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2년 02월 2002-02-01   918

경제5단체 일부 지식인 “삼성판결”신문기고로 딴죽걸기

경제5단체 일부 지식인 “삼성판결”신문기고로 딴죽걸기


지난 연말 참여연대의 소액주주운동과 기업지배구조 개선운동에서 기념비가 될 만한 삼성전자 주주대표소송 1심 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은 비록 1심이었지만 주주들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회사 경영을 맡게 된 이사들이 불성실하고 위법한 활동을 한 데 대해 법원이 강력하게 책임을 물었다는 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 주주대표소송 1심 판결에 대해 이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있다. 바로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공회의소, 중소기업협회, 무역협회로 구성된 경제5단체와 이들의 입장에 동조하는 일부 지식인들이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내용부터 틀린데다, 잘못된 주장을 조직적으로 펼치는 등 동기 자체도 결코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측면이 있다.

판결 이튿날인 12월 28일, 경제5단체는 ‘삼성전자 대표소송 판결(1심)에 대한 경제계의 입장’이란 제목의 공동성명을 통해 이번 판결의 의미를 부정하였다. 소액주주운동을 색깔론으로 매도해왔던 자유기업원도 이날 경제5단체와 같은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주요 언론매체에는 판결을 비난하는 글들이 앞다퉈 실렸다. 『중앙일보』(2002년 1월 3일)에는 이번 판결을 ‘은밀한 반시장(反市場)혁명’이라고 규정한 칼럼이 실렸다. 같은 날 『조선일보』에도 이번 판결을 비난하는 기고가 실렸다. 『한국경제신문』 1월 4일자에는 이 판결을 내린 법원에 대해 기업경영도 모르는 아마추어라고 비난한 칼럼이 실렸다. 1월 5일에는 『매일경제신문』에 ‘경영판단 책임추궁 곤란’이란 제목의 칼럼이 실렸고, 『동아일보』(1월 14일), 『한국일보』(1월 16일) 칼럼란에도 비슷한 주장을 담은 기고가 이어졌다.

신문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3대 신문인 ‘조중동’과 경제신문 등에 동일한 주장을 담은 글이 기고자만 달리한 채 집중적으로 실린 것이다. 삼성전자 주주대표소송 1심 판결의 의미를 왜곡하는 글들이 연일 이렇게 많은 신문에 실린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그처럼 십자포화를 퍼부을 만큼 삼성을 비롯한 재계는 이번 판결의 파장을 걱정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대목에서 이번 판결에 반대하는 집단의 조직적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이들의 한결같은 주장은 삼성전자 이사들이 어떤 경영상의 판단을 내렸고, 그 판단에 따라 투자를 했는데 결과가 실패로 나왔다고 해서 이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판결문에서도 밝혔듯이, 법원이 삼성전자 이사들에게 투자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운 이유는, 이들이 경영상의 판단을 제대로 하지 않고 회사에 손실을 끼치는 수천억 원에 이르는 투자와 회사자산 처분을 얼렁뚱땅 결정했기 때문이다.

판결문에는 분명히 경영판단으로 보호될 수 없는 행동을 했다고 적혀 있는데, 저명한(?) 논객들이 기본사실도 확인하지 않고 썼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만약 판결문의 내용을 알면서도 억지주장을 편 것이라면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재계는 한술 더 떠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요건을 강화하고, 증권집단소송제도의 입법도 중단하라고 주장한다. 증권집단소송제 입법논의에 찬물을 끼얹겠다는 작심인 듯하다.

지난 1월 15일 한국CEO포럼은 주주 전체의 이익을 보호하고, 고객·근로자·채권자의 권익 보호, 비자금을 통한 불법정치자금 제공 금지 등을 담은 ‘CEO행동윤리강령’을 선포했다. 이것이 잘 지켜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근용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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