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2년 02월 2002-02-01   1785

설호정이 만난 사람 – 노무현 공개지지 나선 연기인 문성근

‘1퍼센트 가능성도 없지만, 그래도 지면…’


한 십 년 전, 처음 만났었다. <경마장 가는 길>이 뜨고 있을 때여서 그 주연배우 문성근은 바빠 보였다. 첫인상에, 성공의 낌새를 알아차린 직후의 덜 안정된 분위기랄까가 사금파리처럼 섞여 있었다고 기억한다. 그러나 연약한 강수연에게 체중을 다 실을 수 없어서 팔꿈치로 몸을 받치고 베드 신을 찍고 났더니 팔꿈치가 다 까졌던 얘기 같은 거, 김대중, 김영삼이 싸웠던 그해 대통령 선거의 한심함 같은 걸 더러 짧은 욕을 간투사 삼아 생생하게 얘기했었다. 연기가 아니라 ‘생시’에조차 소위 지성적 체취를 감추기 어려운 배우가 적재적소에 한마디씩 뱉고 지나가는 욕은 통쾌했었다.

서울 마포의 너절한 뒷골목의 참치 횟집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아버지의 아들됨’이 십 년 전에는 얼굴에 그다지 역력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제 쉰을 막 넘긴 그는 누가 뭐래도 문 ‘익’자 ‘환’자 그분의 아들임이 분명해져 있었다. <질투는 나의 힘>이라는 영화. 간밤에 그 영화를 찍느라고 촬영장에서 밤을 홀딱 새고 잠깐 눈을 붙였다 떼고 나온 참이라고 했다. 흰자위에 설자고 깬 사람답게 연한 핏발이 서 있었다. ‘의상’은 아닌가 본데 입고 온 깜장 셔츠의 한쪽 팔목을 죈 단추에서 실이 풀려 내려와 팔을 들어 제스처를 할 때마다 흔들렸다. 십 년 전에 그의 입을 바람처럼 스치던 간결한 욕처럼 그 실이 내 마음을 흔들었다. 진정성 또는 열렬함의 결과물로서의 무심함이 그 실끝에 매달린 듯이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는 배우인데, 배우인 것을 잠깐 잊은 듯이 보였다는 말이다.

감투가 아니고 전부 심부름

무력 있으세요? 하다 못해 태권도라도 깜장 띠 정도는 돼야 하는 거 아닙니까? 요즘 한국 영화계에서는 그게 제일인 것 같던데.

“아, 그런가요? <친구>, <조폭 마누라>… 정말 그렇군요. 저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사실은 제가 팔이 한쪽이 좀 기형이라서 군대도 면제를 받았습니다.”

무력 하나 기르셔야죠, 그러나 저러나 지금 찍는 영화도 주먹 쓰는 거하고는 거리가 멀겠죠?

“남자 둘, 여자 둘 서로 엇갈리는 거, 서로 질투 느끼고. 그러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가슴에 품고 사는 거 그런 겁니다.”

좀 엉뚱합니다만, 성형 수술 같은 거 유혹 안 느끼세요?

“아뇨, 전혀.”

성격 배우니까? (웃음) 아무튼 조폭 영화건 뭐건 한국 영화 경사난 거지요? 극장에 손님 모으는 걸로만 치자면 그런 셈 아닙니까?

“어느 영화 한편의 관객 수 이런 거말고도 영화계는 이 정권 들어와서 너무나 지원을 많이 받았습니다. 행복할 정도라고 할 만큼, 불평하는 것이 말이 안 될 만큼 좋아졌습니다. 만드는 자유는 충분히 보장되었어요. 다만, 어떻게 보여줄 수 있느냐의 문제는 남아 있습니다.”

감투가 꽤 많으시지요? 스크린 쿼터로 싸움을 시작한 지는 꽤 오래 되었고, 지난해에는 민주당 노무현 의원을 지지하는 문화-예술인 모임을 만드셨지요?

“감투가 아니고 전부 심부름입니다.”

