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2년 06월 2002-07-02   396

에바다 2000일, 투쟁은 계속된다

에바다 투쟁이 벌써 2000일이란다. 96년도 11월에 최실자 원장의 비리가 드러나면서 시작된 에바다 싸움은 97년 12월 전국대학생에바다연대회의가 결성되고 99년 12월에는 40여 개 인권시민단체로 구성된 에바다 정상화를 위한 연대회의가 발족되면서 본격화되었다.

어디 그뿐인가? 대통령은 대통령대로 <국민과의 대화>에서 전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에바다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고, 시민단체들과 대학생들은 7년간 줄기차게 시설비리를 척결하고 에바다를 정상화하라고 주장했다.

그렇게 7년이 흘렀다. 그리고 2000일이 되었다. 하지만 에바다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에바다는 아직도 우리 모두에게 숙제로 남아 있다. 광주사태가 광주민중항쟁이 되고, 5·18이 민주화운동의 기념비적인 날이 되는 데 10여 년 넘게 걸렸다. 하지만 에바다는 아직도 끝날 줄 모른다. 도대체 에바다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에바다를 통해 우리는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들은 시설의 장애인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는다. 장애인도 사람이라면 가정에서 살아야 하고, 가족과 함께 살아야 한다. 그러나 장애인이 됨으로써, 장애인과 함께 살아감으로써 감수해야 하는 경제적, 사회적 어려움과 책임이 모두 가족과 개인의 몫이 되는 우리 사회에서, 그 가족마저 없는 장애인에게 시설은 어쩔 수 없는 대안일지 모른다.

그런 에바다는 우리에게 대통령의 약속도 헛된 공약일 뿐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대통령 후보자가 내세운 공약도 안 지키는 나라에서, 대통령이 되었다고 그 약속을 지키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기대일지 모른다. 대통령도 안 지키는 약속을, 장관에게 지키라 하고 시장에게 지키라 하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 아닌가.

그래서 우리 사회에서 이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약속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지도 모른다는 냉소적 감정이 팽배해진다.

에바다를 통해 우리는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돈과 인맥이 가장 큰 힘이라는 것을 배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아직도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교훈으로 남아 있다. 서민들은 작은 잘못을 저질러도 엄격하고 서릿발 같은 법의 심판을 받지만 돈 있고 힘있는 사람에게 법은 솜방망이에 불과하다.

에바다는 우리에게 사람이 얼마나 자기중심적인가를 알게 해주었다. 그동안 에바다를 위해 일했던 사람들 가운데 지금은 에바다 문제에서 등 돌리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에바다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 가운데도 서로 의견이 다르고 생각이 달라 등을 돌리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모두 자기의 눈높이에서 문제를 바라보며 자기식대로 해결해야 한다고 믿고 있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에바다를 통해 진리는 살아 있고, 정의와 평등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 역시 계속 살아 있음을 확신한다.

이제 에바다 문제는 한국 장애인운동사에서 하나의 역사가 되고 있다. 7년이 넘도록 에바다 문제 해결이라는 하나의 목표만을 위해 싸워온 사람들,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

에바다의 싸움은 단순히 시설비리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불의

에 대항하는 정의의 싸움이며, 차별에 대항하는 평등의 투쟁이며, 거짓에 맞서 싸우는 진리의 울림이다.

에바다 문제는 반드시 해결되어야만 한다. 그것이 우리 사회에 아직 정의가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배융호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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