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2년 02월 2002-02-01   806

공모선거인단수 대폭 확대해야

비판적 관점에서 본 개방형 예비선거와 선호투표


한국정치의 후진성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이 거세지면서 정당민주화를 위한 시도들이 다양하게 모색되고 있다. 대권과 당권의 분리, 총재직 폐지 등 권력의 집중화를 방지하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역시 가장 눈에 띄는 정당민주화를 위한 제도적 개선은 새천년민주당에서 준비하고 있는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국민참여 경선제라고 할 수 있다. 민주당에서 택한 국민참여 경선방식은 크게 두 가지 특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우선 일반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공모선거인단을 신설하고, 두번째로 선거방식에서 이전의 결선투표방식 대신에 호주식 선호투표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민주당에서는 전체 선거인단의 50%를 일반공모 선거인단에 배정하고, 전국대의원대회 대의원에 20% 그리고 비 대의원 당원에 30%의 비율을 배정하기로 했다. 이들 세 가지 대의원 중 전국대의원대회 대의원이나 비 대의원 당원은 정당지도부에 의해 선정되므로 정당리더의 영향력 아래 놓인다고 볼 수 있다. 반면에 일반공모선거인단은 일반국민 중 민주당 경선에 투표를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등록하고 이들 중 추첨을 통해 선거인단을 선출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반공모 대의원의 배정은 정당리더들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진정한 국민의 뜻을 물어 후보선출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이 방식은 미국의 예비선거와 유사한 방식이다.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은 정당 간의 경쟁인 본선거 이전에 예비경선을 치러 당내 대선후보를 선출하는데 그 방식은 당원회의(caucus)와 예비선거(primary)로 나누어진다. 현재 예비경선 방식 중 4/5를 차지하는 예비선거는 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이 주별로 당내 후보에 대해 투표를 하고 후보별 지지비율로 대의원을 선출해 전국 전당대회에 내보내는 형식이다. 결국 상향식 후보선출이라는 점에서 새천년민주당의 국민참여 경선과 같은 목적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국민경선과 미국식 예비선거의 차이는 미국 예비선거에서는 원하는 사람들이 모두 당내 후보 선출 투표에 참여할 수 있지만 민주당의 국민경선에는 투표를 원해 등록한 사람 중 지역별로 인구, 성별, 연령 등을 고려한 추첨을 통해 3만5000명의 선거인단을 선출한다는 것이다. 이때 우려되는 문제점은 민주당 내 대선후보들이 자신들의 사조직을 동원해 선거인단 등록에 참여시키도록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우려는 단순한 기우가 아닌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국민경선을 성공시키기 위한 가장 중요한 관건은 과연 자발적인 국민들이 얼마나 많이 공모 대의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올바른 국민경선제는 자발적 국민의 참여로부터

만일 각 후보들이 동원한 사람들이 공모 대의원의 다수를 차지한다면 결국 일반국민들은 또다시 정치에 대해 냉소를 던지게 될 것이다. 국민경선제가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공모 선거인단의 수를 대폭 확대하여 후보자들의 지지집단 동원을 의미 없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방법으로 전체국민을 대상으로 먼저 추첨을 하여 선거인단을 구성하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경우에도 누가 선거인단이 될지 모르기 때문에 후보들은 지지집단을 동원하는 전략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여기서 다른 당 지지자들이 참여할 것을 우려할 수도 있지만, 현재처럼 선등록 후추첨 방식을 사용해도 다른 당 지지자들이 등록하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

어떻게 집단의 대표를 뽑을지를 결정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다수득표방식이 있는데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자를 뽑는 방식이다. 이는 과반수 득표 등 다른 조건이 필요 없으며 후보 중 가장 많은 득표자가 당선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 같은 대표선출 방식은 전체집단의 의사를 반영하되 완벽하다고 할 수 없다. 한 가지 예로 지난번 15대 대선의 경우를 보자. 15대 대선에서 당선자인 김대중 후보는 전체 투표자의 40.3%, 이회창 후보는 38.7% 그리고 이인제 후보는 19.2%를 얻어 김대중 후보가 당선되었다. 그런데 만일 과반수 득표를 대통령후보 선출방식으로 택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결선투표를 한다면 이인제 후보 및 다른 기타 후보들이 탈락하게 되고 마지막에 김대중 후보와 이회창 후보가 남을 것이다. 그리고 이인제 후보를 선택했던 유권자들은 이 두 후보 중 한 명을 선택했을 것이다. 이처럼 남은 두 후보만 놓고 다시 투표를 한다면 이인제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의 성향을 볼 때 이회창 후보가 이겼을 가능성도 있다.

만일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후보가 아니라 가장 덜 싫어하는 후보를 당선시키는 투표방식을 택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이 방식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후보가 아니라 가장 싫어하는 후보를 찍게 된다. 그렇다면 호남에서는 이회창 후보를, 그리고 영남에서는 김대중 후보를 가장 많이 찍게 되어 이인제 후보가 오히려 당선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이처럼 어떤 방식으로 후보자를 선출하느냐에 따라 유권자의 선호는 달라지지 않아도 선거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사표 막으려면 무효표 줄이는 방안 찾아야

민주당이 택한 호주식 선호투표제는 1918년 이후 호주에서 하원의원 선거에 사용하고 있는 투표방식이다. 유권자들은 출마한 모든 후보자들에 대해 자신의 선호에 따라 순위를 매기고 후보별 1위 득표를 계산해서 과반수 득표를 한 후보자가 없을 경우에는 가장 하위순위의 후보자를 제거하면서 그 표들의 2순위에 해당하는 후보자에게 표를 이양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최하위 후보의 표를 이양하는 방식을 과반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계속한다. 따라서 때로는 4, 5위 선호순위까지 중요한 경우가 생긴다. 실제로 호주에서는 6라운드까지 개표가 진행된 경우도 있었다.

선호투표제의 가장 큰 장점은 사표가 생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장 좋아하는 후보가 탈락되었다 해도 투표자가 그 다음으로 선호하는 후보에게 표가 이양됨으로써 투표에 참여한 모든 사람의 선호도가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주당에서는 호주와 마찬가지로 모든 후보자에 대해 선호도를 다 기입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따라서 자신이 선호하지 않는 후보자에 대해서도 선호도를 밝혀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만일 중도에 사퇴하는 후보가 있을 때에는 그 후보를 1순위로 한 표를 무효표로 한다는 규정이다. 어차피 후보선출은 16개 시도 모두에서 선거가 끝난 다음 이뤄지게 되어 있는데 왜 중도 사퇴한 후보의 지지표를 무효표로 간주하려는지 알 수 없다. 선호투표제 도입이 사표를 방지하고 모든 투표자의 의사를 반영하려는 의지에서 나온 것이라면 되도록이면 무효표를 막는 방안을 선택하는 것이 옳은 방법일 것이다.

이번 민주당이 시도하는 정당민주화는 한국정치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국민경선제로 대표되는 정당민주화 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 제도의 내용적인 완벽성에 좀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미국정치에서 예비선거가 대선후보 선출에 나름대로 의미를 갖기까지는 80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우리는 단 한 번에 모든 것을 이루려 시도하고 있다. 따라서 성공을 위해서는 모든 국민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현우 정치학박사·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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