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2년 06월 2002-07-02   833

20대 선거참여는 20대가 책임진다

의정감시자원활동가모임, 유권자참여운동 본격화


“전자공학과의 23세 여성은 지방선거와 대선 모두 투표하겠다고 했다. 후보자의 선출 기준은 그들의 인지도와 공약을 살필 것이라고 한다. 공약을 다 믿지는 않는다고 하며, 평소 정치에 대한 관심은 그리 높지 않았다. 생활에서 직접 큰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란다.”(ID hanoogi80 송한욱 씨)

“경영대의 한 남학생은 97년에 투표경험이 있고 지금은 오로지 돈 벌 수 있는 것에만 몰두한다고 말했다. 신문은 보지 않고 있고 지방선거와 대선에 참가할 의향은 전혀 없었다.” (ID magicdh1 이동현 씨)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자원활동가들은 그들의 인터넷 커뮤니티(http://www.freechal.com/drinkmaekju)에 각자의 학교에서 20대를 만나 인터뷰한 결과를 하나씩 올리고 있었다. 20대를 대상으로 정치의식을 조사하는 중이다. 이를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보자는 제안이 나와 연대할 수 있는 단체들을 찾고 있다. 궁극적으로 ‘유권자 운동’을 준비중이다.

20대의 유권자운동 다큐멘터리로 만들 것

20대에 걸맞는 ‘유권자운동’을 벌이고 있는 이들의 얼굴이 낯익다. 이들은 바로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국민경선제를 실시할 때 전국의 경선장에서 ‘대선감시시민옴부즈만 캠페인’을 벌였던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자원활동가들이다. 대선감시시민옴부즈만 캠페인이 언론이나 시민들의 관심을 크게 유도하지 못한 것과는 다르게 정치현장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이들의 이와 같은 움직임은 그 의미가 깊다.

의정감시센터 김박태식 간사는 “일단 기존의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렀던 자원활동과 비교해 유권자 운동을 스스로 기획·조직하고 사람을 모으는 이들이 이채롭다. 그래서 이것은 유권자 운동의 성공 여부를 떠나 그 자체가 시민의 정치교육적 큰 의미를 가진다고 본다. 또한 20대 스스로의 운동이다. 감각과 정서, 지향 등이 공감대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0대의 정치참여가 새로운 방향으로 유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박 간사는 “그동안 계속 자원활동을 해오던 대학생들이다. 몇몇 대학 정치학 동아리들이 연계해서 움직여 왔다. 그동안은 국고보조금이나 16대 국회의원 평가 등 자료정리가 가장 많은 활동을 차지했다. 그러다가 올해부터 경선현장에 간 것이다. 각종 강연이나 토론회도 함께 가고 있다. 정치현장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자원활동가들 사이의 결합력이 높아졌고 정치현실을 바꾸겠다는 의지도 높아졌다”며 평가를 내렸다.

자원활동가들은 요즘 매주 월요일마다 모여 회의를 갖는다. 회의에서 나온 결과는 커뮤니티에 바로 공개되며 각자가 맡은 일도 이곳에 보고된다. 이들이 대선과 지방선거를 대비한 사업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아이디어를 내고 조사를 하고 사람을 모으는 중이다.

지방선거를 한달 앞둔 5월 13일 회의는 그래서 4시간 넘게 진행됐다. 커뮤니티에 올라온 회의록을 보니 이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토론하고 치밀하게 준비하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유권자 운동을 위해 20대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다큐를 만들어 보자는 의견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단순히 20대의 현재 인식과 생각을 담을 것인지, 정치에 참여하자는 주제를 부각시킬지가 다큐멘터리의 성격을 규정하기 때문이다.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이들은 작은 일이라도 함께 토론하고 서로를 이해한 상태에서 매듭을 짓는다. 5분에서 8분 정도 길이의 영상물을 시리즈로 일정기간마다 업데이트해서 사이트에 올리고 외국 젊은이들의 정치의식도 비교해 보자는 의견도 나왔다. 이건 환영하는 분위기다.

