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1년 01월 2001-01-01   1027

대만 NGO 박람회 참가기

지난 11월 12일~26일까지 대만에서는 제1회 아시아 비정부기구 박람회가 개최됐다. 아시아의 다양한 NGO활동이 소개된 이 행사의 활동과 대만의 시민운동을 3회로 나눠 소개한다. 편집자 주

지난 11월 12일부터 11월 26일까지 타이페이에서는 제1회 아시아 비정부기구 박람회(Empowering Conference of Asia’s NGOs in Tipei)가 개최됐다. 대만과 홍콩, 일본, 프랑스, 필리핀, 한국 등 모두 6개 나라의 50여 개 NGO가 참여한 이번 박람회는 도시개혁, 성·여성, 교육·청소년, 공동체 안전 및 재해 방지, 환경, 노동, 예술 및 음악 등 총 8개 분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이 대회에 앞서 약 10일 간 이뤄진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각국의 참가자들은 타이페이 시를 중심으로 대만의 NGO를 탐방하고, 각국의 NGO 활동에 관한 경험을 교류했다. 도시개혁 분과에 소속된 필자는 주로 대만의 도시계획 및 주택문제 그리고 공동체 프로그램 관련 NGO 활동을 참관했고, 그 밖에도 사법개혁, 인권단체, 노동단체 및 학생운동 등에 관하여 견문을 넓혔다.

박람회 본 대회는 각종 행정청과 당사 등이 밀집한 정치, 행정의 중심가에 인접한 2·28 기념공원에서 개최됐다. 2·28 기념공원은 대만 역사 그리고 민주화운동의 상징적인 장소로서, 1948년 공산당에 패한 장개석과 국민당이 대만 도착 직전에 자행한 지식인과 양민에 대한 학살─일명 ‘백색테러’의 역사를 기억하고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만든 공원이다. 공원 내의 기념관에는 일제 식민통치 시절부터의 대만의 역사가 각종 사진, 기록, 언론기사, 기타 전시품 등을 통해 소박하지만 꼼꼼하게 보존되어 있다.

본 대회 기간 중에 참가한 모든 NGO들이 타이페이 시민들을 상대로 각 NGO의 활동을 홍보하는 홍보전시대를 개설했다. 본 대회의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인도주의적 구조사업’(CARE 프랑스), ‘민주화 과정에서의 NGO의 역할’(한국), ‘NGO와 정부의 관계’(일본), ‘NGO의 경영’(대만) 등의 주제에 관한 초청 발표자들의 기조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초청 발표자들의 발표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끈 주제는 성공회대 조희연 교수가 발표한 ‘민주화 과정에서의 NGO의 역할’에 관한 토론이었다. 특히 대만 NGO 활동가와 진보적 연구자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토론에 참여했는데, 전형적인 국가주의적 모델 하에서 진행된 대만과 한국 정치경제적 변동의 유사성을 감안할 때 비록 이번 토론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못했지만 이 주제는 앞으로 비교사회학적 관점에서 그리고 양국 사회운동의 상호이해와 교류의 측면에서 상당히 중요한 연구 및 토론 과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박람회는 ‘미디어를 통한 홍보’라는 측면에 상당히 신경을 쓴 행사였다. 박람회는 온라인공간에서도 동시에 진행됐다. 대회일정과 프로그램은 물론 참가한 각 NGO의 사이트에 접속 가능한 대회공식 홍보 사이트(www.asiango. org)가 개설, 운영됐다. 또한 각국 NGO들이 준비한 영상물이 대회장 안팎에서 대형 멀티비전을 통해 상영되었다. 한국에서도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운동 과정을 담은 영상물을 준비해 갔지만, 전달과정의 착오로 영문자막이 없는 한글판이 전달되어 제대로 상영되지 못했다. ‘미디어 홍보’의 결정판은 크고 작은 기자회견이었다. 본 대회 이전부터 분과별로 TV방송, 라디오인터뷰, 기자회견 등이 빈번히 진행됐다.