명계남 씨가 그랬다면서요? 언제까지 안성기하고 문성근이냐고요. 두 분이 말하자면 영화계의 변화를 이끄는 축이 되고 있다는 얘기겠습니다.

“괜한 얘기고요. 다만, 영화계는 상당 기간 동안 왜곡되어 있었기 때문에, 영화계 안의 엔지오 활동 같은 건 새로 시작되는 거고, 그러다 보니까 이렇게 메우고 있는 거죠. 심부름으로.”

강연도 많이 하시던데, 얼마 전에 전남대에서 한 강연은 제목이 ‘영화에서 정치까지’였더군요. 뭔가 시사점이 있는 듯한 제목입니다만, 무슨 얘기였던가요?

“대학에서 젊은 사람들한테 얘기할 때는 시작을 술렁술렁 해야 합니다. 민족이니, 역사니 하면 애들이 잘 안 들으니까 아예 이렇게 시작합니다. 1972년에 유신 헌법이란 게 만들어져서 우리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뽑지 못하던 시절이 오래 있었다, 여기서부터 얘기해야 합니다. 육이오처럼. 그리고 요새 영화가 왜 잘 되느냐, 무엇보다 정치적 민주화 덕분이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었기 때문이다, 그 얘기하죠. 두번째는 투자와 제작에서 제작자에게 너무나 유리하게 되어 있다, 그 점이 관객이 좋아할 대형 상업 영화의 무한 경쟁을 불러왔고 그래서 작은 영화가 유통이 안 된다, 그러죠. 요즘에는 <고양이를 부탁해>가 그렇습니다. 그러나 꼭 있어야 하는데 시장이 놓치는 건 국가가 보조를 해주게 되었다는 얘깁니다. 영화계가 움직여가는 모습이 위태위태해 뵈지만, 상당히 민주적인 운영체계로 가고 있다… 그 이야기를 끌어서 그럼 우리 사회를 보자, 해놓고는 6?5 선언이 어떻고 이렇게 갑니다. 영화도 정치와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 속에 존재한다는 거 얘기하느라고.”

전략이냐, 양심이냐

깜짝 놀랐다. 그가 ‘인기 연예인’의 반열에 현재 진행형으로 끼고 있는 것인지 손쉽게 확인하느라고 그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다. 업데이트가 안 된 약력과 뒤숭숭한 게시판이 전부였다. 초기 화면에 떠오르는 그의 이미지는 여일하게 깔끔했으나, 게시판은 차마 열기 두려운 포르노 사이트의 ‘복사’로 메워져 있었다.

혹 홈페이지가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아십니까?

“안 봅니다. 영화와 인터넷을 접속한다는 어떤 회사에서 만들어줬지만, 한 번도 안 봤습니다.”

청소가 좀 필요합니다. 다만, 최근에 게시판에 올린 것 중에 의미있는 것이 하나 눈에 띄더군요. 미국 배우 팀 로빈슨이 ‘정치 참여적 영화 작품들과 운동가로서의 헌신’을 인정받아 업튼 싱클레어 상을 받고 한 연설문을 어느 분인가 옮겨 놓았습니다. 문 선생님의 최근 활동에서 팀 로빈슨과의 유사점을 발견한 것인지, 아니면 질문을 하고 싶었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참고로 말하면 팀 로빈슨은 지난해 여름의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녹색당 후보이자 유명한 시민운동가 랄프 네이더를 지지했다. 부시의 공화당에 견주어 상대적으로 진보성을 인정받고 있는 민주당의 고어 후보가 터럭만한 표차로 낙선하자 고어의 지지자들은 민주당의 표를 갉아먹은 랄프 네이더를 부시 당선의 일등 공신이라고 조롱했다. 팀 로빈슨의 연설에는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민주당의 확고한 우경화를 목격하고 더는 전략적으로 투표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 양심에 따라 투표하기로 했다는 것. 제 개인적으로도 선거 때 그런 갈등을 느낀 적이 없지 않습니다. 선생님은 정치적인 선택에서 팀 로빈슨의 표현을 빌어 말하면 전략적인 쪽입니까, 양심적인 쪽입니까?

