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2년 03월 2002-03-01   986

패스트푸드점의 미소와 야만

시간당 2100원 받는 “알바”들의 비애


“안녕하세요! OOO입니다. 주문하시겠어요? 네, OO 주문하셨죠?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하루에 도대체 이런 말을 몇 번이나 할까? 그것도 소리 높여서. 홍대 앞, 한 패스트푸드점. 이은경(가명·21)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던 한 직원은 손님들이 문을 열고 들어오고 나가고를 반복하는 동안 쉴새없이 외쳐대고 있었다. 예의 환한 미소와 함께. 주문 받고 돈 계산하고 주문한 음식을 쟁반에 담아 건넬 때까지 잠시도 가만히 있을 겨를이 없다. 손님들이 여전히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으니 마음은 더 바쁘다.

마지막 손님이 나가고 마무리 정리까지 하고 나니 밤 10시가 넘어서야 사복으로 갈아입은 그와 마주할 수 있었다. 꼭 3개월째라고 했다. 대학을 다니다 잠시 휴학을 했다는 그는 하루에 10시간씩, 한 달 꼬박 일하고 60만 원 가량을 받고 있었다.

“시급으로 2100원이에요. 식대나 별도 수당은 따로 없구요. 당연히 힘들죠. 하루종일 서서 움직이면서 떠들어야 하니까요. 손님이 많이 몰리는 주말에는 정말 정신 없어요. 카운터 업무만 보는 게 아니에요. 손님이 적을 때는 주방에 들어가서 햄버거도 만들고 매장 청소도 해야 합니다.”

최저임금 수준도 못 미치는 ‘알바의 밥’

그러고서 이씨가 받는 임금은 현재 최저임금인 2100원. 업체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 아르바이트생들은 최저임금 안팎의 임금을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초 부산대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대표 양성민)가 학교 앞 외식업체 등 74곳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조사대상의 71%가 최저임금보다 낮은 시급 2000원 이하를 받고 있다고 답했다. 물론 하루 8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수당이나 주말근무에 따른 휴일근로수당은 아예 기대할 수 없고, 식대도 별도로 지급되지 않아 그 매장에서 판매되는 음식으로 허기를 때우기 일쑤다.

이 매장에서 근무하는 이씨와 같은 아르바이트생은 모두 7명. 전체 직원이 13명인데 그 가운데 지점장 등 3명만 회사 정규직원이고 나머지 3명은 계약직 또는 정규직 채용을 전제로 한 인턴사원이다.

“이름만 겨우 아는 정도죠. 워낙 사람이 자주 바뀌니까 새로 누가 들어와도 언제까지 함께 일할 수 있을지 모르니까 친해지려는 노력을 별로 안 하게 되더라고요.”

이씨의 말처럼 특히 아르바이트생들의 이직률은 상당히 심하다. 불과 하루 이틀 하다가 그만두는 경우도 있고, 길게 일해봤자 3개월 정도 일한다. 일이 고된 만큼 벌이가 짭짤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피자헛 아르바이트생으로 보이는 네티즌(ID 밥)은 ‘알바의 밥’이란 제목의 글에서 “피자나 파스타 역겹다. 1900원에 식대까지 포함이라니. ㅋㅋㅋ 웃기지도 않네. 2000원에 피씨방 알바 하고…. 볶음밥 시켜주는 주인이 훨 좋다. 식대, 우리도 좀 주지. 한국 사람이 밥을 먹어야 힘이 나지. 빵 쪼가리 먹어야 배만 더 고프다”(피자헛 노조 게시판 pizzahut.nodong.org)고 털어놓기도 했다.

