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1년 02월 2001-02-01   1070

개발이권에 눈먼 지역토호세력들

각종 이권에 개입하면서 정계, 관계, 업계에까지 그 촉수를 뻗치고 있는 대한민국 풀뿌리 보수세력. 그들의 활동은 치밀하고조직적이다. 개혁세력의 목소리가 세지면 어디든 나타나 방해하는 훼방꾼. 그들은 정부로부터 지원금과 제도적 보호를 받기 때문에 유지되는 게 아닐까? 올바른 주민자치를 차단하는 풀뿌리 보수세력의 문제점을 조망한다. 편집자 주

지역을 움직이는 힘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고양시 러브호텔사태를 찬찬히 들여다보자. 주택가에 러브호텔 난립을 용인한 시에 맞서 수천 명의 지역주민이 거리로 뛰쳐나와 시장퇴진운동을 벌였다. 전국의 여론이 주민들을 지지하며 고양시를 강하게 질타했지만 ‘무소불위의 권력자’는 여전히 권좌를 지키고 있다. 심지어 지난 1월 14일 언론보도에 따르면 고양시는 7개 러브호텔에 준공허가를 내줬다고 한다. 주민운동이 거세지자 용도변경 등을 검토하겠다던 고양시는 운동이 주춤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러브호텔 준공허가를 내준 것이다.

여기에 주민에 의한 주민의 정치는 없다. 주민의 직접투표에 의해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황교선 시장이지만 이미 주민의 의사는 무시한 채 ‘멋대로 정치’를 펴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주민들은 다른 생각을 해볼 만도 하다. 주민투표를 통해 주택가에 러브호텔 난립을 허가하려는 시의 판단이 적절한지, 혹은 시장에 대한 ‘리콜’을 요구하는 주민소환은 할 수 없는지 등등 말이다. 그러나 우리 지방자치법에는 주민이 참여해 주민자치를 이룰 수 있는 제도인 주민소송, 주민소환, 주민투표제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일심협력하라?

이쯤에서 고양 러브호텔사태의 제2라운드가 시작된다. 가칭 고양시명예회복 범시민총궐기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 제안자 강태희)는 오는 2월 3일 일산구청 맞은편에 위치한 미관광장에서 퇴폐업으로 인해 실추된 고양시민의 명예회복을 위한 범시민총궐기대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추진위측은 취지문을 통해 “아름다운 전원도시로 선망받던 고양시가 러브호텔 문제로 질질 끌려다니며 외부인들로부터 퇴폐로 물든 향락도시라는 수모를 받고 있다”고 전제한 뒤 “뒤틀린 시각을 가진 일부 시민들이 연일 소요사태를 일으키는 바람에 상가는 말할 것도 없고 식당엔 손님이 거의 끊겼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고장의 명예를 깎으면서 몇 달씩 시위를 벌여 도시를 시끄럽게 하고 지역경제를 망쳐도 된다는 말인가”라며 고양 안티 러브호텔운동을 비난했다.

이뿐 아니라 추진위측은 설사 숙박업소나 유흥업소에 퇴폐의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과격한 항의나 시위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며 그 이성적 방안을 이렇게 제의했다. 첫째, 러브호텔 반대 시민단체는 투쟁을 즉시 중지하고, ‘숙박시설공동실무대책위원회’에 참여한다. 둘째, 숙박업소 업주는 퇴폐영업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공증, 제출한다. 셋째, 고양시민은 시청당국이 법에 따라 소신있게 행정을 펼 수 있도록 협조한다. 넷째, 탈선영업 업주와 퇴폐행위 가담자를 처벌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입법기관인 국회에 청원코자 한다. 다섯째, 모든 시민이 퇴폐업종을 추방하는 일에 솔선하여 참여한다. 여섯째,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모든 시민이 일심협력한다. 일곱째, 언론의 과장편향보도를 자제할 것을 신문 방송사에 촉구한다. 여덟째, 위 7가지 사항의 실천을 다짐하는 범시민궐기대회를 개최한다.

개발보수세력들의 조직적 활동

추진위 제안자인 강태희 고양시의원은 “자칫 이 활동이 ‘시장 편들기’로 비춰질지 모르나 사실상 러브호텔 문제에 대한 80만 고양시민의 총의를 모아보자는 뜻에서 시작한 것”이라고 밝히고, “러브호텔 문제에 대해 시장이 강력한 행정조처를 취할 수 있는 입법안을 국회에 청원하자는 취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고양시 150여 단체에 이 제안문을 보냈고, 이 취지에 공감하는 단체를 모아 위에서 밝힌 8가지 의제들을 시행하기 위한 활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양여성민우회 임재련 대표는 “어떤 단체가 참여하는지도 모르는 이 조직은 현직 시의원이 주도하는 모임으로서 비단 러브호텔 문제뿐 아니라 고양시 개발과 관련된 모든 현안에 끼어들어 ‘개발 찬성론’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저희 고양 러브호텔 공대위측은 이들의 활동은 시와 함께하는 합작품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고, 관변조직들을 동원해 시민단체로 위장함으로써 마치 주민간 갈등이 빚어지는 것처럼 만들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며 울분을 삭였다.