(좀 머뭇거리다가) “미국은 좀 다르죠. 여야 정권 교체의 역사가 깊고, 정치가 안정된 곳입니다. 그런 정치 풍토에서는 팀 로빈슨과 같은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행복한 고민을 할 때가 아니지 않습니까…. 다만, 자꾸 물어본다면 저는 양심적 지지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발표되고 있는 여론 조사 결과를 근거로 말한다면 민주당에는 전략적으로 지지할 사람이 따로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양심적 지지로 말하더라도 노무현 의원말고도 또 그럼직한 분이 있지 않나요? 그런데도 왜 노무현 의원을 지지하는 문화-예술인의 모임을 주도하십니까?

“노 의원이 아니면 모두 필패 카드니까요. 이회창 씨하고 해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은 노무현밖에 없습니다. 전략적으로, 양심적으로 다 노무현일 수밖에 없습니다. 후보가 완전히 가시화되어 충분히 분석되지 않은 상태에서 막연히 한 여론조사의 결과를 두고 얘기해서는 안 됩니다. 인지도로 무심결에 대답한 건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에게 감동을 준 적이 있느냐가 중요한 판단 기준인데 노무현은 그랬습니다. 이 지역 분할 구도를 깨려고 흔들림 없이 자기 희생을 했습니다. 감동을 준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노무현만이 지역 통합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무현이 민주당의 후보가 되면 한나라당의 개혁파 의원들이 합류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시민사회가 결집할 계기가 생깁니다. 김근태 씨를 포함해서.”

김근태 씨로 말하자면

네, 깨놓고 김근태 씨도 포함해서 얘기합시다.

“너무나 훌륭한 분이고, 깊이 존경합니다. 그러나, 그분으로는 당선 가능성이 없다는 겁니다. 대중 정치인에게는, 삶에서 감동을 준, 대중을 정서적으로 흔들어준 적이 있는지 이게 중요합니다. 그분의 참담한 투쟁 이런 거 지식인들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대중적으로는 전파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지역 분할 구도를 깨려고 노력하고, 거듭거듭 희생을 감수한 적이 있느냐, 그것이 중요합니다. 지역 통합이라는 화두를 내걸고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행적이 있느냐, 그게 없다, 근태 형이 굉장히 훌륭한 정치인이지만, 현 단계에서는 이런 점이….”

노무현 씨가 부산에서 한 세 번 떨어졌지만, 우리나라에는 전라도와 경상도만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 점에서 그 지역 밖에서 나와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상주의입니다.”

아니, 논리적으로는 더 현실주의로 여겨집니다.

“당선 가능성을 생각해야죠. 수십 년 악화된 지역 감정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논리 다 떠나서 민주당 후보로 나가서 30% 이상 표를 갖고 올 수 있는 사람이 누구냐고요. 그것만 우선 따지자고요, 단순화해서. 지난번 부산 선거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공천장을 받아가지고 가서 37%를 받았습니다. 지난 총선에서는 35%를 받았습니다. 그러니까 부산에서 35%가 안 나올 수가 없잖아요. 다른 누가 이보다 나을 수 있습니까? 아직도 지역 문제 때문에 아무것도 안 되잖아요. 지금은 민족사적인 요구가 지역 통합입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가야지요. 민주주의와 민족통일을 위해 이렇게 가야 되니까 가야지요. 그런 점에서 저의 주장이 현실적입니다.”

그 그림자와 체중 때문에

하도 확신에 가득 차 이야기를 하다 보니 땀이 나는 모양이었다. 그는 밥상에 놓인 스시 몇 알을 얼른얼른 입에 넣고 우물거리고는 땀을 닦았다. 손바닥을 살짝 펴서 이마를 훑는 독특한 방법이었다. 땀을 닦는 것이 아니고 거둔다고 해야 할까 보다. 노무현 씨는 땀 흘리며 열심인 이런 일당백을 진중에 두고 있어 든든할 듯했다.