이번 박람회는 서로 다른 수준과 경험, 성격의 NGO를 모아 단지 수평적으로 펼쳐 놓은 어쩐지 밑그림이 어수선한 퍼즐과 같은 느낌을 준 행사였다. 또한 실천적인 주제나 공통의 현안이 없다 보니─물론 일부 분과에서는 동물보호, 반핵 등 공통된 현안이 있기는 했지만─긴장감도 그만큼 떨어지고 행사 진행도 산만하였다. 전체 참가자들의 수평적 교류도 분과별로 배치해 놓은 프로그램으로 인해 충분히 이뤄지진 못했다. 하지만, 보여주는 것이 일차적인 목적인 ‘박람회’의 본래 의도와 성격으로 돌아가 생각하면, 아시아 지역의 다양한 NGO의 활동을 일별해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 나름의 성과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타이페이 시정부가 주최자인 이번 박람회는 많은 NGO들이 준비과정에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진정 NGO 중심의 행사가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대만의 유력한 NGO들 중 상당수가 대회에 불참했다는 점이 이 같은 의문을 뒷받침한다. 문득 작년에 서울에서 개최된 ‘세계 NGO대회’에 참가한 다른 나라 NGO 활동가들이 느꼈을 소회가 떠올랐다.

박람회 기간 중 많은 대만 NGO 활동가들로부터 한국의 시민운동과 참여연대에 대해 여러 가지 질문을 받고 토론했다. 가장 자주 받았던 질문은 ‘그렇게 많은 단체가 그리고 규모가 큰 단체들이 어떻게 먹고사느냐’는 것이었다. 이는 단체의 목적과 성격을 불문하고 아시아의 NGO들이 직면한 몇 가지 공통된 고민─’NGO의 위상’, ‘NGO의 자립성’, ‘NGO와 정부의 관계’를 엿보게 하는 질문이었다.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박람회 폐막식에서 한국, 일본, 홍콩에서 온 친구들과 공동으로 채택한 성명 그리고 함께 외친 구호로 대신하였다.

NGO needs independence! Be careful government!

인터뷰|타이페이 시 민정국 린첸슈(林正秀) 국장

"정부는 NGO지원 정책을 끊임없이 개발해야 한다"

먼저, 이번 박람회를 개최한 목적은 무엇인가?

"개인적으로는 시 정부에 들어와 국장 일을 하면서 공민권 신장에 대한 관심이 놓아졌으며, 이를 가능한 한 반영시키고 싶었다. 또한 특수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정치 ·경제적 교류를 넘어서 NGO활동의 교류를 통해서 다양한 해외단체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자 행사를 주관하게 되었다."

타이페이 시 정부는 국민당이다. 이번 행사를 추진하기까지 어려움은 없었는가?

"시 정부 안에 보수적인 시각도 있고, 더러는 충돌도 빚는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활동이라는 점에 시장이 동의하여 추진하게 되었다. 민정국의 주된 행정 업무가 호적 업무이기 때문에 전적으로 따로 시간을 내서 친분 있는 사람을 통해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해야 했던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주관 분야에 노동, 인권 등이 빠져 있는 것 같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

"행사 준비 과정에서 아쉬웠던 점이다. 노동, 인권 등을 다 포함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또한 상대적으로 이 분야들에서는 국외단체들과 교류가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에, 아쉽지만 이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NGO와 GO의 바람직한 관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기본적으로 NGO는 정부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 NGO가 정부로부터 펀딩을 하면 자율성을 가질 수 없다. 정부 또한 NGO활동에 간섭, 개입하기보다는 NGO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각종 지원 정책을 마련하는 이에 주력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NGO센터를 만들어 싸게 임대하고, 인터넷 환경 등 편리하고 저렴한 활동 지원 시스템을 제공하고 싶다."

과거에 학생운동, 반핵운동가로 국민당 정부와 대결한 사람이라고 알고 있다. 현실정치에 참여한 소감은 무엇인가?

"많이 다르지만, 할 일은 많다. 특히 시 정부의 정책에 NGO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상시적으로 대화하고 접촉한다. 개인적으로는 과거 활동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하지만, 다시 시민운동으로 돌아가고 싶기도 하다."

박원석 참여연대 시민권리국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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