20대가 패널이 되는 대통령 후보자 초청 토론회도 주요 사업이 될 것 같다. 20대들이 관심 있어 하는 문제를 중심으로 토론을 할 계획이다. 패널도 당연히 모두 20대로 하자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

예를 들어 청년실업문제 등 20대의 특성에 맞는 관심거리를 끌어내야 한다는 과제도 놓여 있다. 기획안에서 이들은 “중요한 것은 과연 20대의 공통 관심사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공동 의제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이 갖추어져 있는가? 이른바 386과 모래시계 시대는 상업적으로 부풀려진 측면이 있으나 무언가 공통의 그 무엇이 있다. 또는 적어도 있다고 믿고 있고 그들 스스로 있다고 믿고 활동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힘을 갖는 것”이라고 평가하며 20대를 모아내는 이러한 작업에 의미를 두고 있다.

막상 토론회를 열려고 하니 고민이 많아졌다. 후보자가 참석을 거부하는 경우 어떠한 방식으로 대처해야 할지도 미리 준비해야 하고 사회자와 패널의 선택도 중요하다. 중립적인 사회자, 정곡을 찌를 수 있는 패널이 토론의 성공을 판가름한다. 정치에 관심 있는 20대를 모아 세미나, 스터디를 통해 패널로 세우자, 패널이 아무래도 대학생이 되기 쉬울 텐데 20대에서 학생만이 아닌 다양한 집단들을 포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 논의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왔다.

대학생으로 한정시키는 것이 옳은가

자원활동을 하는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은 대부분 대학생이다. 그래서 이들의 고민의 또 하나의 축은 유권자 운동의 대상을 대학생으로 한정시켜야 하냐는 문제였다. 물론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할 때 대학생으로 한정시키는 것이 편하다. 이들도 대학생이고 대학생이 제일 만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20대에 학생이 아닌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을 포용하지 않은 유권자 운동이 어떤 의미가 있냐는 의문을 갖는다.

“정치에 참여하라”는 당위성을 강조하는 게 어떤 효과가 있냐는 근본적인 질문도 해본다. 이 운동을 통해서 우리가 직접적으로 대안을 제시해 줄 수 있어야지, ‘정치 참여해야 한다’고 당위성만을 강조하는 것은 효과가 없지 않느냐고 이들은 말했다.

“누구나 정치에 참여 해야 한다는 건 알 것이다. 알지만 실제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라는 의견과 “누구나 정치참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라는 예상이 충돌한다.

이창림 자원활동가는 먼저 아직은 사업방향이 확정된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자원활동가의 숫자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일단 여러 생각들을 모으고 관련 주제에 대한 공부도 하면서 적절한 사업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창림 씨는 “젊은이들로 하여금 정치는 20대와 분리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알려주고 싶었다. 구체적인 목적은 참여유도다. 투표율을 높이자. 이 운동을 위해 20대들을 만나보니 대체로 극단적이다. 정치에 관심이 많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전혀, 정말 전혀 관심 없는 사람도 있다. 정치에 관심이 있다와 없다의 기준을 정하는 것이 모호하지만 대체로 자신의 관심 유무에 대해 쉽게 말해줬다. 사회를 바꾸기 위해 20대도 몫을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투표율이 낮은 게 안타까웠다.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투표다”라며 유권자운동을 추진하는 이유를 밝혔다.

20대에는 정치나 사회문제에 관심 없다고 흔히들 단정짓는다. 그러나 인터넷 상에서 20대의 시민행동들은 이러한 해석을 쉽게 맞다고 결정짓지 못하게 한다. 이제 기준이 바뀌어야 할지 모른다. 정치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은 다르다는 것을 이들은 보여주고 있다. 386세대라 이름지으며 대학에 입학한 연도로 집단을 규정하는 좁은 사고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특히 마음을 놓이게 했다. 이들이 기존의 틀과 잣대를 버리고 20대의 노출되지 않은 정치적 성향과 활동에 대해 적극 알려주기를 기대한다.

황지희(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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