추진위측이 취지문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안티 러브호텔운동은 고양의 이미지를 실추시킨 활동이라지만, 사실상 이는 주민들이 직접 나서 지역문제를 해결하려는 주민자치운동의 초석으로 보는 견해가 훨씬 대중적 지지를 받고 있다. 이처럼 고양시 러브호텔 문제로 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시민단체 회원들은 앞으로 초강수 계획을 벼르고 있다. 시장퇴진과 관련하여 5만4,000명의 서명을 받은 만큼 이를 기반으로 황교선 시장 불신임 찬반 주민투표와 주민소환을 벌이겠다는 것. 물론 최대한 시의회에서 극한으로 가지 않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하지만 만일의 경우 주민소환도 불사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통우회 등 친목조직까지 촘촘히 엮어

한편, 일산시는 자족기능을 확보하기 위해 외교단지, 국제종합전시장, 출판단지를 계획했었다. 하지만 이 중 토지공사와 출판조합의 가격협상이 이뤄지지 않아 출판단지 유치가 불가능해졌고, 이에 따라 토지공사는 이곳에 아파트를 짓기 위해 고양시에 승인을 요청했었다. 그러나 55층이나 되는 초고층건물의 신축에 대해 시는 찬성입장을 견지했지만, 시민단체와 주민들은 반대입장을 피력했다. 양측간 입장 차이가 팽팽해지자, 김범수 고양시의원은 백석동 주민들을 대상으로 주민투표를 실시해 직접적인 주민의견을 묻자고 제의했고, 이에 찬성한 시민단체들은 손수 ‘주민투표운동’을 벌였다. 아파트 단지별 및 시민단체 대표 등 50명으로 구성된 백석동 주민투표관리위원회가 백석동 주민 대상으로 ‘초고층 주상복합건물 신축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88%의 주민들이 반대의사를 밝혀 그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그때도 이러한 주민운동을 주민간 진흙탕 싸움으로 몰아가는 사건이 있었다. 김범수 의원의 말을 들어보자.

“지역에는 개발보수세력이 존재합니다. 뭐든 개발만 하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말입니다. 그분들은 대부분 지역정치에 참여하고 있고, 지역의 흐름을 주도합니다. 실제 55층 주상복합건물 건립관련 주민투표를 실시할 때 지역의 개발보수세력들은 흑색유인물을 돌리며 주민투표를 방해했어요. 심지어 저에 대한 명예훼손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백석동 새마을지도자협의회, 바르게살기협의회 등 주로 지역 내 보수 관변단체 인사들이 중심이 되어 ‘백석동개발추진위원회’라는 조직을 만들어 개발에 찬성하도록 지역민들을 유도했지요. ‘불법적인 주민투표에 참여하지 맙시다!’라는 등 마치 삐라처럼 울긋불긋하게 만들어 아파트 전역에 뿌리기도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석동 주민들은 개발반대의 목소리를 확실히 드러냈습니다.”

백석동개발추진위원회를 주도했던 사람들이 이번 러브호텔 관련 추진위도 조직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 고양 러브호텔공대위측의 짐작이다.

이와 같은 ‘풀뿌리 보수세력’과의 크고작은 갈등은 지역에서 비일비재하다. 특히 풀뿌리 보수세력들은 대부분 지역토호이거나 터줏대감으로 오랫동안 그 지역에 살며 관계, 언론계, 정치계, 업계에 두루 손을 뻗치고 유기적 관계를 맺으며 활동하기 때문에 그물망처럼 촘촘히 짜여진 그들의 조직망은 쉽사리 해체되지 않는다. 따라서 지역 내 주요 현안이 발생하면 그 동안 조직된 힘을 폭발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갖추면서 이러저러한 활동에 관여하는 것이다.

“지역문제에 관심을 갖고 움직이는 개발보수세력들은 신생 시민단체들에 비해 활동하기 좋은 조건을 갖고 있습니다. 그들의 하루일과를 살펴볼까요. 일단 대부분 자영업자들이기 때문에 시간이 많습니다. 서울로 출근하는 직장인의 경우는 사실상 지역문제에 관심갖고 시간을 내어 활동하기 어렵잖아요. 그러나 그분들은 대개 지역에서 자영업을 하기 때문에 지역문제에 많은 관심을 쏟을 수 있는 장소와 시간이 허락돼 있어요.” 김범수 의원의 말이다.

대부분의 지역개발 찬성론자들은 지역에 기반을 둔 자영업자들로 그들이 만들어내는 동사무소 여론도 만만치 않다는 것. 각종 정보들를 주고받을 수 있는 동사무소라는 관이 보장한 소통의 장을 장악하고 게다가 통반장으로 활동하면 일인당 5∼10만 원 가량의 활동비까지 지급받으니 그들로서는 일거삼득의 효과가 보장된 셈이다. 고양의 경우, ‘통우회’라는 친목조직을 만들어 친밀한 관계형성까지 해놓으니 그 조직력은 막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김범수 의원은 지역에서의 올바른 주민자치가 실현되려면 이런 ‘풀뿌리 보수세력’의 움직임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력화한 주민들이 기득권을 관철시키려 개발논리를 앞세워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할 게 아니라 진정으로 주민의 입장에서 환경권과 주거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무소속으로 2선 시의원을 하고 있는 김범수 씨의 입장이다.

통장들의 작지만 큰 비리

이런 풀뿌리 보수세력의 활동은 비단 고양시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국적으로 대부분 비슷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폐단이 지역언론에 의해 밝혀져 통장직선제를 실시하고 있는 군포로 가보자.

군포에서는 부곡동의 정모 통장이 장기간 통장으로 재임하면서 마을주민들로부터 불신과 민원을 받아오면서 문제가 됐다. 부곡동 정모 통장의 비리사실은 군포의 복합화물터미널측으로부터 터미널을 통과하는 마을 도로의 사용권을 포기하는 대가로 1억 원 상당의 지원을 받아 마을회관 건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여기에는 일부 새마을부녀회장도 포함됐는데, 추진과정이 투명하지 못했던 점 등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은 불신임운동으로 퍼져나갔다. 이뿐 아니라 폐기해야 할 다량의 농약을 정모 통장이 불법 매립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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