과거의 증표들로 미래를 점칠 수밖에 없다는 건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제시라고나 할 비전이란 것이 더 중요할지도 모릅니다. 노무현 씨가 여당의 대선 후보가 되고자 하는 정치인으로서 제시하는 미래는 무엇입니까?

“인물 중심이 아니고 시스템 중심으로 움직이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사실 김대중 대통령이 현실 정치인으로는 참으로 출중한 분이잖아요. 지금까지 그분이 주장한 것 대부분이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그런 출중한 분의 은퇴를 앞두고 후배들이 그를 넘어설 수 있는 다른 제안을 한다는 것이 가능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우리가 알다시피 시행착오가 생겼던 점이 명백히 있었지요. 그게 시스템의 문제라고 보는 겁니다. 시스템을 보강하면서, 그분의 개혁 정책을 승계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그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이번 후보 선출에 정말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요?

“할 겁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제가 노무현 씨를 전면에 나서서 지지하는 문제를 놓고 정말 며칠 밤을 집에서 와인 마시면서 고민했어요. 왜냐? 우선 영화 하면서 어디까지 할 거냐였습니다. 그건 사회에서 받아들이거나 말거나 나 혼자 합리화했죠. 당적을 갖지 않고 시민사회의 일원으로서, 엔지오로서 후보 경선까지만 한다, 그 다음에는 당에서 알아서 할 것이다, 그렇게 정했어요.”

그는 잠깐 쉬었다. 담배를 찾아 물고는 이랬다.

“한 일년 반 끊었었어요. 제게 벌 줄 일이 있어서 벌주는 걸로 끊었지요. 그리고 다시 피우는데, 있으면 피우고 안 피우고도 견딜 만하고 그렇습니다. 끊는 게 자신 있다고 해야 하나.” 담배를 피운다 한들 나무랄 사람이 없건만 그는 그렇게 성명을 발표하고 담배를 태웠다. 무슨 얘기를 하려는 것인지 좀 어려운 모양이었다. “두번째는 아버지를 어떻게 할 것이냐가 걸려 있었습니다. 스크린 쿼터는 백날 떠들어도 배우로 봐주지만, 제가 조금만 정치적인 얘기를 하면 아버지의 아들로 받아들입니다. 작년에 호근 형(예술의 전당 예술감독이었던 문호근 씨)이 죽었단 말입니다. 작은형은 이민 갔어요. 문씨 집안이 서울에 저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돌아가신 그분의 그림자가, 체중이 자꾸 제게로 오는데 이걸 어떻게 감당할 거냐, 그 고민이었어요. 내가 옳은 판단을 하는 거냐, 그 고민이었죠. 그리고, 김대중이라는 인간이 뭐냐를 고민했습니다. 평생 너무 괴롭힘을 당해서 가슴에 맺힌 응어리가 둘인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용공 조작이고, 또 하나가 지역 감정입니다. 그러나, 그 지역 감정에서 김대중 씨 스스로도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 방향을 틀어놓고 나가야죠. 그러니까 노무현이죠. 김 대통령도 그걸 알 겁니다.”

노무현이 떨어지는 날

멍한 질문일 수도 있습니다. 수구 세력이 집권하면 절망이라 그럽니다. 왜죠?

“남북 관계를 냉전 시각으로 처리하기 시작할 거고. 이미 하고 있고, 법인세 인하 같은 거를 통해 아이엠에프를 부른 과거 경제 정책을 더 선호한다는 거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 아니겠습니다?”

그러나 말입니다, 선거의 현실이 닥치면, 우리가 지난 몇십 년 보아왔듯이, 늘 대동단결하는 쪽은 수구였고,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쪽은 늘 적전 분열이었어요. 그렇잖아요? 그래서, 문 선생님의 긍정적인 역사관은 좋습니다만, 이번 선거서도 온갖 어려움에 대한 가정은 있어야 할 거 아닙니까? 무엇이 가상되는 가장 어려운 일입니까?

“노무현 씨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지는 겁니다.”

딱 잘라 말했다.

