비스 등 통신설비 용역 사업과 Home Network(H/N) 도·소매 사업을 벌이는 회사다. 서울통신기술은 설립 당시에는 자본금 5,000만 원, 매출액 21억 원 규모였다. 이 회사에 96년 이재용 씨가 투자해 50.67%의 지분을 갖는 대주주가 된다. 그후 서울통신기술은 97년 대규모 기업집단인 삼성의 계열사로 편입되어, 99년에 H/N사업관련 자산 및 사업권 일체를 삼성전자로부터 양도받았다. 이때 양도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던 몇 가지 핵심기술을 헐값에 이전하여 서울통신기술에 막대한 이득을 발생시켜준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이 제기된다. 삼성그룹이 기업지배권을 승계하기 위한 의도에서 나온 부당지원 행위라는 것이다.

이러한 삼성전자의 서울통신기술에 대한 부당지원 의혹은 96년 서울통신기술이 이재용 씨에게 전환사채를 발행하고 96년 말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통해 뒷받침된다. 이 거래에서 서울통신기술이 이재용 씨에게 현저하게 낮은 가격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국감 때 한나라당 김부겸 의원은 금융감독위원회 등으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토대로 “서울통신기술은 설립 당시에는 자본금 5,000만 원, 매출액 21억 원 규모에 불과했으나 지난 96년 이재용 씨가 대주주가 된 후, 이 기업의 매출액은 96년 689여억 원, 97년 1,068여억 원, 99년 1,722여억 원으로 급성장했다”며 증인으로 출석한 삼성과 서울통신기술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서울통신기술의 설립 당시와 이재용 씨가 대주주가 된 후의 자본금 차이는 무려 110배나 된다고 한다.

이날 국감에서 밝혀진 바에 의하면 97년 서울통신기술이 올린 매출액 가운데 92%가 삼성전자와의 거래를 통해 이뤄졌고, 98년 99년에도 각각 매출액의 94.2%와 73%가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SDI 등 삼성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한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전자의 서울통신기술에 대한 부당지원에 대해 공정거래위 조사국의 한 관계자는 “아직 조사중이며 이재용 씨가 서울통신기술의 전환사채를 싸게 매입했다는 것은 법위반으로 보기 힘든 점이 있다”고 말했다. 즉 이를 규제할 법적 근거는 공정거래법 제23조1항인데, 이것은 97년 4월 1일자로 시행됐다. 하지만 서울통신기술이 이재용 씨에게 전환사채를 발행한 시점은 96년 말. 법시행 이전에 있었던 사건이므로 현재로선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렇듯 이재용 씨는 신종 변칙증여 수법으로 세금 한푼 내지 않고 유망벤처기업 투자·설립, 상장을 통한 시세차익을 노리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삼성그룹 차원의 조직적인 내부담합이 이루어진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삼성을 비롯한 재벌들이 경영권 세습을 위해 각종 불법을 자행함으로써 생기는 폐해는 국민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이미 절감한 바 있다. 실제 일부 법학자들은 삼성의 이런 부당내부거래가 언제 또 엄청난 경제위기를 불러올지 모르는 상황이라 인식하며 형법적 차원의 대응이 무엇보다 요구된다고 주장한다.

윤정은(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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