임금이 낮다는 어려움보다 더 이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비인격적인 대우다. 이씨는 “주문한 음식이 늦게 나온다고 손님들이 욕을 하기도 하고 심지어 정직원들도 일 똑바로 하라며 일상적으로 욕설을 퍼붓고 심지어 머리나 등을 때리기도 한다”고 말한다. 그나마 이씨는 셀프서비스업체이기 때문에 카운터에서만 고객을 접하지만 홀로 직접 음식을 날라야 하는 업체들에서는 매장직원들이 고객들로부터 성희롱을 당하기도 한다. 이런 외식업체 노조들의 상급단체인 민간서비스연맹(위원장 김형근) 김두문 조직국장은 “한 아르바이트생이 상담을 해 왔는데, 고객이 고의로 엉덩이를 만져 지배인에게 불쾌감을 호소했더니 오히려 지배인은 그 아르바이트생을 탓하면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배인 입장에서는 일이 커지는 게 싫고 자칫 점포 이미지만 훼손될까 우려했겠지만, 명백한 잘못에 대해서도 항의하지 못한다는 것은 노동자를 사지(死地)에 그냥 방치하겠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또한 일을 하다가 사고를 당하더라도 산재보험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다는 점도 큰 애로사항이다. 사고는 주로 무거운 것을 들다가 허리를 다치거나 칼에 베고 화상이나 찰과상을 입는 것인데, 그나마 노조가 있는 도미노피자 등에서는 회사에서 치료비를 주고 있지만 대부분 그런 보상을 기대하기 힘들다.

이런 사고에 가장 크게 노출돼 있는 사람들이 배달맨들이다. ‘30분 이내’ 이 말만큼 배달맨들을 고달프게 하는 것도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야 빨리 배달이 되면 좋겠지만, 적정 인력도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문한 뒤 30분 이내에 음식을 배달하려면 과속, 추월, 끼어들기 같은 곡예운전을 밥먹듯이 해야 한다.

고객을 늘 접하는 서비스업계의 특성을 반영하듯 피자헛 등 일부 업체들은 이른바 ‘암행어사 제도’라고 해서 점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감시하기도 한다. 몰래 본사 직원을 특정 점포에 투입해 손님을 가장한 서비스 평가를 하도록 하는 것이다. 회사는 일상적으로 서비스 질을 높여야 한다는 차원에서 시행중이라고 하지만 노동자들 입장에서 볼 때 어떤 손님이 본사 직원일까, 신경이 곤두서는 것은 이중삼중의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다.

성공 비밀은 ‘비용 최소화’

교회 십자가 수만큼이나 많을 정도로 호황을 맞고 있는 외식업계는 통계청 조사로도 지난 한해 10.1%의 높은 성장률을 보일 만큼 성장 일로를 걷고 있다. 하나같이 질 좋은 서비스와 과분하다 싶을 정도의 친절로 소비자를 끌어들일 뿐더러 집에 가만히 앉아서 ‘1588-0000’만 누르면 피자나 햄버거를 30분 이내로 따끈하게 배달해 주니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밥 챙겨먹기 싫은 일요일 오후면 그냥 수화기를 들고 만다.

그런 외식업계에 종사하는 전체 노동자가 몇 명인지는 추산하기 어렵다. 하지만 대부분의 외식업체가 카운터나 주방, 배달 등 거의 모든 업무를 계약직이나 아르바이트로 충당하고 있다. 서비스연맹은 외식업계 노동자의 90% 가량이 비정규직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처럼 이직률이 높고 직무몰입도가 떨어지는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이유는 바로 ‘비용 최소화’에 있다. 서비스연맹 김 국장은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음식값을 올려야 하겠지만 그러면 고객이 줄어드니까 노동자들 임금을 줄이면서 3명을 써야 될 업무에 2명만 배치하는 방식으로 노동강도를 엄청 높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에서만의 특수한 상황은 아니다. 국제식품노련(IUF)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컨베이어 벨트 위의 미소’(2000, 러시아, 21분)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러시아에서 2억5000만 명의 고객을 확보했고, 여전히 사업확장을 계획하고 있는 패스트푸드 부문의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기업 맥도널드의 성공비밀은 바로 노동자들의 임금 최소화와 열악한 작업환경에 있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햄버거나 닭고기를 먹으러 패스트푸드점에 들릴 때 한번쯤 생각해보자. 화려한 외양 뒤에서, 매일같이 수많은 손님들에게 환하게 인사하는 노동자들 뒤편에 감춰진 것들이 무엇인지를 말이다.

이정희 워킹보이스 취재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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