“그럼요, 지는 거지요. 정치를 직업으로 하겠다는 분들은 힘을 모아야 되니까 지는 생각은 조금도 안 합니다. 그러나 저는 합니다. 우리가 유월 항쟁을 할 때 직선제 쟁취하고 나면 그 선거에서 질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그러나 졌죠. 그렇게 됐죠, 뭐. 그리고 그게 역사죠. 그래도 발전했죠. 지난 십오 년 동안 우리는 세 가지 실험을 해봤습니다. 따로따로 출마했다. 졌다. 수구 세력의 품안에 들어 집권을 해봤다. 그랬더니 개혁을 해보려니까 수구가 떨어져 나가면서 실패했다. 그리고 세번째가 수구를 옆에 끼고 집권해 봤는데 애시당초 소수였다. 안 된다. 세 가지 다 해봤어요. 남은 거는 지역의 구별없이 민주주의를 실천하고자 하는 사람이 다시 모이는 수밖에 없어요. 그 방법밖에 안 남았습니다. 그러나 유월 항쟁 때 질 줄 몰랐듯이 이게 안 될지도 몰라요. 그러면 또 그걸 하자고 몇 년을, 긴 시간을,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노력해야죠. 역사의 교훈입니다. 그걸 국민이 선택을 안 하면 어떻게 해요. 그래야 한다고 계속 얘기해야죠. 노무현 씨는, 그런 일은 1퍼센트도 안 되겠지만 떨어지면 며칠 쉬게 두었다가 술 사가지고 가서 또 부산 가서 떨어지라 그래야지요. 자, 가자, 그래야지요. 떨어져도 나 죽여라, 그러고 가야지요.”

정치를 하고 싶은가?

이렇게 정치적인 입장이 분명하고, 긍정적이고, 게다가 행동도 열렬하고…이거는 딱 바람직한 정치인의 조건인데…정치 안 하십니까? 정치적 동물로서 기본으로 하는 정치말고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 총선 때에 민주당의 강력한 출마 제안을 뿌리쳤던 걸로 알려져 있다. 아버지 확실하고 텔레비전에 얼굴이 적어도 한 주일에 한 번은 긴 시간 나오는 지성파 연예인이니 당선은 따놓은 당상이나 다름없는 걸 그는 굳이 사양했다.

“어디까지나 엔지오 활동인데… 흐름에 의해서 떠밀려서 하고 있는 거고… 직업은 영화인이라니까요. 영화 쪽의 시민사회 활동가로서 정치적인 발언을 하는 거니까요.”

그저 발언이라구요? 비전까지 가지고 있고, 이렇게 되어야 한다가 분명하고, 그렇게 만들기 위해 행동도 열심히 해요. 일종의 멸사봉공인데 이게 정치 아닙니까?

“정치인이 해내야 될 제일 중요한 것이 봉사 즉, 국가·민족을 위한 마음과 행동입니다. 이게 멸사봉공인가요? 그 다음으론 조직을 해나가는 친화력이 있어야 합니다. 저는 그 두 가지가 다 안 되는 사람이에요. 그렇게 해야 되는데 그렇게 못하고 있는 정치, 그냥 버무리고 산다? 그 버무리고 사는 방법을 저는 감당할 수 없어요. 그리고 저는 돈을 만들 재간이 없어요. 지금 이 정치 구도는 돈이 너무 많이 필요합니다. 고쳐야 해요. 솔직히 말씀드려서 저는 집에 앉아서 빗소리 들으면서 와인 마시는 걸 제일 좋아합니다.”

어떤 정치인인들 그런 평화로운 순간이 소망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하고 살겠다는 겁니다. 집에 베란다에다 유리집을 지어서 밖을 내다보며.”

그는 사사로운 소망을 시적으로, 아니 영상적으로 이야기하는 한지지할 것을 권면하고 그 방법을 설명하기에 성심을 다했다. 지금 우리 앞에 열린 길은 외길이고 이 길이 막히면 또 저 머나먼 우회를 피할 수 없을 것임을 끊임없이 경고하기도 했다.

연기인 문성근이 있어 한국 영화계는 사회적 책무가 무엇인지를 공부하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설호정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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